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전당포는 잊어라 '렌딩박스'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영화 아저씨를 보면 주인공 원빈은 전당포를 운영한다. 전당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두컴컴함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도 이런 이미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뒷골목에나 자리 잡고 있을 것 같은 전당포. 사실 알고 보면 많은 이가 이용하는 곳이다.

국내 전당포는 수만 하더라도 1000여 개가량 있으며, 수도권에만 400여 개나 된다. 월 거래 금액은 1000억 원 정도. 게다가 어두컴컴한 이미지와도 거리가 멀다. 깔끔한 인테리어로 단장해 젊은이도 찾는 곳이다. '렌딩박스'는 이런 전당포를 스마트폰을 통해 고객과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다양한 사업 아이템이 있었을 텐데 왜 전당포일까? 렌딩박스 백광현 대표를 만나봤다.

렌딩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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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딩박스 백광현 대표

돈이 필요해 빌리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작년 인터파크가 인터넷 은행 설명회에서 밝힌 가계 대출 시장 규모는 53조가량이다. 이 금액은 신용 대출에 해당한다. 하지만 신용 등급에 따라 대출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전당포는 대부업이다. 대부업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면 할 수 있다. 재밌는 점은 신용 등급과 상관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담보 대출이기 때문이다. 전당포에서 살펴보는 것은 사람이 아닌 물건이기 때문에 누구나 값어치 있는 물건이 있다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다. 물론 이자율은 법정 최고인 27.9%를 받는다. 인건비와 보관비 등 기본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단기간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하기 좋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렌딩박스는 바로 이런 전당포를 제휴점으로 영입해 스마트폰으로 고객과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스마트폰에 렌딩박스 앱을 설치한 후, 원하는 대출 금액과 제품 사진을 찍어 올리면 된다. 그럼 전당포마다 감정가를 올리게 되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전당포를 찾아 고객에게 추천해 준다. 전당포는 대부업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렌딩박스는 대부 중계업인 셈. 대부 중계업도 등록을 해야 사업을 할 수 있으며, 렌딩박스 또한 정식으로 등록한 업체다.

렌딩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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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딩박스 앱 화면

추천해준 전당포와 거래를 하고 싶으면, 이후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야 한다. 아직 비대면 실명 인증을 할 수 없다 보니 온라인으로는 거래할 수 없다. 물론 물품을 직접 확인해 정확한 감정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있다.

전당포는 엄격한 기준에 의해 제휴를 맺고 있다. 서비스 성격상 많은 수의 전당포와 제휴해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음에도 오히려 품질에 많은 신경을 쓴다. 무조건 제휴 전당포를 늘리기보단 신중을 기해 유치하고 있단다.

정식 서비스는 지난 4월 4일 이제 겨우 두 달을 채워가고 있는 상황. 짧은 시간임에도 백광현 대표는 그사이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출시 전만 하더라도 P2P와 쇼핑몰 연계를 고려했지만, 현재는 플랫폼에 집중할 계획. 백광현 대표는 "쇼핑몰 등으로 고객 분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3차례의 업데이트로 앱 기능을 강화하고, 하반기에는 웹 플랫폼을 오픈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원래 렌딩박스는 웹 플랫폼을 준비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다 보니 스마트폰이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뜻밖에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이 많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 사진을 PC에 옮기기 수월하다는 점을 고려해 웹에서도 렌딩박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업데이트는 6월에 1.3버전이 나오며 지도가 연동된다. 1.4버전에서는 대출뿐만 아니라 판매를 할 수 있게 된다. 전당포가 판매 가격도 함께 제시한다. 1.5버전에서는 전당포가 앱 내에서 대출 관리까지 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쇼핑몰은 렌딩박스에 하나의 기능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전당포는 물건을 매입할 수도 있지만, 대출을 갚지 못한 경우 물건을 처리하게 된다. 대부분 도매상 넘기거나 중고명품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려 직거래를 한다. 이런 물건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웹 플랫폼에 적용한다. 별도의 쇼핑몰로 고객을 분산하기보단, 플랫폼에 기능을 추가해 한곳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략을 변경한 셈이다.

하반기에는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 관심을 보이는 상황.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전당포가 훨씬 활성화되어 있다. 전당포 수로만 따지면 국내보다 3배가량 많다.

렌딩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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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대표와 마찬가지로 백광현 대표 또한 수익화에 대한 고민은 가장 큰 부분. 플랫폼만으로는 살아남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플랫폼 사업자는 중계 수수료는 점차 줄이거나 없애는 추세고, 광고 수익 위주다. 하지만 광고 수익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렌딩박스 또한 현재는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백광현 대표는 "광고는 다양화를 통해 선택의 폭을 더 넓히려고 하고 있으며, 수수료는 반감이 클 수 있는 부분이라 유연한 선에서 맞추려고 고민 중"이란다. 중개비도 생각하고 있는데, 전당포가 물건을 판매하게 되면 판매 수수료 명목으로 책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년 말까지는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계획이다"며 "다른 플랫폼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렌딩박스는 핀테크 스타트업이지만, 현재 서비스 수준을 보면 대부 중계업을 스마트폰으로 옮겨 놓은 수준이다. 단순 플랫폼 사업자이지 기술 기업으로 보긴 어렵다. 이에 대해 백광현 대표는 데이터가 확보되면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2가지가 있단다.

보통 물건들은 구매 시기, 상태, 구매 가격 등을 바탕으로 감정사가 대출 금액을 책정한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추후 이를 기반으로 직접 적정 가격을 도출해 낼 수 있을 터. 담보대출에서 신용평가는 담보물의 평가가 전부인 만큼 데이터를 통한 금액과 전당포에서 제시한 금액을 비교해 좀 더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전당포를 이용하는 고객의 데이터는 기존 금융권에서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 담보가 아니면 담보로 안 잡아 주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의 금융 패턴을 분석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제시할 수 있다. 향후엔 모 기업인 옐로모바일 금융과 접목해 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망라 더 나은 대안적인 금융 상품을 제시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렌딩박스가 전당포를 주목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기존 금융권 누구도 확보하지 못한 데이터를 손에 쥘 기회를 잡은 것. 과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떻게 서비스가 진화해 갈지 앞으로가 궁금하다.

렌딩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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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백광현 대표에서 서비스가 정식으로 출시하기 전과 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었다. 이에 "그 전에는 앱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였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서비스를 이끌어갈지가 고민이다"며 "대표라는 직함의 무게감을 비로소 느끼고 있으며, 고민하는 것들의 주제와 깊이가 달려졌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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