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정신줄 놓을 여유도 필요하다”
네이버 웹툰 ‘놓지마 정신줄’ 신태훈 작가
만화의 본질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읽는 사람에게 희로애락을 준다는 점에서 예나 지금이나 만화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만화를 감상하는 방법은 변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수단으로 만화를 보게 된 것. 그 와중에 생겨난 것이 웹툰(Webtoon)이다. 웹툰은 Web(웹, 인터넷)과 Cartoon(카툰, 만화)의 합성어로 인터넷을 통해 배포하는 만화를 말한다.
웹툰의 인기가 부상하면서 웹툰 작가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그것을 토대로 웹툰을 그려낸다. 말이야 쉽지, 마감일까지 작업을 마무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웹툰을 그려내는 것이 힘들 법 한데도 불평불만 없는 작가들의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만약 나였다면 타인의 눈높이에 맞춰 웹툰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은 거뜬히 그것을 해낸다. 어린 독자뿐만 아니라 성인의 눈높이까지 고려해서 신중하게 웹툰을 제작한다.
‘놓지마 정신줄’도 그런 웹툰 중의 하나다. 전반적인 그림체와 극중 대사, 단어 등을 보면 10대~20대 초반을 대상으로 한 듯하지만 신태훈 작가는 서른 여덟의 아저씨다. 아기자기하고 조금은 엉뚱하기까지 한 웹툰을 그린다고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사뭇 진지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조금 의외였다고나 할까. 어쨌든 그와의 만남은, 평소에는 즐겁게 눈으로 훑어 내려가기만 했던 웹툰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IT동아 - 언제 웹툰 작가가 되려고 마음먹었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신태훈 - 이렇다 할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월드 오프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부터 ‘블리자드’ 커뮤니티를 인터넷에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때 게임 관련 제품을 기획하는 일도 도맡아 했다(물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러다가 2009년 즈음 게임 시장이 축소됨에 따라, 나만의 콘텐츠로 뭔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웹툰에 관심을 가졌다.
‘놓지마 정신줄’의 전반적인 컨셉을 잡은 후 이를 상표등록 한 때가 2008년도였다. 2009년에 연재를 시작했으니, 엄밀히 말하면 오픈하기 1년 전부터 조금씩 준비한 셈이다. 물론 캐릭터 디자인도 사전에 등록을 완료했다. 운이 좋게도 석 달 만에 콘텐츠 지원 산업 대상자로 선정됐고, 3개월 만에 본편이 네이버에 연재되기 시작했다.
IT동아 - 현재 ‘디바인웍스’ 대표이사인데, 회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다.
신태훈 - 디바인웍스(DivineWorks)는 게임 관련 상품은 물론이고 캐릭터 상품도 꾸준히 제작, 판매하는 회사다. 스마트폰 케이스부터 티셔츠, 지갑, 텀블러, 가방, 학용품 등 다양한 상품에 게임 및 웹툰 캐릭터가 활용된다. 우리가 운영하는 캐릭터 쇼핑몰인 ‘웹툰샵(www.webtoonshop.co.kr)’에 접속하면 이 제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캐릭터 상품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방문해 볼 만 하리라 생각한다.
IT동아 - 블로그 및 페이스북을 통해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태훈 - 그렇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솔직히 독자들과 소통하기 쉽지 않은 매체다. 물론 성인들도 내 웹툰을 읽긴 하지만, 주된 독자층인 어린 연령대의 친구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미투데이나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다. 예전에는 개인적으로 인터넷 쪽지를 주고 받는 일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쪽지 테러(대량의 쪽지 발송) 때문이다. 이에 주로 내 쪽에서 게시물을 올린다. 작가 신상이나 웹툰 전반적인 부분에 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는 이들도 많은데, 독자들의 취향이나 의견은 각기 다르기에 인정하려 한다.
IT동아 - ‘놓지마 정신줄’의 주요 캐릭터가 참 독특하다. 참신한 발상인 것 같다. 웹툰에서는 특정 대상이 캐릭터로 재탄생되는 경우도 있는데, ‘놓지마 정신줄’은 어떤가?
신태훈- 특정 롤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4인 가족을 캐릭터화했다. 대기업에서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아버지, 군대 가기 직전의 4차원적 남자 대학생 정신이, 한창 예쁜 것 고운 것만 찾아 다니기 바쁜 여고생 정주리, 이들을 적절히 중재 하는 기 센 어머니 등 보편적인(?) 가정의 모습을 담았다. 정신줄을 놓는 것은 이렇게 평범한 가정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IT동아 - 다양한 연령층이 ‘놓지마 정신줄’을 즐겨 본다. 하지만 작가 나름대로 대상 독자층을 두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신태훈 - 물론 성인 독자들도 있지만 컨셉 자체는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정도가 읽을 수 있도록 잡았다. 그래서 어린 친구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상’을 웹툰에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성인들 또한 때에 따라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그리는 것이 목표다.
IT동아 - 현 웹툰 작가로서 우리나라 웹툰 콘텐츠 유통 방식의 맹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신태훈 -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독자들은 디지털 콘텐츠 유료 구매에 인색하고 부정적이다. MP3 음원이나 동영상, 디지털 이미지 등 얼마든지 복제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웹툰의 경우 그런 현상이 더 심한 편이다. 독자 대부분이 웹툰 작가라면 그저 웹툰을 그려서 고료를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웹툰도 하나의 콘텐츠 상품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고 이를 다양하게 활용해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웹툰 작가가 살아야 웹툰 시장도 살아나기 마련이다. 독자들의 인식이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한다.
IT동아 - 그럼 웹툰 유료화에 대한 독자의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신태훈 - 기성세대의 경우 인식을 전환하기가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리라 본다. 그러나 이제 막 인터넷 콘텐츠를 접하는 어린 독자들이라면 가능하다. 모든 콘텐츠는 아무런 노력 없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산물임을 가르쳐 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르쳐야 한다. 처음부터 콘텐츠 유료 구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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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 최근 기업홍보형 웹툰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독자들과 웹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는가?
신태훈 - 기업형 웹툰이 작가들의 수익구조를 조금이나마 다양화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물론 너무 상업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선에서). 독자들도 특정 기업이나 제품 등에 대해 ‘웹툰’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어 좋다. 다만 기업형 웹툰을 볼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라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TV광고나 CF처럼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매체를 통해 노출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현재 기업형 웹툰은 대개 페이스북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포털 사이트나 블로그 등을 통해 게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IT동아 -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모바일 분야와의 상생이 불가피하리라 본다. 서로 다른 산업 분야다 보니 수익 분배에 따른 잡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어떤가?
신태훈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와의 콘텐츠 공급 제휴 시 정당한 수익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테면, 애플리케이션 개발사가 작가에게 콘텐츠 공급 제안을 보내면 작가 입장에서는 당연히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이를 받아들인다(특히 초보 작가). 그러나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중에는 그들의 소비자(모바일 사용자)와 작가의 중간 위치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익 구조를 내세우거나,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이나 소유권도 모호하게 처리하여 추가 수익까지 챙기는 곳이 많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나라 웹툰 시장에서 가장 먼저 해소돼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IT동아 - 현재 웹툰 작가를 꿈꾸는 새내기에게 조언할 말이 있다면?
신태훈 - 작가에게는 ‘마감’의 개념이 대단히 중요하다. 마감을 잘 지키는 것이 작가에게는 필수 덕목이다. 특히 웹툰은 대부분 연재 형태니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면 마감일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마감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소재를 찾을지, 캐릭터를 어떻게 최대한 살려야 할 지 놀면서도 고민할 수준이 돼야 한다. 그 스트레스를 이겨낼 자신이 없다면 작가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 게 낫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밝은 소재의 웹툰을 그리길 권한다. 혹자들은 어둡고 침울한 소재를 다뤄야 의식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인터넷 콘텐츠의 특성 상 웹툰은 5분 내외에 읽혀지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웃음과 감동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밝은 스토리만 생각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왕이면 밝은 소재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현대 사회는 누구에게나 힘들다. 성인들은 업무 스트레스에, 학생들은 공부 스트레스에 지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웹툰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면 작가로서는 더 바랄 게 없다. 끝으로, 잘 나가는 선배 작가들을 따라 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토리를 찾아 그리기를 권한다.
글 / IT동아 허미혜(wowmihy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