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게이머를 위한 기준선을 제시하다
최근 온라인 게임 ‘테라’가 인기 상종가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테라는 지난 16일 기준 PC방 점유율 14.97%를 기록하며, 103주 동안 줄곧 1위를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동시 접속자 수는 첫날 16만 명을 기록한 것에 이어 지난 주말에는 2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가히 폭발적이다. 얼마만큼 이 기세가 유지될지 아직 예상할 수 없지만, 중요한 첫발은 잘 떼었다고 볼 수 있다.
혹, 이 기사를 보면서 왜 IT 매체에서 게임 관련 소식을 전하는지 궁금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IT와 게임 시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엔비디아, AMD와 같은 그래픽 카드 제조사는 물론이고, 인텔처럼 CPU 전문 제조사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제품 설명에 대해서 그 기준을 고사양 3D 게임 실행 성능에 두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IT 기술의 발전이 게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게임 시장도 IT 기술이 발전해야 더 사실적이고 화려한 게임을 원활히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래픽 카드 분야에서는 최신 3D 온라인 게임 실행 성능이 제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게임 의존도가 높다. 리니지2, C9, 마비노기 영웅전, 아이온 등 당대를 풍미했던 고사양 3D 온라인 게임이 출시할 때마다 PC 업그레이드 열풍이 부는 것도 그 때문이다(관련기사: http://j.mp/eiJx2N). 이에 게임이 출시되기 전부터 그래픽 카드 제조사는 게임 개발사와 손잡고 다양한 지원 활동을 전개하곤 한다. 게임 개발 단계에서부터 자사의 그래픽 카드에 맞는 시스템을 제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AMD 게이밍 이볼브드가 뭐야?
그래픽 제조사 중 하나인 AMD도 게임 개발 지원 프로그램인 ‘AMD 게이밍 이볼브드(Gaming Evolved)’를 현재 실시하고 있다. 사실 AMD는 과거에도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온라인, 메달 오브 아너, 7 소울즈, 문명 5 등 다양한 게임을 개발 단계에서부터 지원해 왔다(그렇다. 평화주의자 간디의 ‘금을 넘기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그 문명 5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AMD가 제대로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AMD는 올해(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게이밍 이볼브드라는 브랜드를 더 알리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 첫번째 주자가 바로 테라와의 협력이다.
AMD는 C9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NHN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테라 개발 단계에서부터 하드웨어적, 기술적인 지원을 계속해 왔다며, 테라 그래픽 카드 패키지 제품을 선보일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밝혔다. AMD 관계자는 “테라 이외에도 여러 게임이 있지만, 테라는 2011년 게이밍 이볼브드 브랜드를 통해서 발표하는 첫 게임이다”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특히, AMD는 테라를 시작으로 게이밍 이볼브드가 적용된 게임에 브랜드 로고를 부착함으로써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예를 들어, 테라 게임을 시작하면 런처 프로그램 오른쪽 상단에 아래 스크린샷과 같은 게이밍 이볼브드 로고를 볼 수 있다. 이 로고에는 해당 게임은 AMD가 지원했으며, AMD 그래픽 카드로 해당 게임을 실행하면 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실제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용자가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냐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AMD가 게임 개발사를 지원 했다’라는 사실을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로 인해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지가 더 궁금할 뿐이다.
게이밍 이볼브드의 지원을 받은 게임은 AMD 라데온 그래픽 카드에서 더 높은 게임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사실 당연한 얘기다. 엔비디아의 지원을 받은 게임은 지포스 그래픽 카드에서 잘 실행되는 것과 같다. AMD가 지원하는 그래픽 드라이버 프로그램과 콘텐츠 등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외에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이피니티(Eyefinity)’ 멀티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아이피니티란 3대 이상의 모니터를 연결해 한 화면에 동일한 해상도로 출력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AMD 고유의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윈도우 바탕 화면을 더 넓게 사용해야 할 때 혹은 게임을 즐기거나 동영상을 감상할 때 이 기술을 이용하면 더욱 넓게, 혹은 크게 볼 수 있다(관련기사: http://it.donga.com/openstudy/3285/). AMD는 작년 지스타 2010에서 테라 부스를 비롯해 다양한 온라인 게임 부스에서 이 아이피니티 기술을 선보여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게이밍 이볼브드가 의미하는 바는?
1차적인 의미는 게이밍 이볼브드 프로그램를 통해 AMD의 게임 지원 활동이 커진다는 점에서 찾을 수있다. 결국 AMD는 게임 개발 지원 활동을 통해 AMD 라데온 시리즈 그래픽 카드에 최적화된 게임을 확보하고, 그 영향력을 점점 넓히는데 최종 목표를 둘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그래픽 카드 제조사라면 당연히 실행했어야 하는 부분이고, 실제로 다른 그래픽 카드 제조사들 중에는 비슷한 정책으로 효과를 본 곳도 있다. 일례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는 게임 실행 성능이 좋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왜 좋은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답변하지 못한다. 성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면서 그냥 막연하게 좋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과거에 실시했던 마케팅 정책 덕분이다.
엔비디아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게임을 개발 단계에서부터 지원하는 활동을 지속해 왔다. 그래픽 카드의 주 소비층이 게이머라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항간에는 ‘게임 개발자의 PC에는 지포스 그래픽 카드가 꽂혀 있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들릴 정도였다. 그리고 사실 그랬다.
오래 전부터 개발 지원에 나선 엔비디아와 이제 막 개발 지원의 첫 발을 뗀 AMD를 비교해 보면, 게임의 숫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테라를 통해 본격적인 브랜드 활동을 알린 AMD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테라가 초반 흥행을 쭉 이어간다면, AMD 입장에서는 그동안 뒤처졌던 게임 지원 정책을 만회할 만큼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반격을 날리는 신호탄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용자는 AMD의 시도를 너무 같잖게 볼 필요도 없다.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테라를 통해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한 AMD 게이밍 이볼브드. 올 한해 사용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 줄지 기대가 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