"출시 초기보다 대폭 개선"…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 써보니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작금은 가격이 안 오르는 물건을 찾기가 어려운 시기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구독료도 예외가 아니다. OTT 구독료 인상을 일컫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점차 OTT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광고형 요금제다. 광고형 요금제는 콘텐츠 시작 전 혹은 감상 중에 TV처럼 광고를 보여주는 대신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는 요금제다. 플랫폼들은 이를 통해 광고료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출처=넷플릭스
출처=넷플릭스

실제로 넷플릭스가 지난 2022년 처음 선보인 광고형 요금제는 신규 구독자 확보와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광고형 요금제 인지도와 이용률이 해외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광고를 봐야한다는 생소함과 거부감에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광고형 요금제를 실제 사용 경험은 어떨지, 고물가 시대 저렴한 대안으로 유의미한 선택지인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이용해 봤다.

광고형 스탠다드, 기존 요금제와 차이는?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는 첫선을 보일 때는 ‘광고형 베이식’ 사양으로 출시됐다. 베이식 요금제와 같은 720P 화질에 두 기기 이상 동시접속이 지원하지 않는 사양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같은 가격에 광고형 스탠다드로 상향 조정되면서 화질, 편의성이 대폭 개선되면서 가성비도 더 높아졌다.

현재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는 광고형 스탠다드는 스탠다드 요금제와 동일하게 1080P 화질을 제공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환경에서 영상을 감상하기 충분한 화질 수준이다. 아주 큰 평형의 TV를 쓰거나, 아주 가까이서 시청하는 경우 혹은 화질에 아주 민감한 경우만 아니라면 TV로 시청하는 데도 문제가 없는 화질이다.

광고가 붙는다는 점 외에는 스탠다드와 사실상 동일한 사양이다 / 출처=넷플릭스
광고가 붙는다는 점 외에는 스탠다드와 사실상 동일한 사양이다 / 출처=넷플릭스

이외 사양도 대부분 스탠다드와 동일하다. 동시접속 2대까지 지원하며, 콘텐츠 저장도 기기 하나당 매월 15개까지 가능하다. 비행기 탑승 중처럼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상황에서 미리 기기에 저장해놓은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무료 모바일 게임 카탈로그와 같은 기존 넷플릭스 회원을 위한 혜택 그대로 제공된다.

스탠다드 요금제가 월 13500원, 광고형 스탠다드가 월 5500원임을 고려하면 광고를 보는 대가로 60% 정도 구독료 할인을 받는 셈이다.

광고 언제, 얼마나 나올까?

광고가 재생되는 상황은 두 가지다. 콘텐츠 감상 중간과 처음 콘텐츠 재생을 시작할 때다. 콘텐츠 중간 광고가 나오는 지점은 재생 바에 노란색 띠 형태로 표시된다. 50분 분량 드라마 한 편은 광고 세 개, 1시간이 넘으면 네 개까지 나온다. 2시간 20분인 영화 한 편은 재생 바에 광고가 10개까지도 표시된다.

광고 재생 시간은 15초, 30초 등으로 다양하다. 광고형 요금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15초, 30초 광고만 있었으나 현재는 10초, 20초, 60초 등 다양한 광고 형태가 추가됐다.

광고가 나오는 지점은 재생 바의 노란색 마크로 표시된다 / 출처=넷플릭스 캡처
광고가 나오는 지점은 재생 바의 노란색 마크로 표시된다 / 출처=넷플릭스 캡처

한 번에 광고 2~3개가 연달아 나오기도 한다. 특히 최신작, 인기작일수록 이런 묶음 광고가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는 듯했다. 인기작인 만큼 광고 수요도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물 순위 1위인 ‘눈물의 여왕’을 감상하는 중에는 70초 동안 광고 3개가 연달아 나오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광고 분량이 시간당 평균 4~5분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막상 사용해 보니 실제 광고 시간은 대부분 그보다 약간 짧은 듯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실제 광고 시간은 콘텐츠 종류와 길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콘텐츠 감상 경험을 크게 해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광고 분량과 빈도를 조절해 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일부 콘텐츠의 경우 광고 지점을 지났음에도 광고가 재생되지 않기도 했다. 가령 20분 분량 짧은 애니메이션 한 편을 재생하자 재생 바에는 중간쯤에 광고가 나오는 걸로 표시가 됐지만, 실제로는 끝날 때까지 광고가 나오지 않았다.

광고가 나오는 타이밍도 장면이 넘어가는 사이사이에 적절하게 배치돼 한창 급박한 장면을 광고가 끊어먹는 느낌도 없었다. 중간 광고가 들어가는 TV 방송을 보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경험이다. 재생되는 광고의 내용과 형식도 유튜브 광고보다는 공중파 광고에 더 가까운 인상이다.

일부 콘텐츠 이용 제한 있다지만…

광고형 요금제 선택을 꺼리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어쩌면 광고가 아니라 ‘콘텐츠 제한’이다. 일부 콘텐츠는 광고형 요금제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는 해당 컨텐츠의 광고 게재 권한에 대한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사, 제작사 등 관계사들 사이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고형 요금제에서 이용 불가한 콘텐츠는 우측 상단에 자물쇠 표시가 뜬다 / 출처=넷플릭스 캡처
광고형 요금제에서 이용 불가한 콘텐츠는 우측 상단에 자물쇠 표시가 뜬다 / 출처=넷플릭스 캡처

이렇게 광고형 요금제에서 이용하지 못하는 콘텐츠에는 미리보기 사진 우측 상단에 자물쇠 표시가 뜬다. 다만 이렇게 제한이 걸린 콘텐츠를 영원히 보지 못하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가 협상을 통해서 권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제한 콘텐츠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광고 요금제 출시 초기 광고형 요금제에서 재생 불가한 것으로 알려졌던 콘텐츠들을 현재는 문제없이 재생 가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자물쇠가 뜨는 콘텐츠는 작품은 검색하다 보면 아주 간혹 눈에 띄는 정도였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출시 초기 전체 콘텐츠의 85~95%만 이용 가능했지만 2023년 2분기 기준으로 95% 이상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광고 거부감 적다면 충분히 합리적 선택지

전반적으로 광고형 요금제 이용 경험은 꽤 훌륭한 편이다. 1080P로 충분한 화질에, 광고의 유형이나 빈도가 콘텐츠 감상 경험을 크게 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개인적으로는 느꼈다.

물론 이는 개인 성향, 감상하려는 콘텐츠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드라마나 TV 애니메이션, 예능 등은 원래도 중간에 광고가 들어가는 만큼 광고 요금제로 감상하더라도 크게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끊임없는 감상을 전제로 만들어진 영화라면 광고의 존재가 좀 더 거슬릴 수 있다. 만약 영화는 반드시 앉은 자리에서 한 편을 끝까지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화장실이 아무리 급해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버틸 정도로 몰입감을 중시한다면 광고형 요금제로 영화를 보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