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7부 - IR 자료 작성하기
[IT동아]
[연재 순서]
시작하며 - 투자를 기대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 http://it.donga.com/27517
1부 - 투자자 구분, 이해하기 - http://it.donga.com/27520/
2부 - 펀드(투자조합) 결성 과정 알아보기 - http://it.donga.com/27545/
3부 - 최근 결성 펀드와 펀드별 목적 분야 이해하기 - http://it.donga.com/27580
4부 - VC의 투자 프로세스 이해하기 -
http://it.donga.com/27598/
5부 - 투심위 부결 주요 원인 파악하기 (1) - http://it.donga.com/27620/
6부 - 투심위 부결 주요 원인 파악하기 (2) - http://it.donga.com/27650/
7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1) - IR 자료 작성하기
8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2) - 기업가치 산정하기
9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3) - 계약서 주요 이슈 이해하기
10부 - 스타트업 투자유치 실전 (4) - 투자유치 성공을 위한 조언
이번 7부에서는, IR(Investor Relations, 기업설명)자료 작성 시 도움 될 내용을 전달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기교나 팁을 언급하려는 건 아니다. 그런 정보는 다양한 교육과 세미나 등을 통해 많이 접할 터라, 그 보다는 큰 숲을 보는 차원에서, IR자료가 전체 투자 프로세스 상에서 어떤 역할인 지를 인식케 하는 게 목적이다.
이전 연재 4부의 <그림 4-2>에서도 언급했지만, IR은 전체 투자 프로세스의 전반기에 일어나는 일부분의 활동이긴 하다. IR자료를 잘 만들거나 발표를 잘 했다고 해서, 반드시 투자유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면' 후속 투자 프로세스가 어려워지는 건 확실히 맞다. IR자료 작성에 노력과 정성을 들이면 들일수록, 그 만큼의 이득을 얻는 건 분명하다.
1) 스티브잡스 스타일 IR자료 vs. 보고서 스타일 IR자료
창업자/스타트업이 확실히 인지해야 할 점은, IR자료는 IR발표를 하기 위해 VC를 방문할 때 맨 손으로 찾아가기 어색해서 만드는 자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IR자료는 전체 투자 프로세스 상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우선 연재 4부의 <그림 4-2>와 <그림 4-4>를 다시 보면서 VC의 업무 프로세스를 상기해 보자.
VC를 방문해 IR을 하고 난 후, 담당 심사역이 투자검토 보고서를 작성하고 투심위를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개 월 이상이 소요됨에 주목하자. 그런데 투심위에서 투자의사결정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사람은 정작 담당 심사역이 아니라, 연재 4부의 <그림 4-4>에서 보듯 그 외의 사람들이다.
VC는 투자가 본업이다 보니 일주일에도 몇 개 업체의 IR을 진행하며 투심위가 수시로 진행이 된다. 그 말은, A기업을 담당하는 심사역이 아니고서는, 그 기업에 대해 투심위 진행 전까지는 A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찾아볼 시간적 여력이 안된다는 뜻이다.
마침내 A기업에 대한 투심위를 진행할 일정이 잡히면, 투심위원들은 투심위 대략 1주일 전 정도부터 담당 심사역이 작성한 투자검토 보고서, IR시에 A기업이 제시했던 IR자료 등을 꺼내서 비교, 분석하며, 투심위원 각자가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고 정리한다.
여기서 기억해야 하는 점은, 담당 심사역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IR자료를 다시 보면서, IR때 A기업 창업자/대표이사가 말했던 내용을 되새긴다는 것이다. 만일 IR자료가 부실하면 투심위원들이 언급했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투심위원들이 자의적으로 생각할 여지를 남기게 되는데, 결국 최종적으로 가장 크게 손해를 보는 쪽은 결국 A기업이다.
부실한 IR자료라 함은 소위 '스티브잡스 스타일의 발표자료'다. 그림을 사용해 시각적인 주목을 끌며 발표자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자료형태로서 스티브잡스 스타일은 훌륭하다. 하지만 VC의 투자 프로세스에서는 위에 언급한 이유로 인해 IR자료의 형식으로서 스티브잡스 스타일은 그리 적절하지 않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목적의 보고서 형식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글이라는 것은 말과 달리, 100년 뒤에도 저자가 의도했던 바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IR발표는 말로 진행되는 과정이라 쉽게 잊히지만, 창업자/대표이사가 자신의 의견을 글로 정확히 남긴다면,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IR 후 1~2개월 뒤 다시 자료를 보더라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인다. 물론 투자 심사역은 직업병적인 습성 상 곧이곧대로 믿고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는데, 자료에 미사여구나 과장, 허위정보 등이 있다면 신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고서 스타일의 IR자료이니 가독성이 떨어져도 상관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 형태가 가장 좋은 자료의 예라고 생각한다.
2) 자신이 '하고 싶은' 내용보다, 상대가 '듣고 싶은' 내용 위주로 작성
연재 4부의 <그림 4-3>에서 투자검토 보고서의 예시를 보였는데, 이와 맞춰보면 IR자료에 포함돼야 하는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IR자료 작성에 물론 정답은 없다. 필요한 내용만 담겨있다면 목차 순서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또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더 효과적이라면 <그림 7-2>의 제시 내용에 추가, 삭제, 변경 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형식보다는 본질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IR자료의 구성은 얼마든지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다.
연재 5부와 6부에서 투심위의 주요 투자의사 결정포인트이자 투심위 부결의 주요 원인으로, '시장성', '경쟁력(또는 차별성)', '사람(또는 조직역량)', 'EXIT(투자금 회수 및 수익) 가능성' 등에 대해 언급했다.
결국 이 4가지를 쉽게 파악하도록 IR자료를 구성하는 게 좋다. 그 점에서 아래 <표 7-1>은 IR자료를 작성하기 전 창업자/대표이사가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질문해 볼만한 자가 체크리스트이자, IR을 진행할 때 나올법한 예상 질문이다.
연재 5부와 6부에 걸쳐 다양한 투심위 부결 주요 원인에 대해 살펴봤는데, 어떤 기업이라도 투심위에서 집중적인 논쟁이 될 최소 한 가지 포인트는 반드시 존재한다. IR자료 작성과 발표 때도 이 부분에 집중해서 더 구체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3) IR자료는 단순 내용의 전달 외에 '신뢰를 전달'하는 수단
미사여구나 과장된 장밋빛 전망 등으로 치장된 IR자료나 IR발표보다는, 친구에게 솔직하고 담백하게 얘기하듯이 전달하는 IR이 훨씬 효과가 있다. 앞서 말한 대로, 투자 심사역은 원래 자료나 발표를 그대로 믿지 않고 몇 번이든 다시 확인하는데, 이때 정보가 한두 개씩 틀리면 자료 전체, 혹은 사람과 회사 전체에 대한 의심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객관적 사실과 차후 증빙으로 제출 가능한 데이터에 기반해 자료를 작성해야 하고, 그것이 설득력을 높이는 데도 좀더 효과적이다. 연재 4부에서 또한, 담당 심사역이 투자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했는데, 결국 이때 IR자료에 언급된 내용을 다시 확인하므로, 근거없이 내뱉은 말이라면 머지 않아 들통나게 돼 있다. 설령 담당 심사역이 투자검토 보고서 작성 당시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투심위에서 참석 투심위원 누군가가 지적하면 논쟁의 소지가 높다는 걸 염두에 두자.
4) 스토리라인에 기반한 구성
무미건조한 사실을 나열하기 보다는, '왜 이 사업을 시작했고, 무엇을 해결 또는 달성하고자' 하며, '현재는 어떤 상황이며 향후 비전은 어떻다'와 같은 스토리라인을 갖추고 있으면, 받이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좀더 공감하기 쉽다.
물론 그렇다고 소설을 쓰듯 지나친 작가기질을 발휘하는 것 또한 IR자료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 스토리라인에 기반한 자료는 창업자/대표이사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앞서 언급한 신뢰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7부 연재에서는 IR자료가 전체 투자 프로세스 중 어떤 역할을 하고, 그렇기에 어떤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는 지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투자유치에 성공한 기업을 되돌아보면, IR자료나 IR발표가 전체 투자유치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크지는 않다.
하지만 반대로 투자유치에 실패한 기업의 경우 IR자료나 IR발표 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경험으로 봐도 꽤 높은 듯하다. 즉 '안 좋은 쪽으로 미치는 영향'이 제법 크다는 의미다. 창업자/대표이사가 이번 글에서 기억할 중요한 내용은, IR자료가 IR발표 때만 쓰이는 게 아니라, VC 내부에서 몇 달을 두고 진행되는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다음 8부 연재에서는 기업가치 산정(Valuation)에 대해 알아본다.
글 / (주)비아이지글로벌 파트너/이사 김민성 (yaacksan@bigglobal.co.kr)
비아이지글로벌은 영국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유럽, 미국, 중국 등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과 투자유치에 특화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다. 중국 하드웨어 전문 액셀러레이터 '大公坊(대공방)'의 국내 유일 공식 파트너로서 '대공방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