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IT 결산] 2011년 IT를 뜨겁게 달군 7대 사건사고
다사다난했던 2011년을 보내야 할 때가 왔다. IT동아 편집부는 연말을 맞아 올해 IT분야의 주요 사건사고, 추천기기, 내년 트렌드를 정리한 기획 3부작을 준비했다. 오늘은 연말 결산 그 첫 번째로 2011년 한 해 IT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사건사고를 정리했다.
1부 - IT동아가 정리한 2011년 IT 시장을 뜨겁게 달군 사건/사고
2부 - IT동아가 뽑은 2011년 BEST IT제품
3부 - IT동아가 전망하는 2011년을 빛낼 예상 트렌드
1. 스티브 잡스, IT계의 큰 별 지다
애플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 스티브 잡스의 사망은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혁신의 아이콘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롤모델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2011년 10월 5일 향년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IT 업계를 호령했던 그였지만 오랜 지병이었던 췌장암은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의 건강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은 올해 초였다. 그는 1월 중순 “건강 문제로 인해 이사회에 병가를 신청한다. 가능한 빨리 복귀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CEO 자리를 비웠다. 2009년에도 병가를 낸 적이 있지만, 기간을 정하지 않은 무기한 병가는 처음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2004년부터 그를 괴롭혔던 췌장암이 재발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2월에는 6주 시한부설이 나돌았다. 북미의 모 주간지가 스티브 잡스로 추정되는 초췌하고 여윈 남성의 사진을 게재하며 그의 병세가 심각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주간지는 ‘카더라(추측) 통신’으로 유명한 잡지였고, 사진 속 남성이 스티브 잡스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리고 얼마 후 스티브 잡스는 보란 듯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러한 시한부설을 일축시켰다. 이에 그의 건강을 둘러싼 악성 루머들이 잠잠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8월 24일 스티브 잡스가 애플 CEO직을 전격 사임하자 또다시 전 세계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CEO로서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됐다”며 애플의 한 직원으로 근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병세는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이다.
전격 사임이 채 한 달 보름도 지나지 않은 10월 6일,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황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전세계에서 추모 행렬이 이어졌고, 경쟁사들조차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는 애플의 CEO가 아닌, IT 업계 전체의 CEO였다.
2. 막말싸움까지 비화된 3D TV 전쟁
“패시브 방식이 풀HD라니, 정말 멍청한 XX들밖에 없는 것 같다.”
3월에는 삼성전자의 임원이 LG 디스플레이를 원색적으로 비난해 논란을 빚었다. 삼성전자 3D TV의 셔터글래스(SG)방식과 LG전자 3D TV의 필름패턴편광안경(FPR)방식을 비교하는 시연회에서 필름패턴편광안경방식이 풀HD(1080p 초고화질)가 아니라며 이 같은 발언을 한 것.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욕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 증명을 발송하고, 발언이 사실일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해당 임원이 사과 서한을 보내고 LG디스플레이가 이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 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D TV 방식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 왔다. 삼성전자는 “필름패턴편광안경방식은 필름을 덧대기 때문에 화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LG전자는 “셔터글래스방식은 시야각이 좁고 깜박임으로 인한 피로감이 심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과 언론들의 평가도 엇갈렸다. 2월 영국 IT매체 씨넷은 삼성전자의 TV에 별 다섯 개를 주며 극찬했지만, 6월 북미 소비자단체 컨수머리포트는 LG전자 TV를 최고의 추천 제품으로 꼽았다. 3월 국내에서 열린 소비자 품평회에서는 LG전자의 제품이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삼성전자가 데이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한바탕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3. 애플과 삼성의 법정 싸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치열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제품 디자인을 베꼈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전자는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도용했다며 응수했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용호상박의 상황. 하지만 삼성전자는 소송과는 별개로 애플에 계속 부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싸움은 싸움이고, 협력은 협력이라는 미묘한 논리다.
애플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모퉁이 부분이 둥글게 처리된 사각형이라는 점, 테두리가 금속성이라는 점, 통화 버튼과 같은 어플리케이션 모양의 유사성, 문자메시지 인터페이스가 비슷하다는 점 등이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4월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애플이 문제 삼은 부분은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디자인”이라고 주장했다. 소송 초기에는 일부 국가의 법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전자가 수세에 몰렸지만, 10월에 미국 내 판매금지 가처분소송이 기각되면서 삼성전자 역시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디자인 관련 소송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세계 곳곳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삼성전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자사의 3G 무선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며 네덜란드, 프랑스 등지에서 해당 제품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애플은 “퀄컴에서 휴대폰 칩셋을 공급받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고도 3G 특허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반박했다.
4. 구글, 모토로라 인수하다
8월에는 구글이 125억 달러를 들여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의 강세에 힘입어 하드웨어 영역까지 손을 뻗은 것이다. 이 소식은 관련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 동안 HTC,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표준)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구글과 돈독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은 모토로라가 전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 동안 휴대전화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모토로라의 점유율이 상승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존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경쟁자가 된 상황’에 놓이게 된 것. 물론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은 여전히 유지된다.
하지만 구글과 휴대폰 제조사들이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것은 아니다. 애플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애플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HTC, 삼성전자 등에 특허관련 소송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지만 구글은 이렇다 할 지원사격을 하지 못하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모토로라가 수십 년간 쌓아온 17,000여 개에 달하는 특허를 무기로 삼아 애플과 직접적으로 전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애플의 소송에 시달리던 안드로이드 진영은 한 숨 돌리게 될 전망이다.
5. LTE시대 본격 개막, 2G 사용자 떠밀려나나
2011년 통신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4G(4세대) LTE 이동통신이었다. 지난 10월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LTE 상품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섰고, KT도 12월부터 서울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3대 이동통신사들의 사활을 건 경쟁 때문에 통신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두된 뜨거운 감자가 2G(2세대) 사용자 이전 문제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2G 서비스를 하루빨리 종료해야 유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G 서비스용 주파수를 LTE용으로 전환해야 하는 KT는 2G 서비스 종료에 전사적인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부 2G 사용자들이 번호유지 등의 이유로 이전을 거부하면서 KT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KT는 4월 방송통신위원회에 2G 서비스 폐지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남아있는 사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유보했다. 7월에도 마찬가지 이유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KT는 11월 마침내 2G 서비스 종료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아냈다. 2G 잔존 사용자 수가 전체 KT 이동통신 사용자의 1% 미만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KT는 12월 8일에 2G 서비스를 종료한다. 이제 KT에서 2G 서비스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다른 이동통신사로 번호를 이동하거나 3G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2G 사용자들의 원성이 극에 달했고, KT는 기업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6. 농협, 네이트, 넥슨도 털렸다
연초부터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해킹으로 몸살을 앓았다. 3월에는 청와대, 국가정보원, 금융기관 등 40개 웹사이트를 상대로 대규모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거부 공격) 공격이 벌어졌다. 이는 2009년 발생한 7.7 디도스 대란 때와 유사한 공격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P2P사이트가 유포처로 확인됐다. 하지만 2009년보다 향상된 대응 수준 덕분에 서버다운과 같은 치명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다.
4월에는 농협의 금융 서비스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협력업체 직원의 노트북에서 파일삭제 명령이 실행됐고, 총 275대의 서버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 처음에는 직원의 단순한 실수로 알려졌으나 검찰 조사 결과 외부의 소행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건 발생 일주일 후 검찰은 지난 두 차례 디도스 공격 때와 유사한 수법으로 미루어보아 북한이 범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7월에는 대형포털 네이트의 가입자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SK컴즈는 ID,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이름 등 총 3,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중국 IP를 통해 유출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스트소프트의 ‘알집’ 서버가 해킹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고, 이 때문에 보안업체 이스트소프트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이로 인해 수백 명의 피해자들이 네이트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11월에는 넥슨의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의 백업 서버가 해킹돼 1,3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넥슨은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2차 피해 방지에 나섰지만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7. 카카오톡으로 불거진 통신망 과부하 논란
토종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가입자 수가 11월 기준 3,000만 명을 돌파했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거의 모두가 카카오톡을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매일같이 카카오톡에 접속해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이에 따라 하루에 전송되는 메시지만 수억 건. 3G망 전체 트래픽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이동통신사들의 주장이다.
이에 3월 말, 이동통신사들이 카카오톡을 유료화하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사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하자 이동통신사와 카카오톡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로 인해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망을 사용하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이동통신사가 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해 특정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한국 사용자들이 야기하는 데이터 트래픽은 세계 평균의 3배가 넘는다”며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결국 이동통신사들은 LTE 시대부터는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