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에이수스, 모토로라까지··· LG전자 빈자리 놓고 경쟁
[IT동아 남시현 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LG전자의 빈자리를 노린 물밑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67%, 애플 22%, LG전자 10%의 삼각 구도였다. 하지만 4월 말, LG전자가 시장 이탈을 공식 선언하면서 2분기부터 재고 판매에 들어갔고, 3분기를 기점으로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샤오미가 보급형 스마트폰을 출시해 LG전자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점유율을 다른 제조사가 확보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역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 자체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는 분위기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모토로라, 퀄컴이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할 태세를 갖추고 있어서다.
구글 ‘픽셀’ 드디어 국내 공식 출시하나
구글은 2010년에서 2015년까지 ‘넥서스’라는 이름의 레퍼런스(Reference) 스마트폰을 판매한 전례가 있다. 레퍼런스 제품은 특정 플랫폼이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 제품으로, 넥서스 역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통됐다. 구글 넥서스 스마트폰은 대만 HTC나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브랜드에서 위탁생산되다가, 2017년부터는 구글이 HTC의 스마트폰 개발 인력과 지식 재산권을 인수해 ‘픽셀’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제조하고 있다. 이후 지금까지 구글 레퍼런스 스마트폰은 국내에 정식 발매된 적은 없다.
그러던 구글이 새로운 픽셀 시리즈 공개를 앞두고 과거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2일, 구글 '픽셀 6'와 구글 '픽셀 6 프로'의 주요 정보와 주요 출시국을 공개했다. 구글 픽셀 6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칩 ‘텐서’를 탑재하며, 6.4인치 90Hz 주사율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픽셀 6와 6.7인치 120Hz 주사율 디스플레이를 갖춘 픽셀 6 프로 두 모델로 출시된다. 외형 면에서는 직사각형 혹은 정사각형 형태의 카메라 모듈 대신, 바 형태의 독특한 카메라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구글은 새로운 스마트폰 ‘픽셀 6’ 출시를 앞두고, 서울에서 근무할 픽셀 무선 모바일 부서의 시스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책임자와 모뎀, 엔지니어링 매니저의 모집 공고를 게재했다. 뜻밖의 구인인 만큼 업계에서는 구글 픽셀이 국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구글 측에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로 업무를 진행하는 직책이라는 뜻을 밝혔지만, 완전히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과거의 강자 모토로라, 5G로 재기 노린다
여러 차례 매각을 반복하며 존재감이 사라진 모토로라지만, 작년부터는 LTE/5G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나 지난 8월 25일, 모토로라코리아가 5G 보급형 스마트폰인 ‘모토 G50 5G’ 모델에 대한 전파인증을 취득하면서 모토로라 5G 스마트폰의 국내 진출이 기정사실화됐다. LTE에서 5G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시장 수요와 LG전자의 부재로 생긴 점유율을 노린 것으로 추측된다.
모토로라의 모토 G50 5G는 미디어텍 디멘시티 700 5G 프로세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6.5인치 HD+(1,600x720) 디스플레이에 128GB 저장 공간을 갖추고 있다. 5,000mAh 대용량 배터리와 3개의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갖추면서도 가격은 약 250유로(34만 원)대여서 가격 대 성능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퀄컴 스냅드래곤 스마트폰은 이미 출시
지난 8월 23일, 에이수스는 퀄컴 스냅드래곤 888을 채용한 '스냅드래곤 인사이더즈'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에이수스에서 제작한 이 스마트폰은 레퍼런스 용도로 권장되는 고성능 스마트폰이다. 스냅드래곤 인사이더즈는 퀄컴 스냅드래곤 888 5G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며, 16GB LPDDR5 메모리와 USF3.1 512GB 메모리가 적용된다. 디스플레이는 6.78인치 144Hz 주사율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며, 3개의 메인 카메라와 와이파이 6E, 블루투스 5.2, 퀄컴 퀵 차지 5.0등 최신 기술이 대거 적용돼있다. 국내 출시 가격은 167만 원대 후반이며, 자급제 형태로 판매된다.
지금까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미온적이던 에이수스가 제품을 출시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며, 지금껏 국내 시장에서 접할 수 없었던 보급형 스마트폰부터 고성능 게이밍 스마트폰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반기, 새로운 브랜드 등장하고 경쟁 심화할 듯
지난 10년 가까이 삼성과 애플, 그리고 LG전자가 삼분하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미 해외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점유율을 크게 갖고, 샤오미나 오포, 비보 등 중국 기업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중국산 스마트폰이 진출하기 어려운 분위기고, LG전자가 없더라고 그 자리를 중국 브랜드가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덕분에 스마트폰 점유율 확보가 절실한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내수 시장이 크진 않지만, LG전자의 빈자리를 발판 삼아 충분히 더 큰 시장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에는 구글, 에이수스, 모토로라 이외에 또 다른 브랜드가 국내에 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소비자로서는 선택권이 다양해지는 것이므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