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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현의 신간산책] 열정보다 냉정이 필요한 시대 <냉정한 이타주의자>

이문규

[IT동아]

인간이라면 누구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거나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한다. 필자도 국내외 4개 자선단체에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에 대한 뿌듯함과 선의 실천에 따른 자기 만족감을 얻는다. 그런데 정말 이런 활동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또 하나, 우리가 믿고 지원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실제로는 예상과 전혀 다르기도 하다. 그럼 이런 자선 활동을 할 필요가 없는 걸까? 기부의 딜레마다.

'착한 일을 할 때도 성과를 따지자'라 외치는 책이 있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부키>. 이 책의 저자는 옥스퍼드 대학교 철학과 부교수이자 비영리 단체 '기빙왓위캔(Giving What We Can)'과 '8만 시간(80,000 Hours)'의 설립자인 윌리엄 맥어스킬(William MacAskill)이다.

<냉정한 이타주의자>

그는 이타적 행위에 데이터와 이성을 적용해야 비로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로 연결된다고 말한다. 이타주의에 '효율'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는 게 거북스러울 때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행하는 자선이 자칫 자신과 남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더 들어보자.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선을 행할 수 있을까?'에 관한 답을 찾는다. 물론 선에 대한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일반적인 자선 활동들은 그 가치나 해결 과제의 규모, 정서적 호소력의 크기, 미디어를 통한 유명세 등에 따라 분배된다. 즉 그때그때의 이슈에만 몰린다는 뜻이다. 저자는 세상의 관심이 쏠려있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기부금이 크게 보탬이 될 곳에 기부를 하라고, 그리고 자신이 속한 사회나 환경보다는 전세계를 기준으로 삼아 가난한 나라나 빈곤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은 크게 1,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질문을 통해 이타주의에 대한 기존의 사고틀을 전환시키고, 2부에서는 노동착취 공장, 공정무역, 저탄소 친환경생활, 채식주의의 실효성과 같은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erism) 문제 등을 다루며 실생활에 적용해 효율적으로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 효율적 이타주의의 핵심질문 ]
-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가?
-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 성공 가능성과 성공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이 질문과 더불어 '기대가치 비교, 한계점에서 생각하기, 수확체감의 법칙, 하한추론법' 등을 통해 최대의 선을 이끌어 내는 여러 방법론의 효율성을 측정하고 그 우선순위를 가리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선의를 수치화 비교에만 집중하는 저자의 방식이 불편할 수도 있다. 개인이 어떤 이타적 행동을 하기 전에 일일이 이런 증명과 예측을 하고 결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저자도 그 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효율적 이타주의가 상대적으로 '정량화'가 쉬운 사업에 한정된다는 인상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량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도 증거를 바탕으로 성공 가능성과 성공 효과를 따져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냥 되는 대로 기부하거나 아예 기부하지 않는 것보다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미국의 정책과 기업단체만을 기준으로 제시돼 있지만, 평소 간과하고 넘어가는 부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기존의 편협한 관점에서 벗어나 올바른 사고를 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어떤 방식을 택하든 결국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여정을 각자, 그리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모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이 책은 한 마디로 세상을 바꾸려는, 세상을 바꾸고 싶은, 세상을 바꾸는데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가이드 같다. 이 책을 읽고 자신의 기부금 고지서를 들춰보거나, 후원 단체 사이트에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ohs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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