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기계식 키보드 한번 써봐? - 앱솔루트 K7 넌클릭 기계식 키보드
자동 변속기(오토) 차량이 대세임에도 수동 변속기를 고집하는 이들이 아직 적지 않다. 운전하기도 불편하고 힘들지만 클러치를 밟아 기어를 넣고 빼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들의 견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동차를 운전하며 진정한 ‘손맛’이 느낀다는 것. 이처럼 실제로 겪어 보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짜릿한 손맛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다. 이를테면 월척을 낚는 강태공의 낚싯대, 장외홈런을 치는 타자의 방망이, 300야드 가까이 공을 날린 프로골퍼의 드라이버, 리드미컬하게 타이핑하는 기계식 키보드 등이 대표적이다.
기계식 키보드... 타자기와 같이 키를 누를 때마다 특유의 ‘딸각거림’으로 타이핑하는 즐거움을 주는 특수 키보드다. 또한 장시간 타이핑에도 손가락이나 손목에 무리가 덜하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기계식 키보드는 이를 위해 각 키마다 독립된 ‘키 스위치’를 내장한다. 자동차에서 엔진이 생명인 것처럼, 기계식 키보드에서는 이 키 스위치가 전반적인 키감과 내구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계식 키보드 가격이 비싼 이유도 이 키 스위치 때문이다. 이는 일반형 침대 매트리스와 독립형 스프링 매트리스의 품질 및 가격 차이에 비교할 수 있다(물론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문서 작성 업무가 많은 환경에서는 기계식 키보드가 이래저래 유리하다는 소리는 얼핏 들었지만,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키보드는 단 몇천 원짜리 제품도 있는데, 기계식 키보드는 대개 10만 원 내외로 압도적으로 비싸다. 하지만 최근 ㈜앱솔루트코리아(www.abko.co.kr)가 출시한 K7 기계식 키보드는 5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기계식 키보드의 장점을 체험할 수 있다. 이에 키보드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본 리뷰어가 먼저 체험해 보고 그 견해를 전달하겠다.
K7 기계식 키보드, 이건 왜 이렇게 싸?
앞서 언급한 대로, 기계식 키보드에서 가격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는 내부의 키 스위치다. 어떤 키 스위치가 들어갔느냐에 따라, 그리고 외형과 디자인 등이 얼마나 꼼꼼하느냐에 따라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기계식 키보드의 키 스위치를 생산하는 업체는 체리(Cherry) 사나 알프스(Alps) 사, 후타바(Futaba) 사, NMB 사, 옴론(Omron) 사 등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체리와 알프스 스위치가 정도가 많이 사용된다. 이들 스위치가 적용된 기계식 키보드는 평균 10만 원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앱솔루트 K7은 ‘유사’ 알프스 스위치를 채택해 가격대를 절반 이하로 대폭 낮췄다. 그러면서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타이핑 감은 그대로 살리고 있다.
키감에 대해서는 차후 설명하고 우선 전반적인 외형에 대해 훑어 본다. 기계식 키보드라 해서 일반적인 (멤브레인) 키보드와 별반 다를 건 없다. 온통 검은색에 우측 상단의 빨간색 ‘ABSOLUTE’ 로고만 눈에 띈다. 키 개수는 총 106개라 있어야 할 키는 다 있다. 바닥에는 높이를 조절하는 받침대가 있다. 다른 키보드보다 받침대 너비가 넓어 타이핑 시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케이블이 본체 중앙에 달려 있어 책상 배치에 따라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돌려 (케이블 홈에) 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케이블은 고급형 키보드/마우스에 적용되는 직조 재질 케이블로 줄꼬임을 방지하면서 내구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키보드를 자주 이동 설치해야 하는 프로게이머 등에게 유리하다. USB 포트 쪽에는 노이즈 필터(일명 페라이트 코어)가 달려 있어 전기 신호 내 노이즈를 걸러 줄 수 있는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실 이로 인한 이점을 체험하기가 어렵긴 하다. 그래도 분명 있으면 좋(을 것이)다. 또한 USB 포트도 금도금 처리로 PC와의 안정적인 접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현저하게 체감할 수 있는 건 아니니 넘어간다. 그래도 분명 금도금하면 좋(을 것이)다.
한편 전반적인 키 배열은 일반 키보드와 다를 바 없으나 좌우측 알트(Alt) 키가 상대적으로 작다. 문서 작업에는 큰 지장 없겠지만, 알트 키를 자주 사용하는 게임 등에서는 사용자마다 변수가 있으리라 예상된다. 특히 윈도우 키와 동시에 눌려 자칫 게임 중 윈도우 바탕화면으로 빠질 수도 있겠다.
결정적으로 엔터 키의 모양과 그 옆에 어중간하게 위치한 ‘(원화)’키가 걸림돌이다. 흔히 이러한 키 배열은 일본식 또는 영문식 자판에 적용되는 것인데, 엔터 키를 칠 때, ‘\’ 키를 단독으로 칠 때 간섭 문제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본 리뷰어도 K7으로 타이핑하면서 그러한 문제를 가끔 경험하곤 했다. 이는 다음 제품에서는 분명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차라리 ‘ㄱ’자 모양 엔터 키를 ‘ㅡ‘ 자 모양으로 바꾸고 ‘\’ 키를 그 위로 올리는 게 나으리라 본다.
키캡을 뽑으면 녹색의 키 스위치를 볼 수 있다. 녹색은 넌클릭(non-click) 방식으로, 기계식 특유의 딸각거림을 다소 줄여 키 소음이 크지 않도록 한 스위치다. 아울러 청색은 클릭 방식으로, 경쾌하지만 고속 타이핑 시 다소 시끄러울 수 있으니 사무실 등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유사’ 알프스 스위치라 하니 ‘오리지널’ 알프스 스위치도 이와 비슷하다고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알프스 오리지널’이라고 우겨도 될 만하다.
잠깐!
십 년 전에 사용하던 구닥다리 키보드의 키캡을 뽑아 봤더니 K7과 같은 키 스위치가 보인다면 잘 닦아서 고이 보관해 두기 바란다. 누군가가 비싼 값에 구매하려 들 수도 있으니까.
끝으로 손목받침대가 들어 있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 사용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본 리뷰어는 손목받침대가 없는 상태에서 장시간 타이핑해 보니 손목에 힘이 들어가 약간 부자연스럽기는 했다. 손목 받침대 하나 추가한다 해서 가격이 확 뛰는 것도 아니니 다음 버전에서는 추가되길 기대해 본다.
가격이 저렴하면 키감도 저렴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5만 원대 기계식 키보드 치고, ‘유사’ 알프스 스위치 제품치고 결코 나쁘지 않다. 충분히 5만 원 값어치는 한다고 본다. 시답지 않은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보다는 확실히 명쾌하고 리드미컬한 타이핑이 가능하다. 키를 내려치는 타건감도 괜찮고 이에 반응하는 속도도 비교적 괜찮았다. 물론 체리 스위치를 채택한 고급 키보드의 키감에 비해서는 다소 거칠고 투박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이 가격대에 이 정도 키감과 타이핑감이라면 기계식 키보드 입문용으로는 적합하리라 판단된다.
게임 플레이에는 어떨지 키보드만 사용해 조작하는 게임 몇 개를 테스트해 봤다. 농구 게임인 ‘프리스타일’은 화살표 방향키 4개와 a, s, d, w, f, e 키 등을 연속으로 눌러 조작해야 한다. 아쉽게도 K7은 기계식 키보드지만 6개 키 이상의 ‘동시’입력을 지원하지 않지만, 8개 이상의 키를 연속으로 눌러야 하는 프리스타일에서도 별 무리 없이 잘 플레이할 수 있었다. 기계식 키보드지만 캐릭터 움직임도 자연스러웠고, 화살표 키를 움직이며 정확한 타이밍에 슛/패스/블록/리바운드 등의 모션도 잘 인식됐다. 이외에 마우스를 사용하는 총쏘기 게임(FPS)이나 몬스터잡기 게임(RPG) 등은 더 이상의 테스트가 무의미할 정도로 무난하게 입력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대전 게임과 같은 키보드 ‘강타’ 게임에서는 전자오락실 버튼처럼 경쾌한 키감까지 체험할 수 있어 나름대로 괜찮았다.
이참에 도전해 볼 만한 초보자용 기계식 키보드, 앱솔루트 K7
물론 수정/보완해야 할 부분도 앞서 언급한 대로 몇 가지 있다. 다만 앱솔루트코리아는 이 제품 이후로 부담 없는 가격의 기계식 키보드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전 제품에서 부족한 부분은 당연히 개선되리라 예상한다. 평소 컴퓨터 작업 중 절반 이상이 문서 작업인 환경이라면 이제는 K7을 통해 기계식 키보드를 접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가격도 사양도 키감도 이만하면 비교적 괜찮을 것이라 판단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인해 터치 입력이 대세라 하더라도, 데스크탑PC에서 문자를 입력하는 데는 키보드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키보드(와 마우스)는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주변기기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그리고 작업 효율이 높은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자신(과 손목)을 위해 5만 원 정도는 투자할 만하지 않은가.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