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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현 이슈산'책'] 사회전염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문규

[IT동아]

휴가를 앞두고 모두가 들떠있어야 하는 지금, 이웃 나라의 방해 공작으로 설렘은커녕 힘이 쭉쭉 빠진다. 지난 7월 초, 반도체 핵심 부품을 시작으로 일본은 한국에 대해 보복성 무역 제재를 단행했다. 설마가 현실이 되었고 예상보다 치밀하게 조여왔다.

계속해서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핑계를 대며 치졸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일본. 이는 일본과 경제적으로 얽혀있는 관련 산업에 즉시 타격을 안겼고, 가뜩이나 힘든 한국 경제 상황에 결정적인 한방을 날렸다. 급기야 오는 8월 2일에는 안보상 수출 심사 우대 국가인 '화이트리스트' 배제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갈수록 치사하다, 쳇!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 폭력에 한국인들은 분노했다. 당장의 고통에 굴복하기 보다는 이제 스스로의 힘을 기르자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졌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소비하는 일본 브랜드나 제품을 공유하며, 더 이상 의존하지 말고 자국의 산업과 제품을 키우자고 조금씩 서로를 독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그래 봤자 불매운동이 얼마 가지 못 한다'는 일본발 무시 발언이 이어졌고, 이는 한국인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폈다. 그 결과 일본 불매운동은 삽시간에 온 나라를 뒤덮었다. 이번에는 정말 심상치가 않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특정 제품이 아닌 생활 전반에 걸쳐 '반(反) 일본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양국 간 이러한 정세와 여론 변화를 지켜보며, 문뜩 무엇이 집단을 움직이는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퍼진 특정 감정과 집단의 행동 사이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는 것일까?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표지

과학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리 대니얼 크라비츠는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동아시아>를 통해, 우리가 왜 주변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지 '사회전염'에 관해 파헤친다. 이 책은 미국의 한 명문고에서 일어난 연쇄 자살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이를 통해 특정 분위기나 심리가 어떤 식으로 집단에 확산되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2009년,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서 학생들이 무더기로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은 같은 학교 출신이었지만 서로 알지는 못했고 그러니 자살을 공모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들은 하나같이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겉으로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소위 잘 나가는 '금수저' 친구들의 집단 자살,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사회전염 사건이란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전염되면서 타인이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사건을 말한다. 이러한 사회전염은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 모두를 낳을 수 있다. 사회전염학의 주장에 따르면, 영향력은 관찰을 통해 전파되며 적절한 시기에 말과 글을 빌어 주변 환경으로 스며든다. 

우리는 삶의 전반에 걸쳐 사회전염의 영향을 받는다. 저자는 개인의 욕구와 행복은 물론이고, 아량, 용기, 직업윤리 같은 본유 감각조차 타인에게 전염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전염은 삶의 모든 요소에 은밀하게 영향을 주지만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한다. 실제 두뇌의 신경들은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신호를 수신한다. 인간의 정신은 주변 세계로부터 지극히 사소한 표정 변화까지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반영과 조정이라는 원시적 절차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 특별한 사회전염을 '밈(Meme)'이라 불렀다. 전염성이 강한 생각은 자연법칙을 모방하며 특히 병균의 변이와 전이를 감독하는 법칙과 닮아있다. 

책은 전염병, 섭식장애 등의 추가 사례도 들며 사회전염이 집단의식, 즉 유독성 집단사고와 행동 증후군의 결과임을 설명한다. 이때 정서적, 생물학적, 문화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과도한 매체 노출은 사회 전파를 가속화 시킬 수 있음을 짚는다. 톱스타의 자살 뉴스 이후 모방 자살이 이어진 사례나, 과거 '글루미선데이'라는 노래를 듣고 불특정 다수의 자살이 이어진 예처럼, 어떠한 현상이 정보화되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동조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해왔다. 

인간은 이미지와 대상을 의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립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어느 대상이든 판단과 반응을 요구하며 후일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우연이든 일부러든 각인된 잔상들이 특정 생각을 촉발하고 실제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 즐기던 일본 맥주에 더는 손이 가지 않고, 옷을 사러 가는 길에 평소와 달리 특정 브랜드를 피해 낯선 매장에 들어서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은 서로 관찰하고 행동을 옮겼으며, 서로가 가진 지식과 정보를 본받음으로써 생존을 넘어 발전해왔다. 공동체는 그렇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런데 공동체의 힘이 잘못 발현되면 어떻게 될까?

최근 일본의 불매운동이 심화되면서 '묻지마 강요'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론의 방향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을 퍼부어도 되는가?

세계가 당면한 주요 공공정책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멍크 디베이트 포럼]의 토론을 책으로 묶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프시케의 숲>에서 그 질문의 답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름으로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결과의 평등'을 강요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국가와 인종, 성별과 같은 굵직한 범주에 대해 논하고 있지만, 이 메시지는 하나의 사회 내에서도 유효하다.

어떤 사회이든 주류세력이 특권을 가진다. 지금 아베 정부의 행보가 일본인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 것처럼 그들의 결정이 곧 모두의 결정은 아니다. 단면으로 전체를 정의하는 것은 명백한 일반화의 오류라 할 수 있다. 한국 내 일본 불매운동을 보자. 갑작스럽게 벌어진 최근의 상황에서 어느 정도 집단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단합된 힘이 행동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다수의 규범과 규칙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강요할 권리가 있는가? 동참하지 않는 자에 대한 마녀사냥은 묵인될 수 있는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분개가 반발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가? 방식에 있어 무조건 적인 비난과 거부 또한 과연 옳은 것인가? 책은 다양성과 포용성의 존중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감정이 앞서 다른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봐야 한다. 

특정 집단, 국가 정체성, 그 안의 개인들 간 상충된 이해관계 속에서, 오늘날 정체성 정치의 극화가 국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정치적 이념의 전쟁이 세계화된 경제 시스템을 건드리며, 어느 때보다 아슬아슬한 혼란기를 조성하고 있다. 인간에게 두려움은 가장 충격적인 감정이다. 이는 곧 강력한 사회전염으로 표출된다. 용기 또한 강력하게 전염된다. 특히 두려움이 함께할 경우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힘을 갖는다. 불합리한 두려움에 맞서려는 동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적 신념과 행동이 옳고 그른지는 섣불리 평가할 수 없다. 확실한 건 공동체의 통합 힘이 어디로 작용할 것인지는 구성원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여느 때보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공동체는 사회전염을 견인하거나 사회전염에 의해 희생된다. 서로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려는 선한 마음이 모두의 행복으로 귀결될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사회전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떠한 전염을 퍼트릴 것인가? 나는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는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나라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부디 좀더 책임감 있는 개인과 공동체의 힘으로 어려운 상황을 잘 타개했으면 좋겠다.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힘 내자, 대한한국!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ohs좋은 책을 널리 알리고 비(非)독자를 독서의 세계로 안내하고자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도서 큐레이터. 수년 간 기획하고 준비한 북클럽을 오프라인 서점 '최인아책방'과 함께 운영하며,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한 달에 한 권, 수 많은 신간 중 놓쳐서는 안될 양질의 책을 추천하고 있다. 도서 큐레이터가 세심하게 고른 한 권의 책을 받아보고,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최인아책방 북클럽은 항상 열려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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