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뺀 PC 바이러스 전문 병원, 아비라 백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서른을 넘기니 몸이 예전같지 않다. 조금만 무리해도 눈이 침침해지고 어깨가 뻐근해지는 일이 다반사다. 좋은 유행은 하나도 따라가지 못하면서, 환절기 감기 같은 나쁜 유행에는 절대 뒤처지는 법이 없다. 그래서 항상 약을 달고 산다.

제 몸은 끔찍이 아끼면서도 PC 건강은 나몰라라 살았다. 누군가 설치해 준 무료 백신이 있긴 하지만 초기에 설정한 그대로 쭉 쓰고 있다. 백신 성능이 좋은지 나쁜지도 잘 모르겠다. ‘무료 백신이 다 그렇지, 더 심해지면 포맷하지 뭐’라는 생각에 조금씩 시름시름 앓아가는 PC를 보면서도 딱히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1)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1)

최근 독일산 무료 백신 프로그램, 아비라(Avira)의 한글 버전이 국내에 상륙했다. 백신이라고는 V3 Lite, 알약, 네이버백신밖에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전 세계 통틀어 1억 명이 사용할 정도로 유명한 백신이란다. 국내에서도 한글 버전이 나오기 전부터 아비라를 알음알음 써온 사람들이 약 10만 명에 달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도 아비라를 써보라는 권유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이쯤 되니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비록 백신에 대해서는 초보나 다름없는 수준이지만, 무료에 한글 버전이라는 점에 용기를 냈다.

병원이 치료만 하면 됐지, 음료수까지 팔아야 하나요?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2)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2)

이번에 아비라가 한글로 번역해 내놓은 제품은 개인용 홈오피스 제품 3종이다. 무료 백신인 아비라 안티버 퍼스널(Avira AntiVir Personal), 웹브라우저 악성코드 방지 기능인 웹가드(webGuard)와 해로운 이메일을 차단하는 기능인 메일가드(MailGuard)가 내장된 아비라 안티버 프리미엄(Avira AntiVir Premium), 방화벽과 자녀보호 기능 등이 추가로 탑재된 통합 보안 제품 아비라 프리미엄 시큐리티 슈트(Avira Premium Security Suite)다. 이 중 아비라 안티버 퍼스널(이하 아비라)을 사용해 봤다.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3)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3)

아비라를 처음 설치할 때 받은 느낌은 참 깔끔하다는 점이었다. 국내 무료 백신에 으레 딸려오는(혹은 설치를 유도하는) ‘툴바’ 유틸리티가 없다. 그냥 달랑 백신 하나가 전부다. 백신 기능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 부분은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PC에 이것 저것 깔리는 것이 싫은 사람은 환영할 테고, 여러 가지 기능을 한번에 이용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쉬워할 것이다. 국내 무료 백신이 약국, 편의점, 만화방, 식당을 두루 갖춘 종합병원이라면 아비라는 의료진만 대기하고 있는 전문병원이랄까. 어느 쪽을 더 나은지는 오로지 사용자가 판단할 몫이다.

한 가지 주목할만한 장점은 윈도우7 64비트 운영체제에서도 작동한다는 점이다. 국내 무료 백신 중에는 윈도우 64비트를 지원하지 못하는 제품이 더러 있다. 알약과 네이버 백신이 윈도우 64비트를 지원하지 않으며, V3 Lite도 윈도우 64비트 환경에서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어베스트(avast), AVG 등 외산 무료 백신들은 윈도우 64비트를 지원한다. 아비라 역시 다른 외산 무료 백신들처럼 윈도우 64비트를 지원하고 있다. 아비라가 한글 버전이 출시되기 전부터 10만 명의 국내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4)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4)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5)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5)

아비라가 차지하는 용량은 약 100MB 정도다. 국내 무료 백신들과 비교하면 중간 수준이다(알약은 325MB고, 네이버 백신은 12.7MB다). 사실 테라바이트 용량의 하드디스크가 나오는 마당에 백신이 차지하는 용량은 크게 의미가 없긴 하다. 메모리 점유율도 그렇다. 작업관리자에서 확인해본 결과, 아비라를 화면에 띄우고 아무 기능도 수행하지 않았을 때 ‘avcenter.exe’의 메모리 사용량은 약 18MB, 기본적으로 활성화되는 ‘avguard.exe’의 메모리 사용량은 약 15MB였다. 이 정도면 요즘 PC에서는 무겁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다른 백신도 비슷한 수준이다).

기존 백신이 성긴 빗이면, 아비라는 참빗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6)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6)

다음은 아비라를 실제로 구동시켜봤다. 참고로 백신 프로그램은 여러 개를 쓴다고 바이러스를 잘 잡아내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각 백신의 실시간 감시 기능이 서로 충돌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백신을 쓰고 싶을 때는 다른 백신들을 PC에서 제거하길 권장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두 개 이상의 백신이 설치되어 있다면 둘 중 하나는 제거하는 것이 좋다.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7)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7)

아비라 구동 전에, 기존에 쓰던 무료 백신으로 실시간 검사를 수행한 상태였다. 따라서 PC는 깨끗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아비라를 구동한 결과 새로운 맬웨어(malware, 악의적 파일) 파일이 하나 추가로 발견됐다. 이 파일이 반드시 바이러스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본 리뷰어 동의 없이 무단으로 설치, 저장된 파일임은 분명해 보였다. 기존 백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아비라가 잡아낸 것이다.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8)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8)

아비라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검색 엔진인 ‘아비라 안티바이러스 엔진’은 바이러스 탐색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비라 측의 설명에 따르면, 아비라는 주당 25,000개의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3,500~7,000개의 악성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 따라서 웬만한 바이러스와 악성코드는 아비라가 쳐놓은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9)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9)

하지만 그물이 너무 촘촘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오진이 나올 수 있다. 본 리뷰어가 사용해봤을 때는 별 문제 없었지만, 아비라가 일부 온라인 게임 업데이트와 금융 사이트의 설치 프로그램을 악성코드로 오진했다는 사례가 종종 들린다. 따라서 아비라로 바이러스 검사를 수행한 후, 해당 파일이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10)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10)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11)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11)

아비라가 진단한 파일이 정상 파일이라면, 다음 번에 또 다시 오진이 나오지 않게 검사에서 제외시키도록 한다. 파일을 제외하려면 상단 탭에서 기타 -> 구성 -> 고급모드 -> 검사 프로그램 -> 검사 -> 예외로 들어가 해당 파일을 등록하면 된다. 여기에 등록된 파일은 다음부터 감염 여부를 검사하지 않는다.

이 밖에 아비라 백신이 해외에서 인기 높은 이유 중 하나가 활성화된 사용자 포럼이다. 여기서는 제품 관련 정보뿐 아니라 바이러스나 스파이웨어 등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는데, 한글 버전이 공개되면서 한글 포럼도 개설됐다. 다만 개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보량은 많지 않지만, 제품이나 바이러스 정보 등에 관심이 있는 사용자라면 향후 두고두고 참고할 만하다.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12)
“딱걸렸어!” 아비라의 철통 수비 뚫을 수 없네 (12)

구슬 서 말을 꿰었어도 누군가 알아줘야 진짜 보배

"한 번 써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존 백신 써도 된다."

아비라 데이비드 입(David Ip) 북아시아 총괄 부사장이 IT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직접 써보니 괜한 자신감은 아닌 것 같다. 확실히 아비라는 바이러스 탐색 기능에서 기존 국내 무료 백신보다 뛰어난 부분이 있다. 아비라의 실시간 감시 기능으로 PC의 악성코드가 발견될 때마다 ‘이 놈 일 열심히 하고 있군’이라고 토닥여 주고 싶은 심정이다. PC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됐다는 사실은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주루룩 발견된 악성코드를 제거하고 나면 또 괜히 뿌듯하다. 마치 농익은 여드름을 짤 때 아프지만 시원한 기분과 비슷하달까.

문제는 사람들이 아비라가 무엇인지, 또 아비라의 성능이 다른 백신보다 좋은지 모른다는 점이다. 아니, 안다고 해도 쉽사리 기존에 쓰던 백신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불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익숙한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 때문이다. 따라서 아비라는 무엇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사람들에게 백신을 바꿀 충분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사용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성능’이 아니라 ‘익숙함’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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