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지식의 대중화", EBS가 준비한 석학들의 '위대한 수업'
[IT동아 정연호 기자]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4세 이상의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EBS의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 90.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교육 공영 방송 EBS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세계적 유행 이후로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격 대체되면서 학력 격차가 심화됐지만, EBS가 재난 상황에서 공교육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EBS가 생애 주기별로 필요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평생 교육 시스템 구축에 마중물 역할을 한단 점도 이유로 꼽았다.
최근에 들어서, EBS는 각 시민 계층을 위한 ‘고급 지식’을 제공하는 교육 공영 방송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다양한 시민 계층 간 지식 격차가 빠른 속도로 누적되고 있으며,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서 가짜 뉴스가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BS는 지난 8월 30일부터 고급 지식을 전달하는 통로로서, 세계 석학들의 강연을 직접 촬영한 교육 프로그램인 ‘위대한 수업 Great Minds(이하 위대한 수업)’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위대한 수업은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사업의 하나로 EBS와 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공동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위대한 수업 방송은 매주 월~금요일 밤 11시 35분, EBS1 TV와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에서 동시 방영된다.
EBS가 밝힌 프로그램 기획 의도는 ‘지식의 민주주의’ ‘교육의 혁명’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계층 간 지식 격차가 커지고, SNS를 통해 가짜 정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대중적으로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EBS 제작진은 코로나19 세계적 유행 속에서도 세계 각지의 석학을 직접 찾아가 강연을 촬영하고 있다. EBS에 따르면,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섭외 당시 한국엔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교육 공영 방송이 있다는 점에 놀라워하면서, 위대한 수업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해 출연을 결정했다.
한국 교양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이름만 들어도 헉 소리가 나오는 위대한 석학들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유발 하라리(역사), 마이클 샌델(정치 철학), 주디스 버틀러(젠더), 폴 크루그먼(경제), 에스테르 뒤플로(경제), 조지프 나이(정치), 리처드 도킨스(생물) 등 세계를 이끄는 40명의 지성들이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강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들의 두꺼운 책을 20분 분량의 강의 5편으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들이 가진 지식의 방대함과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통찰도 엿볼 수 있다.
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날카롭고, 묵직하다. 가령, 영국의 세계적인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단순한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과 생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보자. 왜 생명체는 복잡한 구조를 가졌을까?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과학을 배웠지만, 이런 질문에 답을 하기란 쉽지 않다.
답은 간단하다.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자는 먹잇감을 잡아먹기 위해 다리 근육이 발달했고, 가젤은 사자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달리는 도중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됐다.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복잡한 구조로 진화하는 것이다. 진화론은 이러한 ‘존재 이유’이자 ‘생명 탄생의 신비’를 논하는 학문이다. 그만큼, ‘인간’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젠더란 무엇인가?’ ‘성별은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가?’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의 상황에서 어떠한 경제 정책이 필요한가?’ ‘기후 변화 통제를 위한 전 세계적인 정치적 합의점은 무엇일까?’ 등 시대를 관통하는 논쟁들이 하나씩 다뤄질 예정이다.
위대한 수업은 방송은 EBS와 K-MOOC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BS 홈페이지에서 위대한 수업을 검색하고, 원하는 강연을 들으면 된다. 단, EBS 계정으로 로그인 한 상태에서만 무료로 전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역시 K-MOOC에서도 계정으로 로그인을 한 뒤, 위대한 수업을 검색한다. 검색 결과에 나온 방송에 청강 등록을 해야만 학습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 강의실을 누른 뒤 청강 강좌에 들어가 강연을 들으면 된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