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스마트폰 전쟁’을 바라보며
삼성 옴니아의 선전 포고, 애플 아이폰의 막강한 반격
전쟁의 포문을 먼저 연 것은 삼성 옴니아2. 2009년 10월 말 출시되어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널리 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판매는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이러한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했다는 것. 이와 함께 기존 자사 휴대폰 인터페이스와 유사하여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옴니아2가 극복해야 할 난제로 대두됐다. 그래도 시장을 선도하는 일부 얼리어답터들과 언론의 반응에 힘입어 어렵게나마 스마트폰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기존에도 스마트폰 시장이 있긴 했으나 그 규모가 매우 작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계를 채택한 옴니아2는 500만 화소의 카메라와 지상파 DMB, GPS 수신, AMOLED 고화질 화면 등의 다양한 부가 기능 등을 주무기로 하고 있다.
옴니아2가 ‘1인 독주 체제’로 입지를 굳히려던 같은 해 11월 말,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등장하면서 판국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양상으로 급변했다. 이미 외국에서 극찬을 받은 바 있는 아이폰은 국내 출시와 동시에 파죽지세로 판매되면서 출시 2개월 만에 옴니아2를 강력하게 위협하는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당황한 옴니아2 측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이를 저지하려 했으나 이미 전세는 아이폰 측으로 기운 후였다. 아이폰이 국내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삼성과 상당한 격차가 있음에도 이토록 무서운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혁신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때문이었다. 옴니아2와는 차원이 다른 유연하고 부드러운 터치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단박에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이후 각 언론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아이폰은 전반적으로 시장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폰에도 약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에 따른 불투명한 A/S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막강한 A/S를 자랑하는 옴니아2 쪽으로 관심이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 발생 시 중고 제품으로 교체해주는 애플의 A/S 정책은 사용자들에게 불만을 사기에 충분했다(삼성의 경우, 즉시 수리해주거나 신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옴니아2 진영에서는 이를 빌미로 전세의 역전을 꾀했으나, 그러한 A/S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아이폰을 고집하겠다는 소비자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이는 아이폰 인터페이스로 얻은 ‘무한한 만족감’이 A/S 정책에 따른 불안과 불만을 가볍게 뛰어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 아이폰은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실제로 배터리 용량 부족을 호소하는 아이폰 사용자가 거의 없어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이처럼 아이폰과 옴니아2는 사용자층이 극명하게 나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내 판매량에서는 2010년 2월 현재 옴니아2가 약간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장을 주도할 정도는 아니다. 사실 판매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사용자라면 이미 아이폰이든 옴니아2든 하나는 구매했을 것이기에, 이후 새로운 사용자층을 겨냥하지 않는 이상 전세를 뒤엎을 판매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결론적으로, 작년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이 막 활성화될 시기를 ‘제1라운드’라 하면 이때는 옴니아2의 부전승, 그 후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제2라운드’는 아이폰의 KO승으로 볼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폰 가세, ‘삼파전’ 각축
2010년 새해가 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또다시 술렁이게 된다. 아이폰, 옴니아2의 2강 체제로 돌입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항마인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등장해 출시 초기부터 심상치 않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폰 사용자층과 같은 전폭적인 지지 세력이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 그래도 두 진영에서 그냥 방관하고만 있을 만큼 녹록한 상대가 아님을 깨닫고 있다. 국내에서는 모토로라의 ‘모토로이’가 안드로이드폰으로 첫선을 보였으며, 현재까지 약 2만여 대가 (예약)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아이폰과 옴니아2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시쳇말로 ‘듣도 보도 못한’ 제품이 출시 직후 2만 대가 팔렸다는 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결과이다.
안드로이드폰은 세계적인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한 스마트폰이다. 아이폰의 ‘아이폰 OS’나 옴니아2의 ‘윈도우 모바일’보다 상대적으로 익숙해지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터치에 따른 반응속도가 아이폰보다 빠르며, 스마트폰 제조사마다 다른 인터페이스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차세대 스마트폰 OS라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의 단점을 보완하면 옴니아2는 물론이고 아이폰까지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들 역시 현재는 모토로이 한 개 제품만 출시됐지만 이후 제품이 다양해지면 10만 대 판매도 머지않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는 즐겁다?
이외에도 다양한 스마트폰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어 바야흐로 ‘스마트폰 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옴니아2를 이은 새로운 스마트폰인 ‘바다폰’을, LG전자도 GW990, 210시리즈 등을 줄줄이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도 얼마 전 ‘윈도우폰7’을 발표하고 그동안 주춤했던 사용자들의 관심을 다시 집중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LG 스마트폰 ‘GW990’
이후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역시 출시 후 주목을 받으리라 예상되는 바, 올해 중순 이후부터는 지금보다 훨씬 치열한 시장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각 제조업체, 서비스업체에는 피 말리는 경쟁의 연속이겠지만, 정작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는 즐겁기만하다. 그들만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제품 자체는 물론 가격에서도 소비자가 얻는 이점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윈도우즈폰7 내장 스마트폰
하지만, 마냥 즐거워하기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 역시 ‘스마트’해져야 함을 기억해야 하겠다. 당시의 트렌드에 편승해 막연한 기대감으로 구매한다면 일반 휴대폰보다 비싸기만 할 뿐 나을 것이 별로 없을 테니까. 따라서 즐거워하며 지켜보되 또는 즐거운 마음으로 구매하되, (어떤 제품이 됐든)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자신이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정보나 지식이 있는지, 없다면 기꺼이 학습할 의향이 있는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삼성 스마트폰 ‘바다폰’
[편집자 주]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은 구글OS를 내장한 스마트폰을 통칭하며, 아이폰에는 아이폰OS가, 옴니아2에는 윈도우 모바일이 각각 기본 운영체계로 내장됐다. 이에 따라 본문에서는 ‘안드로이드OS/아이폰OS/윈도우 모바일’ 또는 ‘아이폰/옴니아2/모토로이’로 구성하는 것이 정확하지만, 현재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명칭(또는 호칭)에 따라 ‘아이폰/옴니아2/안드로이드폰’의 3강 구도로 언급했음을 밝힌다. 국내의 안드로이드폰으로는 현재 ‘모토로이’가 출시됐고, ‘넥서스원’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