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그래픽카드 없이 3D 게임 돌리는 2세대 코어 시리즈 출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 자체만으로 시장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는 업체가 몇 군데 있다. PC용 운영체제를 지배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의 강자 ‘애플’, 그리고 CPU 시장의 맹주인 ‘인텔’ 같은 업체가 좋은 예일 것이다. 특히 인텔은 자사에서 새로운 CPU 및 관련 기술을 발표하는 주기가 바로 PC의 세대가 교체되는 시기처럼 인식될 정도로 PC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다.
이러한 인텔에서 1월 18일, 새로운 CPU를 발표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번에 발표한 제품은 개발 코드명 샌디브릿지(Sandy bridge)로 불리던 2세대 코어 시리즈로, 제품명은 기존의 1세대 코어 시리즈와 같이 코어 i3 / 코어 i5 / 코어 i7이지만 성능 및 기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아바’, ‘아이온’도 그래픽 카드 없이 쌩쌩?
이날 행사의 시작을 알린 것은 인텔코리아의 CEO인 이희성 사장이다. 이 사장은 이번 2세대 코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을 ‘스마트한 성능과 빌트-인 비주얼’이라고 정의하면서, 여기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때 고성능을 적절하게 발휘할 수 있으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강화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2세대 코어 시리즈에서 주목할만한 점이라면 고성능의 그래픽 기능을 CPU 내에 내장했다는 것. 기존코어 시리즈 역시 그래픽 기능을 내장하긴 했지만, 이는 CPU 코어 근처에 따로 구동되는 그래픽 코어를 마련한 것에 불과했다. 때문에 그 성능에도 한계가 있어 화려한 3D 그래픽의 게임을 원활히 즐기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2세대 코어 시리즈는 CPU 코어와 그래픽 코어를 완전히 일체화 시켜 성능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 3D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발표 도중, 2세대 코어 시리즈를 탑재한 PC를 이용한 게임 시연도 이루어졌다. 시연한 게임은 FPS 게임인 ‘아바’와 MMORPG인 ‘아이온’으로, 그 동안 별도의 그래픽카드가 없는 PC로는 구동이 힘들다고 인식되던 게임들이다. 하지만 이번 시연에서는 2세대 코어시리즈의 성능만으로 초당 50프레임 이상의 원활한 게임 구동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케이블 없이 노트북과 TV 연결하는 ‘Wi-Di’ 기능도 갖춰
2세대 코어 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바로 무선 디스플레이(Wi-Di, Wireless Display) 기능이다. 이는 별도의 케이블 연결 없이도 PC의 영상을 TV나 모니터 기기로 전송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회장 내에서 2세대 코어 시리즈를 탑재한 노트북을 이용해 대형 프로젝터 화면으로 노트북의 화면을 전송하는 시연이 이루어졌는데, HD급의 고화질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끊어짐 없는 자연스러운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무선 디스플레이 기능은 이 기능에 대응하는 TV나 모니터, 혹은 PC와 디스플레이 기기를 무선 연결해 주는 추가 장비가 필요하므로 각 기기 제조사들의 협력이 필요할 듯하다.
이후의 소개에서도 인텔은 ‘영상’을 강조했다. 2세대 코어 시리즈에 탑재된 ‘퀵 싱크 비디오’ 기능은 동영상을 인코딩(encoding: 규격 변경)할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기능으로, PC용 동영상을 PMP나 스마트폰용 등으로 인코딩할때 기존의 1세대 코어 시리즈에 비해 빠른 시간 안에 작업을 끝낼 수 있다.
그 외에 기존의 코어 시리즈에 탑재된 터보 부스트(Turbo boost) 기능을 한층 강화시킨 터보 부스트 기술 2.0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터보 부스트는 CPU 각 코어의 클럭(동작 속도)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여 전력 손실은 줄이고 작업 효율은 높이는 기능이다. 2세대 코어 시리즈가 갖춘 터보 부스트 2.0 기술은 극히 높은 처리속도가 필요한 때, 예를 들면 운영체제 부팅하는 도중이나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순간 등의 상황에서 각 코어의 클럭을 설계 전력의 한계 이상으로 순간 상승시켜 작업을 빠르게 끝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터보 부스트 기술과 차별화된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인텔이 확실히 변했다. 예전의 인텔은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발표할 때마다 강력한 연산 성능이나 전력 효율, 편의성 등은 강조하면서도 영상 부분의 중요성은 은근히 뒷전으로 밀어두곤 했다. 몇 년 전에 그래픽카드 칩셋 제조사인 엔비디아와 신경전을 벌일 때도 ‘그래픽 성능은 어차피 게임과 같은 극히 제한된 엔터테인먼트 용도 외에는 쓸 곳이 별로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텔은 이전부터 메인보드 칩셋이나 CPU 내에 영상 출력 기능을 내장한 제품을 꾸준히 출시해오긴 했지만, 3D 그래픽 성능 면에서 별도의 그래픽카드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때문에 굳이 영상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픽 기능을 강화한 2세대 코어 시리즈의 발표를 즈음하여 이러한 인텔도 영상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인텔코리아 관계자의 말로는 시중에 팔리고 있는 중급형 수준의 그래픽카드 시장의 상당수를 2세대 코어 시리즈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할 정도다. 그만큼 2세대 코어 시리즈에 내장된 그래픽 성능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인텔의 경쟁사인 AMD 역시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그래픽 기능이 강화된 통합형 CPU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그래픽카드 시장이 상당부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래픽카드 시장의 맹주였던 엔비디아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