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쓸 수 있는 전당포, '쩐당'이 만들어 갑니다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전당포'라는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영화 '아저씨'가 우리가 알고 있는 전당포라는 이미지를 대변한다. 어두운 실내, 쇠창살 속에서 사람들과 교류를 꺼리는 주인(물론 이 주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생겼다), 급전이 필요해 물건을 맡기고 다시는 찾으러 오지 않는 손님.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서민이 가장 편하게 돈을 융통할 수 있는 수단이었던 전당포는 이러한 이미지 속에서 쇠락해갔다.

이렇게 음지 속에 있는 전당포를 양지로 끌어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민 금융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온라인을 통해 사용자와 전당포를 중개해 사용자가 좀 더 쉽게 전당포를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서비스 '쩐당'이다. 쩐당을 개발한 어벤쳐스(에이스오브벤쳐스) 박진규 대표를 만나 쩐당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쩐당 박진규 대표
쩐당 박진규 대표
<쩐당 박진규 대표>

Q. 쩐당은 어떤 서비스인가?

A. 국내 최초의 동산 담보대출(전당포) 중개 서비스다. 사용자를 전당포 사업자 또는 중고거래 사업자와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서비스다. 사용자가 쩐당에 자신의 담보(제품) 사진을 올리면, 여기에 주변 전당포 또는 중고거래 사업자가 해당 담보로 자금을 얼마까지 대출해줄 수 있는지 입찰을 한다. 사용자는 이 입찰 가운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선택해서 거래를 진행하면 된다. 사용자가 전당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당포가 사용자에게 찾아오는 서비스인 셈이다.

사용자는 쩐당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중개 서비스와 달리 사용자에게 중개 수수료를 받을 생각은 전혀 없다. 전당포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보통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만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쩐당
쩐당
<쩐당 모바일 앱>

Q. 이러한 서비스(쩐당)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나(박 대표)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후 개인 사업을 진행했다. 차압 당했거나 차압 위기의 부동산을 구매한 후, 해당 부동산을 리모델링해서 되파는 일을 했다. 그러다보니 부동산에 딸린 각종 가전제품이나 물건(동산)이 남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것을 처리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미국의 전당포를 이용하게 되었다.

미국은 전당포 사업이 상당히 선진화되어 있다. 밝고, 친절하며, 개방형으로 되어 있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관련 프렌차이즈도 많다. 주로 신용이 낮아 은행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민자들이 전당포를 많이 이용한다. 물건을 맡기면서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이자율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모두 흥정한다. 담보로 동산을 맡긴다 뿐이지 은행과 하는 일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당포는 여전히 낡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둡고, 불친절하며, 폐쇄적으로 꾸며져있다. 이율은 또 얼마나 높은가? 월 2.9%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연 34.9%다. 법정최고이자율을 받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급전이 필요한데 신용등급이 매우 낮은 사람 또는 동산을 되찾을 생각이 없는 사람을 제외하면 누구도 전당포를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여기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온라인 전당포 중개 사업 쩐당을 통해 선진 전당포 문화를 국내에 들여오면 전당포 업계 전체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스타트업을 차린 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Q. 전당포 업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A. 업계에 믿음을 되찾아 줘야 한다.

사용자가 전당포를 잘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자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당포는 왜 이자율이 높은걸까? '리스크(잠재적 위험)'가 크기 때문이다. 전당포 업계에는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일단 사용자들이 돈을 잘 갚지 않는다. 전당포 사업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해본 결과 70~80% 정도의 사용자들만이 돈을 갚고 담보로 맡긴 물건을 되찾아 간다. 20~30%의 물건이 유실물로 처리된다. 4명 중 1명이 돈을 제대로 갚지 않으니 이자율이 상당히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유실물을 처분해서 비용을 회수할 수 있으니 전당포 입장에선 큰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가품이다. 가짜 귀금속, 명품, 시계 등을 맡기고 돈을 빌려간 후 잠적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 경우 손해는 전당포 사업자가 고스란히 떠안게된다. 이러한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자율을 법정최고 수준으로 높혀서 받는 것이다.

그탓에 사용자들은 점점 전당포 이용을 피하게 된다. 물건을 처분하는 것이 법정최고이자를 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용자의 발길이 끊기니 전당포 사업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내기 위해 담보로 맡긴 물건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된다. 때문에 전당포 사용자는 더 줄어든다. 이렇게 전당포 업계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있다.

쩐당은 전당포 업계의 리스크를 하나씩 없애나갈 것이다. 일단 쩐당은 한국동산감정원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한국동산감정원을 통해 사용자가 쩐당에 올린 물건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감정한 후 전당포 사업자들에게 소개할 것이다. 만약 사진의 품질이 좋지않아 진품/가품 구별이 어렵다면 사용자는 물건을 한국동산감정원에 들고와서 감정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동산감정원은 국내 전당포 업계가 실질적으로 물건의 감정을 맡기는 곳이다.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이 물건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파악해준다. 20년 넘게 물건을 감정한 전문가들이 진품 가품 여부를 판단해줌으로써 전당포 사업자는 믿고 자금을 대출해줄 수 있다.

쩐당, 한국동산감정원 MOU
쩐당, 한국동산감정원 MOU

사용자도 쩐당을 통해 전당포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어디있는지도 모를 전당포를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 단지 물건의 사진 몇 장만 온라인에 올리면 해당 물건으로 돈을 얼마나 대출받을 수 있는지 금새 확인할 수 있다. 전당포끼리 경쟁을 붙임으로써 대출 조건도 더 좋아지고(=이자율이 내려가고),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도 더 늘어난다.

이처럼 사용자와 전당포 사업자 모두를 만족시키면 전당포 사용자가 점점 늘어날 것이고, 전당포 업계도 활성화될 것이다. 시중의 O2O 사업자는 사용자의 편의만 생각하다보니 오프라인 사업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는 안된다. 사용자와 사업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진정한 O2O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쩐당이 바로 그러한 서비스다.

시장 상황도 쩐당에게 긍정적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처럼 크기도 작고 가치도 명확한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전당포 창업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관련 전당포 프랜차이즈도 생겨났다. 전당포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쩐당이 그러한 움직임을 이끌어나가겠다.

Q. 쩐당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법적 문제는 없는가?

A. 없다. 모든 법적인허가를 받았다. 때문에 우리는 핀테크 업체임에도 대부중개업으로 등록되어 있다(웃음). 시중에는 다양한 형태의 대부중개업이 존재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수수료를 너무 많이 챙기는 문제가 있다. 보통 수수료로 5%를 챙겨간다.

우리는 모든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할 것이다. 쩐당을 통해 대출이 성사되어도 대출을 받는 사용자에게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 또한 전당포 사업자에게도 적은 수수료만 받을 것이다. 첫 이자의 30~50%만 받는다. 실질적으로 수수료가 0.5~0.8% 수준에 불과하다.

Q. 쩐당 서비스는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A. 현재는 베타테스트 기간이다. 3월 중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다. 현재 37개의 전당포가 쩐당 서비스에 가입했다. 올해 내로 서울 전지역의 전당포를 회원으로 확보할 생각이다. 사용자는 10만 명 정도만 확보하면 좋겠다.

2월 중순 웹 버전이 공개되고, 3월에는 안드로이드 앱과 아이폰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Q. 쩐당이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A. (웃음)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일단 전당포라는 단어를 연상케 한다. 로고는 엽전을 형상화한 것이다. 속된 말이지만 '쩐다(대단하다)'의 뜻도 담겨있다.

어벤쳐스 박진규 대표는?

보스턴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펀드 매니저와 부동산 컨설턴트를 했다. 국내에 낙후된 전당포 환경에 큰 충격을 받고, 자신의 금융 지식과 인맥을 이용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스타트업 업계에 뛰어들었다. 현재 9명의 직원과 함께 쩐당 서비스 출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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