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처리, 목소리만 크면 된다? 천만에!

이문규 munch@itdonga.com

코원 자동차 블랙박스 ‘오토캡슐 AC1’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가장 먼저 사상자 구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또는 증인)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자칫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몰리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의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경우엔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생각이 만연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정부는 자동차 사고 당시의 정황을 기록하는 자동차용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처리 중에 있다.

블랙박스는 원래 항공기의 비행 기록을 저장하여 사고 발생시 원인을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이에 항공기용 블랙박스는 사고 충격에도 저장된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도록 특수한 재질로 제작된다. 자동차용 블랙박스는 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동차 운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녹화, 저장하여 시고 발생 시점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여러 국내 제조사가 자동차용 소형 블랙박스를 출시하고 있어 이전보다는 가격도 저렴해졌고 기능과 성능도 한층 강화됐다. 국산 MP3, PMP 전문 업체인 코원에서도 최근 자동차용 블랙박스 신제품인 '오토캡슐 AC1(이하 오토캡슐)'을 내놓고 시장 진입에 나섰다. 아직까지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국내 블랙박스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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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P 회사에서 웬 블랙박스?

자동차용 블랙박스는 기본적으로 전면 렌즈를 통해 자동차 운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녹화하는 형태이기에 일종의 영상 녹화기라 할 수 있다. 십수 년간 영상/음향 기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코원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 한 분야다.

오토캡슐(Auto Capsule)은 이름대로 알약처럼 생겼다. 타사 제품보다는 약간 큰 감이 있지만 자동차 전면 유리 상단에 부착하기에는 별 어려움 없다. 우선 본체 정면의 ‘HD’라는 글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오토캡슐은 2백만 화소의 렌즈를 장착하여 HD급 화질인 720p(해상도 1,280 x 720)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사용되던 디지털카메라를 블랙박스로 사용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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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존의 4:3 비율이 아닌 16:9 와이드 화면 비율로 촬영하기에 영상 폭이 넓다. 자동차 전면 유리에 장착하면 좌우 113도까지 촬영된다. 운전자의 실제 시각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아울러 렌즈부가 180도 회전하기 때문에 전방 상하는 물론 필요에 따라 자동차 실내까지 촬영할 수 있다(친구나 연인, 가족끼리 드라이브하며 차 안의 상황을 담아두기에 좋겠다).

구조도 단출하다. 전면에 촬영 렌즈 우측에 수동 녹화 버튼, 좌측에 자동차 시거잭 단자 및 외부 기기 출력 단자, 밑 커버를 열면 마이크로SD 메모리 슬롯(8GB 기본 내장) 등이다. 렌즈를 회전시켜도 수동 녹화 버튼 위치는 그대로라 조작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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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도 간단하다. 거치대를 끼우고 자동차 전면 유리 상단 중앙 정도에 양면 테이프로 부착한 뒤 전원 케이블을 시거잭에 연결하면 된다. 실내까지 촬영하려 한다면 렌즈부가 룸미러에 완전히 가려지게 부착하면 안되겠다. 참고로 오토캡슐 장착 후 한번 주행 촬영해 보고 렌즈 각도를 조정하는 게 좋겠다. 너무 아래로(보닛쪽) 내리거나 위로(차 천장쪽) 올리면 전면 상황을 충분히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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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블랙박스 ‘오토캡슐’, 어떻게 사용하나

위와 같이 오토캡슐을 설치한 다음 전원을 넣으면 수동 녹화 버튼 주위의 LED가 작동 상태를 표시한다. 기본적으로 오토캡슐은 ‘상시 녹화’로 작동하기에 시동을 걸면(시거잭이 전원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전방 상황을 녹화한다. 상시 녹화가 필요 없을 경우, 수동 녹화 버튼을 한번 누르면 수동 녹화 모드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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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는 1분 단위로 끊어서 메모리에 파일로 자동 저장된다(50개 파일마다 새 폴더를 생성). 각 파일은 20MB~40MB 정도이며 녹화일시를 파일이름으로 기록하니 원하는 날짜 및 시간의 영상을 선택하기 편하다. 아울러 메모리 용량이 부족하면 오래된 파일부터 순차적으로 자동 삭제되니, 필요한 영상은 미리미리 PC 등으로 복사해 둬야 하겠다. 참고로 전방에 움직임이 없는 경우(예, 주정차 시)에는 해당 녹화 파일 용량은 몇 MB 정도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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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 영상은 일반적인 PC용 동영상 형식인 .avi 파일로 저장된다. ‘곰플레이어’나 ‘다음팟플레이어’ 등을 통해 직접 재생하거나, 코원 홈페이지에서 오토캡슐용 재생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설치하고 재생해도 된다. 아무래도 오토캡슐 재생 프로그램이 깔끔하고 편리하고 기능도 다양하니 이를 사용하는 게 좋을 듯하다. 여담으로, 오토캡슐은 자동차 블랙박스치고는 상당히 깔끔하게 녹화되어 앞 차량의 번호판은 물론 전방 교통표지판까지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지만, HD급이라 하여 영화와 같은 선명한 화질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울러 야간에도 물론 주변이 정확하게 식별될 만큼 잘 녹화된다. 화면 상단에는 녹화 당시의 일자와 시간이 표시되어 사고 발생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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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동영상은 운행 상황에 따라 ‘상시녹화’, ‘이벤트녹화’, ‘수동녹화’, ‘모션녹화’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특히 이벤트녹화는 주행 중이나 주정차 중 충격이나 큰 움직임이 감지되면 그 시점부터 15초 전과 15초 후의 상황을 별도로 자동 녹화하는 기능이다. 직접 사용해 보니 조금 높은 과속방지턱만 넘어도 이벤트녹화가 자동 실행될 정도로 움직임에 민감하니, 오토캡슐 재생 프로그램 내 환경설정 창에서 이벤트 인식 감도를 적절히 조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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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오토캡슐은 주차 후 상황도 녹화할 수 있는데, 시동을 큰 상태에서도 녹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시거잭이 아닌) 자동차 ‘상시전원장치’를 통해 연결해야 한다. 상시전원장치는 코원 홈페이지에서 별도 구매해야 하며, 자동차 배선에 대해 모른다면 인근 자동차 공업소 등을 찾아 설치를 요청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토캡슐의 주차녹화 모드는 모션감지 센서에 입력되는 영상에 변화가 있을 경우에만 녹화를 시작하는 형태라, 전원 소비도 극히 적고 메모리 용량 걱정도 덜 수 있다. 렌즈가 회전하기 때문에 렌즈 방향을 실내로 돌려 놓으면 차량 침입 등을 감시할 수도 있다.

이외에 별 다른 사용방법은 없다. 주차녹화가 필요 없다면 그냥 상시녹화 모드로 사용하다 필요할 때 원하는 시간대의 동영상 파일을 복사하면 된다. 자주 조작하거나 설정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 기본적인 동작 상태는 녹화버튼 주위 LED 빛으로 알 수 있고, 녹화 모드는 음성으로 알려 주니 말이다. 마이크로SD 메모리 리더까지 빠짐 없이 챙겨 넣은 배려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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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품에 함께 동봉된 사용설명서를 한번쯤은 꼼꼼하게 읽어 숙지하는 게 좋을 듯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다양한 녹화모드를 지원하니 잘 알아두면 자신의 운전 환경 및 여건에 맞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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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이 아닌 필수가 된 자동차 블랙박스, 이왕이면...

다른 기기와 달리 블랙박스는 특성 상 한번 장착해 두면 자주 만지작거릴 필요가 없다. 본 리뷰어도 차량에 일단 장착하니 웬만해서는 거치대에서 분리할 기회가 없었다. 매일 차량을 이용하니 굳이 수동촬영 모드로 전환할 이유도 없었다. 그냥 평소와 다름 없이 운전하면 된다. 따라서 자동차 블랙박스는 사실 이 이상의 기능이나 성능이 필요 없으리라 판단된다. 메모리 용량이나 많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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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현재 오토캡슐은 8GB 메모리 모델과 16GB 메모리 모델 두 종류로 판매되고 있다. 코원 홈페이지의 공식적인 가격은 각각 189,000원, 229,000원이다. 타사 제품의 경우 저렴한 것(물론 기능이나 사양은 낮다)은 5만 원~10만 원 수준, 오토캡슐과 비슷한 경우 15만 원~30만 원 수준으로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어느 것이든 블랙박스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다만 가격차가 크지 않으니 이왕이면 언제 사라질 지 모를 브랜드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잘 알려진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하는 게 사용자에게 전적으로 유리하리라 생각한다.

자동차 안전벨트를 매는 목적이 이제는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함이 아니듯, 오토캡슐을 장착하는 것도 법 규제를 떠나 결국엔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최소의 보호장치임을 기억하자.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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