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법정싸움, 그 놈의 냉장고가 뭐길래…

강일용 zero@itdonga.com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때문에 발생한 LG전자와 삼성전자간 분쟁이 결국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지난 11일,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올린 유튜브 동영상 광고 때문에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다며, 100억 원대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대체 어떤 내용의 동영상이기에 LG전자가 이렇게 세게 나오는 걸까? 내막은 이러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22일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 삼성전자의 지펠 857 리터 냉장고와 LG전자의 디오스 870 리터 냉장고의 실제 용량을 직접 비교하는 내용이다. 냉장고를 눕힌 후 서랍 및 격벽을 제거하고 물을 부었더니 13 리터 더 작은 삼성전자의 냉장고에 오히려 더 많은 물을 넣을 수 있었다는 것.

이에 LG전자는 삼성전자에 '해당 광고의 즉각 중지, 사과의 의사 표시 및 관련 책임자의 문책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공문'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가 표준인 KS규격(한국산업규격)에 따른 용량 측정 방법을 무시하고, "삼성 지펠은 KS규격을 준수하여 냉장고 용량을 표기합니다"라는 자막으로 마치 '물 붓기'가 적법한 측정 방법인 양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에 굴하지 않고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2'라는 광고를 추가 게시했다. 이번엔 양사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900 리터 냉장고 '지펠 T9000'과 910 리터 냉장고 '디오스 V9100'을 비교했다. 물, 캔커피, 참치캔으로 용량을 측정했더니 삼성전자 냉장고에 물 8.3리터, 캔커피 68개, 참치캔 90개를 더 넣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편에서 문제가 됐던 'KS규격을 준수했다'는 자막은 '자사 실험치 기준'으로 교체했다.

'2차 공격'을 받은 LG전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경쟁사의 악의적이고 비상식적인 명예훼손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삼성전자에게 "KS규격에 따른 정부 공식 측정 방식으로 제3의 공인 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용량에 정말 자신이 있다면 공개 검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결국 법원은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LG전자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삼성전자에게 해당 동영상 게재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동영상은 인터넷 상에서 사라졌지만 LG전자의 화는 아직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게시된 3개월간 LG전자가 입은 피해가 크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두 동영상은 3개월 동안 약 267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LG전자의 소송에 삼성전자도 법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린) 동영상의 내용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대응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LG전자가 소송 제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당사의 기업이미지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며,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 가처분 결정 불복 절차를 진행하고, (LG전자의 소송에)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동영상의 옳고 그름은 법정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양측 모두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으니 말이다.

참고기사: 삼성-LG 냉장고 분쟁, 소비자 기만이냐 엄연한 사실이냐(http://it.donga.com/11096/)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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