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백신 한 번 써봐라, 공짜다.” - 아비라 데이비드 입(David Ip) 부사장 인터뷰

소수의 제품이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는 과점(寡占)은 IT업계에서 보기 드문 현상은 아니다. KT, SKT, LGU+가 경쟁하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이 그렇고,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웹브라우저 시장도 그렇다. 이 시장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동통신 시장의 경우 애초부터 소비자들이 선택할 만한 업체들이 많지 않다. 막대한 자본금, 사업 허가 등의 높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대기업이 아니면 진출하기 힘든 분야기 때문이다. 웹브라우저 시장의 경우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쓸 수 있는 기능이 걸림돌이 된다. 액티브X를 기반으로 한 국내 대부분의 웹사이트 서비스가 다른 웹브라우저에서는 완벽하게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뚜렷한 이유 없이 과점 구도를 보이는 시장들도 있다.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백신) 시장이 바로 그 중 하나다. 현재 국내 백신 시장은 무료백신인 이스트소프트의 ‘알약’, 안철수연구소의 ‘V3라이트’, 네이버의 ‘네이버백신’이 장악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유명 외산 백신들은 명함조차 못 내민다. 바이러스 백신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것도 아니고, 다른 백신으로 갈아타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또한 국산 백신이 외산 백신에 비해 뚜렷하게 성능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에 많은 사람들은 외산 백신은 유료며, 영어로 되어 있어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 백신 한 번 써봐라, 공짜다.” - 아비라 데이비드 입(David Ip) 부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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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백신 한 번 써봐라, 공짜다.” - 아비라 데이비드 입(David Ip) 부사장 인터뷰 (5)

그러나 이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잘 찾아보면 외산 백신 중에서도 한글화가 잘 된 무료 백신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 사용자들에게 소위 ‘빨간 우산’으로 알려져 있는 독일 백신 아비라(Avira)도 그 중 하나다. 아비라는 1월 19일 한글 홈페이지(www.avira.kr)를 오픈하고 무료 백신 1종과 유료 백신 2종의 한글 버전 배포에 들어갔다. 이에 IT동아는 데이비드 입(David Ip) 북아시아 총괄 부사장을 만나 한국 시장 진출 각오와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 백신 한 번 써봐라, 공짜다.” - 아비라 데이비드 입(David Ip) 부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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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백신 한 번 써봐라, 공짜다.” - 아비라 데이비드 입(David Ip) 부사장 인터뷰 (1)

먼저 아비라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아비라는 1986년 독일에서 설립된 글로벌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개인 사용자와 5만 여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전 세계에 무료 백신을 공급하는 회사는 약 22개인데 이 중 1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회사는 아비라, AVG, 어베스트 (avast) 정도다. 역사가 깊고 사용자가 많은 만큼, 아비라 백신은 전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성능과 공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 20년 동안 독일과 유럽 지역 위주로 마케팅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9년 싱가폴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에 진출했고, 2011년 1월에는 북미 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재 남미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에 교두보를 마련한 상태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 한국에 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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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백신 한 번 써봐라, 공짜다.” - 아비라 데이비드 입(David Ip) 부사장 인터뷰 (7)

이번에 출시하는 제품에 대해 말해달라.

아비라는 가정용 제품부터 하이엔드급 기업용 제품까지 다양한 보안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우선 개인용 홈패키지 버전 3종만 출시한다. 무료 백신 1종, 유료 백신 1종, 자녀보호 기능 등을 넣은 통합형 유료 버전 1종이다. 기업용 제품 출시는 올해 하반기에 출시 계획 중이다. 또한 한글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아비라 서포트 포럼’을 운영하려고 한다. 이 포럼은 기본적인 Q &A, 기술이슈, 제안사항을 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무료 백신들은 통합 유틸리티 방식으로 제공된다. 바이러스 탐지 및 치료 기능 외에 컴퓨터 최적화 기능 등을 포함시킨 방식인데, 한국과 중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백신 기능 자체를 강조하는 형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는 백신 본연의 성능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일단은 유럽 방식으로 제공할 생각이다.

아비라 백신에는 자체 엔진인 ‘아비라 안티바이러스 엔진’이 탑재됐다. 바이러스 탐색 면에서 국내 백신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성능이 높다고 자부한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약 30만 건 정도의 의심 파일이 아비라 백신에 포착된다. 이에 아비라는 주당 25,000개의 새로운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3,500~7,500개의 악성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 성인 사이트를 차단했더니 해당 사이트 대표가 직접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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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백신 한 번 써봐라, 공짜다.” - 아비라 데이비드 입(David Ip) 부사장 인터뷰 (8)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국내 백신들과 겨루기 위해 세운 전략이 있는가?

기본적인 회사의 철학은 ‘Try up (한 번 해봐라)’이다. 무료 백신이라 비용 부담도 없고 설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한 번 써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존에 쓰던 한국 백신으로 돌아가도 좋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어떻게 알리느냐가 숙제라고 본다. 현재 국내 무료 백신들은 일반 사용자들 위주의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과 똑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면 필패다.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난 해 아비라는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에서도 4종의 중국산 무료 백신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파워유저들의 아비라 백신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1위였다. 약 400만 명의 사용자들이 아비라 백신에 좋은 평가를 내렸고, 아비라 팬클럽도 형성됐다. 한국에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영향력이 높은 프로슈머 (생산적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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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백신 한 번 써봐라, 공짜다.” - 아비라 데이비드 입(David Ip) 부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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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백신 한 번 써봐라, 공짜다.” - 아비라 데이비드 입(David Ip) 부사장 인터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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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외산 백신들처럼 PC에 번들로 들어갈 계획은 있나?

사용자들은 점차 똑똑해지고 있다. 처음 PC에 특정 백신이 설치되어 있다고 해서 그 백신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주변 친구들의 입김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존의 백신을 삭제하고 친구가 추천한 백신을 설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번들 설치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번들 프로모션을 실시한다면 PC보다는 모바일 쪽에 관심이 많다. 아비라는 이미 모바일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생긴다면 진출할 의향이 있다. 현재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로드맵이 완료됐다. 금년 상반기 내로 스마트폰에 관련된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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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백신 한 번 써봐라, 공짜다.” - 아비라 데이비드 입(David Ip) 부사장 인터뷰 (4)

한국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는가?

1년이다. 백신은 바이러스 처리 성능에 크게 의존하는 제품군이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백신을 선택할 때 입소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보통 카메라나 휴대폰을 구입할 때 광고보다는 주변 전문가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나? 백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일단 성능이 검증되면 확산은 시간 문제다.

물론 1년은 상징적인 숫자일 뿐이고, 투자 기간은 더 길게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산 무료 백신이 워낙 득세를 하고 있다 보니 다른 백신을 굳이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한국 시장이 잠재력이 있는 시장임은 분명하므로 1년 이상 길게 보려고 한다.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말해줄 수 있는가?

한글 버전이 출시되기 이전에도 한국에는 약 10만 명의 사용자가 존재했다. 이제 한글 버전이 출시됐으니 올해 연말까지 최소 50만 명이 아비라를 사용할 것으로 본다. 이들이 입소문을 내 준다면 200만 명이라는 숫자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아시아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비라 본사에서도 한국에서 파워유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생각하며, 가치있는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많은 사용자들이 아비라 백신을 사용해보고 홈페이지 포럼에 의견을 남겨줬으면 좋겠다. 올 한해의 목표는 가시적인 매출보다는 많은 피드백을 얻어 아비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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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백신 한 번 써봐라, 공짜다.” - 아비라 데이비드 입(David Ip) 부사장 인터뷰 (2)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이 방에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마우스다 (본 기자는 인터뷰를 위해 노트북에 ‘레이저’ 게임용 마우스를 연결해 놓고 있었다). 내가 쓰고 있는 마우스랑 같은 것이었다. 비록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품질은 뛰어난 마우스라고 생각한다. 백신도 이와 마찬가지다. 결국 성능이 좋은 백신이라면 머지 않아 시장에서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비라 백신을 접했으면 좋겠다. 한국은 무료에 친숙하지 않은가. 인터넷 서핑 정도의 간단한 PC작업을 하는 학생들이라면 아비라 무료 백신을 한번쯤 이용해보길 부탁 드린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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