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장만 맛보기' 싸이월드, 실체는 언제쯤?
[IT동아 권택경 기자]
싸이월드가 부활을 앞두고 있다. 싸이월드 운영사 싸이월드제트는 지난 2일 오후 4시 20분부터 아이디 찾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싸이월드 회원이 실명을 인증하면 일치하는 과거 싸이월드 계정을 찾아준다.
실명과 기존 아이디가 확인되면 사진, 동영상, 댓글, 배경음악, 도토리 수량 등 서비스 중단 전까지 소유 중이던 콘텐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당장 복원된 콘텐츠 내용을 전부 확인할 수 없지만, ‘맛보기’로 복원된 사진 1장을 무작위로 보여주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우여곡절 끝에 맛보기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사실 싸이월드의 부활 과정은 순탄대로와는 거리가 멀다. 경영난으로 사실상 폐업 상태였던 싸이월드를 지금의 운영사인 싸이월드제트가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올해 2월이었다. 당시 싸이월드제트는 당장 3월부터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정과 달리 5월로 서비스 재개 시점을 한 차례 연기하더니, 5월에는 7월로, 7월에는 또 8월로 두 차례 더 연기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오픈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연기를 발표했다.
당시 밝힌 연기 이유는 해킹이었다. 싸이월드제트는 재개 전날부터 당일까지 해외발 해킹 공격 110여 건을 감지했다며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보안시스템을 최상위단계로 올린 후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기대감을 한껏 부풀린 상태에서 개발 지연, 해킹 등 이유로 계속 서비스 시점을 미루고 있다 보니 여러 불만과 의혹도 나오고 있다. 실제 서비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부양이나 투자유치를 노리고 홍보부터 하고 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싸이월드제트 출자사들 재무상태도 이러한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싸이월드제트는 스카이이엔엠, 인트로메딕, 싸이월드랩스 등 5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한 법인이다. 이 세 곳 외에 다른 출자사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알려진 곳 중 두 곳 모두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
인트로메딕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재무상태만 보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지만, 기술특례기업이라 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스카이이앤엠도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018년 한 해를 제외하고 계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싸이월드제트 측은 해당 기업들이 적자를 내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싸이월드제트가 약속대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만 한다면 이러한 우려를 모두 날려버릴 수 있을 듯하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메타버스나 가상자산, 증강현실 등 최근 IT업계 트렌드와 신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모습으로 싸이월드를 선보이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 실체가 불분명한 게 사실이다. 싸이월드제트 측도 이러한 지적을 의식해 유튜브 채널에서 3D 미니룸 제작 과정이나 새 모바일 앱 UI를 공개하고 있다.
현재 예정대로 아이디 찾기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부활할 싸이월드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나마 복구된 사진 1장이라도 보면서 잠시 추억에 젖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는 2015년 1월 1일 이후 싸이월드 방문 기록이 있는 이용자 1,800만 명만 아이디 찾기를 이용할 수 있다. 그 이전 방문 기록만 있다면 정식 서비스 개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개명을 했거나, 싸이월드 가입 당시 전화번호와 다른 번호를 이용하고 있는 등 실명 인증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정식 서비스 이후에나 이용 가능하다. 싸이월드제트는 보름 간 서비스 점검을 하며 정식 서비스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