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스트릭 (1) “어려운 헬스케어는 No, 누구나 쉽게 쓰고 효과 봐야”
[IT동아 차주경 기자] KIDP는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가 설립한 디자인 선도·진흥기관입니다. 1970년 설립 이래 지난 50년간 디자인 기업 지원, 문화 확산, 인재 육성, 미래 연구, 정보 제공 등 디자인 영역 전반을 아우르며 한국 디자인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디자인 인력양성 및 교육, 디자인 연구 및 정책개발, 디자인 문화 확산(공모 및 선정, 전시), 디자인 해외시장 진출, 기업지원 및 창업 육성, 서비스디자인 및 제조 혁신, 플랫폼 구축 및 정보제공, 디자인 제조기업 혁신 등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지요.
IT동아는 올해 KIDP와 함께 스케일업 프로젝트로 기업 세곳을 소개합니다. 창업 50주년을 맞은 주방·생활용품 생산기업 코멕스에 이어, 두번째로는 Strig(스트릭)을 소개합니다. 미세진동과 미세전류로 우리 몸 곳곳의 통증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 제조사입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 기술, 헬스케어 시장은 2013년 이후 해마다 20% 이상 성장했다. 가지고 다니며 쓰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 그 중에서도 마사지 기기 시장은 특히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현대인은 대부분 크고 작은 근육통에 시달린다. 잘 때도, 일할 때도 근육통이 괴롭힌다면 삶의 질이 좋아질 리가 없다. 이 근육통을 효과적으로 달래는 것이 마사지 기기다. 2020년 기준 세계 마사지 기기 시장 규모는 22조원에 달한다. 한국 마사지 기기 시장 규모도 7000억원 상당(이상 시장조사기업 테크나비오 기준)으로 성숙했다.
물리치료사 오환경 씨는 근육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10년간 스포츠 선수와 운동 강사, 일반인과 학생 등 3만명이 넘는 근육통 환자를 돌봤다. 그런데, 근육통 환자 가운데 무려 70%가 비용, 시간 부담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저 집에서 대강 찜질만 하거나 아픈 것을 꾹 참고 지내는 환자가 많았다. 치료를 끝까지 받지 않고 통증이 줄면 진료를 그만 받겠다는 환자도 있었다.
잠깐 무거운 것을 들었을 때, 잠을 잘못 자서 근육이 당기거나 결릴 때, 운동을 즐기다 불편한 부분이 생겼을 때, 우리는 늘 크고 작은 근육통을 앓는다. 우습게 보면 안된다. 근육통 치료를 제때 못하거나 잘못 치료할 경우 54% 이상이 활동 감소로 이어진다.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움직이거나 활동하지 못하게 된다.
오환경 씨는 사람들이 통증 없이 건강하게 살도록 스트레칭 밴드, 카이로프랙틱 쿠션 등 여러 물리치료기구를 고안했다. 이들 기구로 환자를 돌보는 트레이너, 강사 등 전문가 3000여명도 육성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방치하다 증상을 악화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에게 효과 좋은 솔루션을 주고 싶었던 그는 생각을 원점으로 돌렸다.
사람들이 왜 근육통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까. 혹시 치료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왜 치료를 못할까. 일단은 시간이 없어서다. 바쁜 현대인들이 시간을 내 물리치료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근육통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다. 근육통을 완화, 치료한다는 헬스케어 기기도 시중에 있었는데, 그가 보기에는 효과가 심히 의심되는 제품이 제법 있었다. 사람들이 쉽게 통증을 치료하도록 돕기는 커녕 더 악화할 제품도 있었다.
역사 깊고 효능 증명된 Iastm에 미세진동·전류 더해 효능↑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오환경 씨는 자신의 경력과 지식을 살려 제대로 된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기기는 누구나 손쉽게 집에서 다룰 만큼 쓰기 쉽고, 통증 완화에 이어 악화를 막는 것이어야 했다. 2018년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 스타트업 스트릭이 문을 연 순간이다. 회사명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마사지 기구인 스트리글(Strigile)을 본따 지었다.
오환경 대표가 주목한 것은 근막이완도구 ‘Iastm’이다. 이미 숱한 전문가가 운동 선수의 통증 완화 수단으로 쓰는 기술이다.
20년 이상 Iastm 연구개발이 이뤄진 미국에서 이 시술을 받으면 보험 혜택도 받는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Iastm을 쓴다는 의미다. 근육통 치료 시간 50% 단축, 근력 40% 증가와 힘줄·인대 강도 39%~57% 증가 등 효능도 증명됐다. 미국 클리닉 5만여곳과 스포츠팀 385곳이 쓰는 이 기술은 한국에도 전파돼, 오늘날 한국 클리닉 1500여곳과 스포츠팀 30여곳이 도입했다.
오환경 대표도 쓰기 쉽고 직관적인 Iastm으로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이 기술에 다른 기술을 더해 효능을 높이기로 마음 먹었다. Iastm은 통증을 느끼는 부분에 압력을 가해 완화 효과를 낸다. 그렇다면, 여기에 피부뿐 아니라 지방층을 뚫고 근육을 직접 자극하는 미세진동·미세전류를 더한다면 효과가 더욱 좋지 않을까?
그는 곧바로 미세진동·미세전류가 어느 정도여야 근막 이완, 근육 회복에 가장 도움이 될지를 연구했다. 50Hz의 미세진동과 180mA의 미세전류가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스타트업 창업, 험난한 헬스케어 기기 제작의 길
아이디어가 나왔다. 뒷받침할 기술과 경력도 있었다. 하지만, 상품화는 쉽지 않았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하려고 하니 활동 분야가 너무나도 넓어, 어느 곳에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정하기 어려웠다. 사람의 몸에 직접 가져다 대 효과를 내는 제품이기에 각종 인증을 받는 것도 숙제였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작업도 오환경 대표를 압박했다.
자금과 인력난도 이어졌다. 시제품을 만들려면 많은 돈이 들었고, 양산하려면 더욱 많은 돈이 들었다. 외장 금형을 만드는 데에만 수억 원이 필요했다. 함께 일할 동료들을 찾기도 어려웠다. 업무를 주도하고 성과를 함께 만들 파트너가 필요했지만, 알맞은 인력을 찾기도 데려오기도 힘들었다. 수십 차례 임상 테스트를 어떻게 할지, 테스트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추출해 어느 부분에 응용할 것인지도 과제였다.
오환경 대표는 난제를 하나씩 차근차근 풀었다. ‘소비자가 쉽게 쓰는 근육 통증 관리 도구’로 사업의 범위를 좁혔다. 스트릭 창업 후 1년여간은 인증을 포함한 서류 작업에 매진하면서도 꾸준히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영국과 미국 의료 연구 기관, 우리나라 가천대학교 등지에서 임상 테스트를 거쳐 성능을 인정 받았다. 제품 초기 생산 자금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으기로 결정했다. 스트릭의 비전을 적극 알리자 여기에 공감한 일당백 파트너들이 속속 합류했다.
일반인도 전문가 수준으로 근육 통증을 완화하고 관리하도록 돕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 첫 모델, 스트릭 프로가 완성 단계에 다다랐다. 오환경 대표는 차별화를 위해 국내외 경쟁사의 제품과 스트릭을 비교분석했다.
Iastm은 많지만, 미세진동·전류로 근육통을 완화하는 제품은 스트릭이 최초다. 본체 디자인을 다듬어 어깨와 목, 팔 등 관절은 물론 햄스트링과 대퇴사두근 등 주요 근육, 손가락과 손목 등 작은 부위까지 관리할 수 있게 설계했다. 재질은 의료기기를 만들 때 쓰는 고급 스테인리스 스틸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안전과 효능을 함께 잡기 위해서다.
오환경 대표는 스트릭 프로 전용 앱도 구상했다. 증강현실을 활용한 제품 사용법, 스트레칭과 운동 방법 가이드, 4주~12주 근육통 관리 프로그램 등을 담을 예정이다. 가격 부담을 낮추려 스트릭 프로의 가격을 경쟁사 Iastm의 절반 이하(20만원 초반대)로 정했다.
스트릭 프로 시제품이 만들어졌다. 이제 데뷔할 일만 남았다.
화려한 데뷔 후 거둔 성과, 개인 소비자에게 다가가지 못한 아쉬움도
오환경 대표는 스트릭 프로를 크라우드 펀딩 킥스타터에 출품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픈 곳에 대고 문지르면 통증을 완화하는 헬스케어 기기, 스트릭에 세계 73개 나라 소비자 3100여명이 관심을 보였다. 단숨에 39만달러(4억원), 예상 모금액보다 3800% 많은 자금이 쇄도했다
스트릭이 2020년 거둔 매출은 9억3500만원, 이 가운데 절반이 킥스타터 수출액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 기술·기기 전시회 CES2020 혁신스타트업으로 선정됐고, 독일 IENA 발명전시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1년여 만에 이정도 성과를 올린 것은 고무적이다.
매출 뿐 아니라 귀중한 파트너도 얻었다. 아랍에미리트와 일본,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과 총판 계약을 속속 체결했다. 한 홍콩 박사는 스트릭 프로의 효능을 논문으로 썼다면서 공급 계약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 아마존, 파워닷 등 이름난 유통사들이 스트릭을 주목했다. 유럽 마사지 브랜드도 관심을 보였다. 이들과도 공급 계약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성과를 냈다. 스포츠 구단의 문을 두드려 선수들의 근육 통증 완화와 재발 방지 등 장점을 알렸다. 효능을 본 스포츠 구단은 속속 스트릭을 맞아들였다. 현재 하나은행 농구단, 신한은행 배구단과 롯데 골프단 등 스포츠 프로 구단 9곳이 스트릭 프로를 쓴다.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도 스트릭 프로가 활약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스트릭이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환경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했다고 손사래를 친다. 왜일까?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영업 환경이 악화됐고 매출 성장세가 꺾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개인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스트릭을 알리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누구나 쉽게, 알맞게 제품 쓰도록 정보와 콘텐츠 전해야
오환경 대표는 스트릭 프로를 ‘누구나 쉽게 쓰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로 구상했다. 지금까지 거둔 성과 덕분에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스트릭을 많이 알렸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여전히 스트릭을 생소하게 여긴다. 쓰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오환경 대표가 원하는 세상, 스트릭으로 누구나 손쉽게 근육 통증을 줄이고 재발을 예방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아직 멀었다.
스트릭은 제품 판매 후, 항상 소비자에게 해피콜을 걸어 반응을 묻는다. 소비자 대부분은 기존 마사지기와 스트릭 프로가 모든 면에서 다르다고, 효과가 좋다고 칭찬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제품 사용법을 묻는 소비자도 많았다. 자신이 제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묻는 소비자도 있었다. 스트릭 프로를 신기하게 여기고 산 소비자들이 정작 제대로 쓰는 방법을 모른다는 이야기다.
스트릭 프로 사용법은 사실 간단하다. 아픈 부위에 전용 크림을 적당량 바르고, 스트릭 프로의 전원 버튼을 누른 후 30º~60º 각도로 본체를 세워 살살 문지르면 된다. 시간은 2분30초쯤이 적당하다. 그런데, 이 사용법을 모르는 소비자가 많았다. 아픈 부위에 가져다 대거나 붙이기만 하는 일반 마사지 기구처럼 쓰는 소비자가 많았다. 스트릭 프로의 혁신적인 효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오환경 대표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고도, 그 제품을 제대로 쓰는 법을 알리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스트릭 프로가 기존의 제품과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써서 어떤 효과를 보는지 등 풍부한 정보를 일반 소비자에게 전달했어야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정보를 전달하기 어려웠다면, 쉽게 배포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야 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KDIP)과 함께하는 스케일업 프로그램의 비즈니스모델 분석 결과도 비슷했다. 제품 개발과 크라우드펀딩, 전시회 수상 등 성과를 거둔 스트릭이지만, 제품을 알릴 대상 계층이 명확하지 않았고 성능과 효능을 강조할 콘텐츠도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오환경 대표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주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또 효과적으로 배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콘텐츠가 스트릭의 성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스트릭 프로의 염가형 스트릭 미니를 준비하는 지금, 제품의 장점과 성능을 알릴 콘텐츠를 궁리한다.
스트릭 미니는 스트릭 프로의 성능을 유지하고 본체 재질과 구조를 변경, 가격을 절반으로 줄인 제품이다. 반응은 좋다. 한국에서 연 크라우드 펀딩에 2000명 이상의 서포터가 모였다. 초기 단품 판매량이 모두 소진돼 목표액보다 1만7400% 많은 자금을 모았다. 스트릭 프로와 비슷한 성과다. 이제는 그때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정보와 콘텐츠 전달에 힘쓸 차례다.
“스트릭,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는 방법은?”
스타트업 창업 후 거둔 성과, 아쉬운 점과 좀처럼 신경쓰지 못한 점을 이야기한 오환경 대표는 한결 마음이 시원해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KDIP의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토대로 스트릭의 청사진을 다시 그리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스트릭은 소비자 스스로 근육통을 관리하도록 돕는 셀프 헬스케어 기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 스트릭을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런 스트릭이 단계별 성장 발전을 위해 도전을 시작했다. 그래서 고민도 많다. 무엇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해야 할까? 너무 비싼 헬스케어가 아니라 부담없이, 통증없이 윤택한 일상을 보내는 제품은 없을까? 제품과 동시에 사용방법에 대한 콘텐츠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오환경 대표는 혼란스럽다. 근육을 문지르는 동작을 ‘스트릭한다’라고 부르는 날이 오게끔 하려면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의 소망이 현실이 되길 응원한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