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최저 법인세 15%에 합의, '다국적 IT 기업의 조세 회피에 제동'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미국 및 EU로 구성된 G7의 재무 장관들이 글로벌 기업에 대한 최저 법인세 세율을 15%로 고정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전 세계 국가가 세율 고정을 공동으로 합의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6월 4~5일(현지 시간) 사이 런던에서 열린 G7 재무 장관 회의에서 최저 법인세 세율 고정이 확정됐다. 출처=G7UK
6월 4~5일(현지 시간) 사이 런던에서 열린 G7 재무 장관 회의에서 최저 법인세 세율 고정이 확정됐다. 출처=G7UK

G7 의장국 영국의 리시 수낵(Rishi Sunak) 재무 장관은 “수년간 논의한 끝에 끝에 G7 재무 장관들이 다국적 조세 체계 개혁을 위한 역사적 합의에 도달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G7 참여국이 합의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 은행 그룹, 경제 협력 개발기구 OECD), 유로 그룹, 금융 안정위원회 (FSB)가 합의에 동의해 다른 경제 협력 기구로도 합의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다국적 IT 기업의 조세 회피가 이번 합의 도출했다

구글의 역외탈세 구조 (이른바, “Double Irish with Dutch Sandwich: DIDS”). 출처=경실련
구글의 역외탈세 구조 (이른바, “Double Irish with Dutch Sandwich: DIDS”). 출처=경실련

최저 법인세 세율을 합의한 배경에는 다수의 다국적 기업이 행하고 있는 조세회피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오늘날 많은 다국적 기업이 법인세가 낮은 조세 회피지역이나 법인세가 낮은 곳에 사업장을 두어 세금을 회피한다.

예를 들어 다국적 기업 A이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 컴퍼니 1을 설립하고, 네덜란드에 법인 2를 설립한다. 그리고 페이퍼컴퍼니와 네덜란드 법인이 각각 아일랜드에 1-1과 2-1 법인을 설립한다. 새롭게 아일랜드에 생긴 두 법인 중 1-1은 법인의 관리 주체가 영토 내에 있어야 법인세를 부과하는 아일랜드 법에 따라 법인세를 내지 않는 상태가 된다. 다국적 기업 본사는 1-1에 수익의 핵심인 지식재산권을 후불로 구매한다. 한편, 네덜란드의 법인 2-1은 전 세계에 지사를 구성하고, 1-1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후불로 구매한다. 그다음 각국의 현지 법인은 지식재산권을 사용할 권리를 다시 2-1에게 후불로 구매한다.

네덜란드에서 설립한 전 세계의 법인은 수익을 낸 후 전액 현금으로 배당해 모기업인 아일랜드의 2-1로 보내고, 비슷한 과정을 반복한다. 여기서 기업의 수익 중 배당하고 남은 금액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아일랜드의 세법, 후불로 처리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무이자 처리, 국가간 지적재산권 사용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 유럽연합의 조항을 총동원해 결과적으로는 법인세보다 훨씬 적은 금액의 지식재산권 사용 금액 등만 지출하게 된다.

영국 리시 수낵 재무 장관(좌)과 미국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우), 미국은 합의 직전까지도 유럽의 디지털 세 도입에 반대해 보복관세로 경고까지 했으나 원만하게 법인세에 합의하였다. 출처=G7UK
영국 리시 수낵 재무 장관(좌)과 미국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우), 미국은 합의 직전까지도 유럽의 디지털 세 도입에 반대해 보복관세로 경고까지 했으나 원만하게 법인세에 합의하였다. 출처=G7UK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다르다. 기업이 수익을 올린 국가는 소득세를 부과하지 못하고, 본국이 받았어야 할 법인세는 없었던 금액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조세 회피 기업을 유치해 낮은 소득세라도 얻고자 하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춰왔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화되어 왔고,

이로 인해 프랑스를 위시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디지털 사업자에게 소득세나 법인세가 아닌 ‘디지털세’를 완전히 따로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에 글로벌 IT 기업이 많은 미국이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첨예한 갈등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최저 법인세 세율이 정해졌고, 또 사업을 진행한 국가에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합의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도 해결될 여지가 보인다. 앞으로는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이 줄어들 것이고, 사업을 하는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게 될 전망이다. 100여 년간 이어져온 기업이 소재하는 곳에 과세하도록 하는 국제 법인세 체계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뜯어고치는 데 첫 발을 디딘 것이다.

합의 주요 내용은 OECD의 글로벌 최저 한세인 통합 접근법(Pillar Two)에 근거한다. 접근법 1안(Pillar One)은 수익성이 높은 다국적 기업은 본사가 위치한 국가뿐만 아니라 사업을 영위하는 국가에도 세금을 납부한다. 이 규칙은 최소 10%의 이윤을 내는 다국적 기업에 적용하며, 이익 중 최소 20%는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한다.

접근법 2안(Pillar Two)는 공정한 경쟁을 조성하고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최저 법인세 세율을 15%로 합의하는 안이다. 합의안은 오는 7월 G20 재무 장관 회의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논의된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합의를 거쳐 전 세계로 확산할 예정이다.

다국적 IT 기업은 사정권, 우리나라 기업도 우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구조. 우리가 보는 검색 엔진인 구글은 구글 자회사의 일종이다. 출처=위키피디아커먼즈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구조. 우리가 보는 검색 엔진인 구글은 구글 자회사의 일종이다. 출처=위키피디아커먼즈

이번 합의안으로 인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더블 아이리시 위드 더치 샌드위치를 활용해 우리나라에서 수익 활동을 벌여온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올해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른 구글코리아의 2020년 매출액은 약 2,200억 원으로, 영업이익 155억 원에 법인세는 97억 원이다. 하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작년도 매출 추정치가 최소 3조 원에서 최대 6조 원에 이르리라 추정되는 상황인데, 구체적인 합의만 도출되면 매출에 대한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합의된 내용에서는 어떤 기업을 얼마만큼 과세할 것인지, 또 수익 규모는 크지만 수익률을 낮춘 다국적 기업 등에 대한 소급 적용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조속히 국내 현황을 파악한 다음 새로운 조세 질서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시기다. 전 세계 주요 국가가 세율을 공동으로 합의한 사례는 전례가 없고, 이 화살은 모두 다국적 IT 기업을 향하고 있다. 새로운 질서가 원만하게 합의에 이르러, 조세 정의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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