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정보 통신 기술이 더해진 신세대 족쇄 - 전자 발찌(Electronic tagging)

정연호 hoho@itdonga.com

본 기사는 지난 2012년 5월 4일 게재한 ‘정보 통신 기술이 더해진 신세대 족쇄 - 전자 발찌(Electronic tagging)‘를 2021년 현황에 맞춰 수정 및 보완한 기사입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격언이 있지만, 불행히도 한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는 유난히 재범률이 높다. 따라서 이렇게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지속해서 감시할 수 있다면 재범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유사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용의가 의심되는 사람의 신변 또한 신속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범죄 유발 가능자의 수에 비해 경찰이나 정보기관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 모두를 완벽히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인해 전자 장비의 힘으로 특정인을 쉽고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이 탄생했다.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발목에 채워 위치를 추적하는 도구, 바로 ‘전자 발찌(Ankle monitor)’다. 정보 통신 기술이 더해진 신세대 족쇄라 할 수 있다.

정보 통신 기술이 더해진 신세대 족쇄, 전자 발찌, 출처=ABP World Group LTD
정보 통신 기술이 더해진 신세대 족쇄, 전자 발찌, 출처=ABP World Group LTD

범죄자의 행동을 제한하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전자 발찌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특정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전자 발찌 착용을 강제하는 제도가 시행되었다, 출처= sxc.hu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특정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전자 발찌 착용을 강제하는 제도가 시행되었다, 출처= sxc.hu

특정인을 감시할 수 있는 전자 기기를 처음 고안한 것은 1964년, 미국 하버드대의 랠프 스위츠게벨(Ralph Kirkland Schwitzgebel) 박사다. 당시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1984년, 미국 뉴멕시코주 지방 법원의 판사였던 잭 러브(Jack Love)가 실용적인 전자 발찌를 고안해 특정 범죄 전과자들에게 착용하도록 했다. 이후부터 전자 발찌는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참고로 잭 러브는 당시 인기를 끌던 [스파이더맨] 만화에 나오는 위치 추적 장치가 전자 발찌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자 발찌는 이용 형태에 따라 특정인의 집에 가택 감독 장치를 설치, 전자 발찌를 착용한 사람이 일정 범위 이상의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쓰이기도 하며, GPS와 이동 통신 통신망을 이용해 전자 발찌를 착용한 사람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만약 전자 발찌를 착용한 사람이 감시 범위를 벗어나거나, 가서는 안 되는 구역으로 접근하는 것이 감지되면 이 사실이 즉시 감시 기관에 보고된다. 혹은 착용자가 전자 발찌를 고의로 파손하거나 배터리가 소모된 채로 방치하는 것 역시 보고 대상이 된다.

전자 발찌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출소자를 감시하는 것 외에도 경범죄자의 경우, 신체를 물리적으로 구금하는 대신 일정 기간 전자 발찌를 착용하게 하여 실제적인 구금과 유사한 교정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 전자 발찌에 착용자의 이동 속도나 피부의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기능을 부여해 과속이나 음주 운전을 못 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특정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시행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에 처음으로 특정 성범죄자에 대해 전자 발찌 착용을 강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며,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제도가 시행되었다. 이후로 미성년자 유괴범·살인범 등으로 대상이 점차 확대됐으며, 2020년 8월 5일부터 전자 장치 부착법 개정으로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보호 관찰 준수 사항을 이행했는지 확인하는 등 필요에 따라 가석방자에게도 전자 장치를 부착할 수 있게 됐다.

전자 발찌 착용 여부는 법원이나 법무부가 결정하며, 법정형에 따라 1년에서부터 최대 45년까지 전자 발찌를 채울 수 있다. 전자 발찌 부착자는 야간(오후 11시~오전 6시) 외출이 제한될 수 있으며,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없다. 임의로 전자 발찌를 분리하거나 훼손하면 현행법상 7년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발목에 부착하는 ‘전자 발찌’와 재택 및 귀가 여부를 확인하는 ‘재택 장치’, 출처=법무부
발목에 부착하는 ‘전자 발찌’와 재택 및 귀가 여부를 확인하는 ‘재택 장치’, 출처=법무부

사용되고 있는 전자 장치는 발목에 부착하는 ‘전자 발찌’와 재택 및 귀가 여부를 확인하는 ‘재택 장치’로 나뉜다. 기존 전자 발찌는 부착 장치와 휴대용 위치 추적 장치로 분리돼 있었지만, 부착 대상자들이 휴대용 장치를 잃어버리거나 훼손하고 잠적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일체형 전자 발찌가 도입됐다. 일체형 전자 발찌는 부착 장치와 휴대용 위치 추적 장치를 하나로 묶은 형태다.

출처=법무부
출처=법무부

전자 발찌엔 GPS와 본체 및 스트랩 훼손을 감지하는 센서가 내장돼 있으며, 발목의 부착 장치에서 발신되는 전자파를 위치 추적 장치가 지속적으로 감지한다. 이 데이터는 이동 통신망을 통해 재택 감독 장치로 전송된다. 덕분에 중앙 관제 센터에서 전자 발찌 착용자의 신원 및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위성 신호를 수신할 수 없는 장소에서도 대상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지하철 내부 등에 GPS 장비를 설치해 외부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보호 관찰소의 전담 직원은 이러한 위치 정보를 지도 감독에 활용한다. 착용자가 접근 금지 구역에 들어설 때는 물론 전자 발찌를 훼손하거나 전자 발찌 배터리가 떨어질 때 이동 통신망을 통해 이 사실이 관제 센터에 전달된다. 그리고 해당 감시 대상자를 감독하던 보호 관찰소나 보호 관찰관에게도 문자 메시지가 전송되며, 감시 대상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전자 발찌의 실효성, 인권침해

한편, 전자 발찌 착용자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관리 인력은 여전히 부족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전자 발찌를 통한 감독 대상자는 2021년 7월 기준으로 8,166명이다. 10년 전인 2011년 1,561명에 비해 5배 넘게 급증했다. 반면, 감독 인력은 281명으로, 1인당 관리할 인원이 17.3명에 달한다. 허술해진 관리 때문에, 전자 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거나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 발찌 제도 시행 전과 시행 후 비교, 출처=법무부
전자 발찌 제도 시행 전과 시행 후 비교, 출처=법무부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성범죄로 전자 발찌를 찬 뒤 재차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303명에 이른다. 올해도 7월까지 이미 11명이 전자 발찌를 훼손했다. 물론, 전자 발찌는 재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제도 시행 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성폭력 사범은 1/7, 살인 사범은 1/49, 강도 사범은 1/75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인력 충원을 통한 관리 시스템의 보완 및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문가들은 전자 발찌를 끊은 즉시 초기 검거를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근 CCTV(폐쇄회로시스템 TV) 등으로 위치를 바로 파악할 수 있게 하거나, 집중 관리 대상자인 경우 보호 관찰관이나 경찰관이 최소한의 절차로 현장을 수색할 법적 권한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애초부터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범죄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일각에선 전자 발찌의 도입이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 예방 외에 어린이나 독거노인의 돌발 행동이나 행방불명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 발찌가 활용되는 경우도 있어, 전자 발찌의 활용 폭을 어느 선까지 하는 게 바람직한지 선을 긋는 것도 쉽지 않다. 다만, 범죄자나 출소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인권 보호가 완전히 무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이는 범죄 피해로 인해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과 재범 피해를 우려하며 살아야 하는 국민의 인권도 함께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정리·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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