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갑질방지법' 국회 문턱 넘었다, 어떤 결과 초래할까
[IT동아 남시현 기자]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구글갑질방지법)이 지난 달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 약 1달 만인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켓을 규제하는 사례는 이번이 세계 최초로, 구글 및 애플 등 인앱 결제(유료 콘텐츠 결제 시 앱마켓 운영사가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을 통해 결제를 하게 하는 방식)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앞으로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한 결제를 강제하지 못하게 된다. 소비자 및 관련 단체에서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구글 및 애플이 국내 시장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거나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구글의 콘텐츠 수수료 부과, 불씨를 당겼다.
이번 법안은 지난해 8월, 애플과 에픽 게임즈 간의 ‘인앱 결제’ 강제 조항으로 인한 법률 다툼으로부터 시작했다. 현재 애플 및 구글은 자사 앱 마켓에서 다운로드한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결제하는 인앱 결제 시 수익의 30%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포트나이트’ 제작사인 에픽 게임즈는 수수료 회피를 목적으로 우회 결제 수단을 도입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돼 포트나이트 자체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됐다. 에픽 게임즈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 법원에 애플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했고, 소송은 현재 진행형이다.
해당 소송을 계기로 애플과 구글이 수수료 30%를 부과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고, 이후 애플은 중소 규모 개발사와 상생 노선을 표방하며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인앱 결제를 유지하는 대신, 2021년 1월부터 연간 수익금 100만 달러 이하의 중소 규모 개발사에 대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했다. 이어서 지난 8월 26일에는 미국 개발자 집단과 7가지 핵심 우선순위에 합의하고, 구독, 인앱 결제, 유료 앱에 대한 정책을 변경했다.
앞으로 애플은 개발자들이 iOS 앱 외부에서 제공하는 결제 방식에 대한 정보를 이메일 등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이뤄진 구매에 대해 애플에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한, 개발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준 가격 수도 100개 미만에서 500개 이상으로 확장해 가격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앱 승인 등에 대해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에픽 게임즈와의 수수료 논란이 중소 개발사에 대한 수익 보전과 앱 외부 결제에 대한 공유 허가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그 와중에 구글은 애플과 엇박자 노선을 타고 있다. 애플과 에픽 게임즈가 인앱 결제와 관련해 분쟁하는 사이, 구글은 게임 앱에 대해서만 부과하던 30% 수수료를 웹툰, 음악 등 모든 콘텐츠로 확대하고 자사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변경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애플이 중소 규모 개발사 수수료 감면을 발표하자 구글도 이를 따라 매출 100만 달러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낮추고, 대형 디지털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콘텐츠 이용 요금을 30%에서 15%로 감면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이 한발 양보하자 같이 뒷걸음질을 친 분위기지만, 언제든지 높은 시장 점유율을 통해 시장을 압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구글갑질방지법, 반독점 시장 개선할까
구글과 애플이 높은 시장 점유율로 시장 생태계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리 정부가 제동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독과점 시장으로 인한 인앱 결제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보호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내 앱 개발자에 대한 수익률 보전과 토종 앱 마켓인 원스토어, 갤럭시 스토어 같은 국내 앱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다. 정부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매출액의 100분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게 된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가 발간한 ‘구글 수수료 정책 변경에 따른 기업현황 및 대응 방안 조사 보고서’의 앱마켓 플랫폼 별 모바일 앱 및 콘텐츠 매출액 현황에 따르면, 국내 시장 규모 대비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매출 비중은 66.9%, 애플 앱스토어는 21.2%, 원스토어가 11.8%로 나타났다. 수수료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두 30%고, 원스토어만 기본 수수료 20%에 자체 결제 시 수수료 5%, 앱 내 콘텐츠 결제 역시 강제하지 않는다.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더라도 원스토어를 통해 판매하는 쪽의 수수료가 더 저렴하고, 외부 결제를 통한 수수료 절감도 가능하다. 정부 입장에서도 수수료를 낮은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내수 시장 성장은 물론 소규모 창업자 및 스타트업 육성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 부분을 보완한다. 신설된 제34조의3(중소 모바일콘텐츠 개발자 등 지원)에 따르면, 정부는 앱 마켓 및 모바일콘텐츠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위하여 중소 및 벤처기업,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충족하는 기업에 대해 행정·재정·기술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국내 시장 여온에 맞게를 구글, 애플의 앱 마켓 사업에 개입하거나 제약을 걸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성을 없애기 위한 행정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구글과 애플, 어떤 선택지 있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애플과 구글은 법안 발의부터 해당 법률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게다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인앱 결제 강제 조항에 예의 주시 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 역시 ‘구글갑질방지법’을 발의해 우리나라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커진다. 애플과 구글이 정부와의 합의점을 도출해 국내 시장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그림이 이상적이지만, 구글갑질방지법을 통한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 정책에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국내 마켓의 별도 운영이다. 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는 현재 글로벌 시장과 연동돼 있고, 국내 스토어는 글로벌 조항에 따른다. 하지만 ‘구글갑질방지법’에 대한 제약을 우리나라로 한정하기 위해 국내 스토어를 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구글갑질방지법 등의 국내법을 준수하면서도 수익률 인하 논쟁이 해외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앱 마켓이 고립돼 불편함을 겪게 될 수 있다. 물론 애플과 구글이 국내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스토어를 독립해서 운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구글과 애플이 한미 FTA로 체결된 투자자-국가간 분쟁 해결제도(ISD)나 헌법소원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제도는 투자 유치국의 위법, 부당한 조치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투자 협정에 규정된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정부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뜻한다. ISD 제소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정당한 입법 활동이므로 위법 혹은 부당한 조치로 보기 어렵고, 두 기업 모두 앱 마켓 이외에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으므로 ISD를 선택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이번 구글갑질방지법은 지금까지 시장 경제 체제에 맡겨져 있던 앱 생태계에 처음으로 정부가 관여한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독과점 시장이 된 앱 마켓에 다시금 공정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지만, 반대로 국내 앱 마켓 시장이 고립되거나 시장 경쟁 체제가 훼손될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시작한 구글갑질방지법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공정한 앱 마켓 경쟁의 신호탄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