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항상 휴대하고 싶은 230g의 렌즈, 삼양옵틱스 AF 24mm F1.8 FE
[IT동아 남시현 기자] 카메라 렌즈는 초점거리가 고정되어있는 단초점 렌즈(Prime Lens, 이하 단렌즈)와 초점거리를 바꿀 수 있는 줌렌즈(Zoom lens)로 나뉜다. 줌렌즈는 하나의 렌즈로 여러 가지 화각을 활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좋지만, 광학부가 움직이는 구조라서 광학적 수차나 왜곡이 동일 초점거리의 단렌즈에 비해 떨어지고, 렌즈 밝기도 상대적으로 어둡다. 예외적으로 단렌즈와 비교할 정도로 광학적 완성도를 끌어올린 줌 렌즈도 있지만, 이런 제품은 매우 비싸다. 반면 단렌즈는 화각이 고정돼있어서 활용 범위에 뚜렷한 제약이 있지만, 동일 초점거리의 줌렌즈와 비교해 해상력과 광학적 완성도가 좋고 렌즈 밝기도 더 밝다. 같은 초점거리라면 무게도 크게 줄일 수 있어서 명확한 피사체를 목표로 촬영한다면 줌 렌즈보다는 단렌즈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단렌즈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 바로 광각 단초점 렌즈다. 망원 단렌즈 역시 높은 해상력과 큰 최대 개방 조리개를 통한 이점이 크지만, 기본적으로 무게가 무거운 데다가 줌렌즈의 활용도가 더 커서 활용도에 따라 선택하는 편이다. 반면 광각 단렌즈는 높은 해상력과 큰 최대 개방 조리개, 가벼운 무게 삼박자가 모두 들어맞으므로 꼭 줌렌즈일 필요가 없다면 단렌즈를 선택하는 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 삼양옵틱스가 출시한 AF24mm F1.8 FE와 AF 12mm F2 E가 이 구성을 모두 만족한다.
풍경, 일상, 천체 사진까지, 삼양옵틱스 AF24·12mm
삼양옵틱스가 출시한 AF 24mm F1.8 FE와 AF 12mm F2 E는 자동 초점을 지원하는 광각 단초점 렌즈다. AF 24mm F1.8 FE는 소니 A7 및 A1 계열의 35mm 풀프레임 FE 마운트에 대응하며, AF 12mm F2 E는 소니 A6000 및 5000계열의 APS-C E마운트에 대응한다. 지원 마운트 구분은 제품명 뒤에 있는 FE / E 여부로 확인할 수 있다. 두 렌즈는 리니어 STM 모터를 탑재해 자동 초점 기능을 지원하고, 홀수의 조리개날을 채용해 야경에서의 빛갈라짐이 미려하게 나타난다. 아울러 최단 초점거리가 0.19mm로 짧아서 광각 단렌즈임에도 근거리 피사계 심도 표현에 유리하고, 간이 접사로도 대응한다.
AF 24mm F1.8 FE는 삼양 Tiny 시리즈에 새롭게 추가된 광각렌즈로, 길이 71.5mm에 무게 230g으로 작고 가볍다. 외관과 마운트, 포커스링은 금속 재질이며, 포커스 모드 홀드 버튼과 측면 LED 초점 인디케이터, 그리고 2개의 커스텀 스위치가 배치돼 작지만 훌륭한 조작감을 갖췄다. 조리개는 9날 원형 조리개에 최대 F1.8에서 최소 F22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8군 11매 구성에 2개의 비구면 렌즈와 3개의 고굴절 렌즈, 2매의 저분산 렌즈가 탑재돼있다. MTF 차트 상으로 중앙은 물론 극주변부에서도 해상력과 대비(콘트라스트) 저하가 상당히 적다.
AF 12mm F2 E는 APS-C E마운트 렌즈로는 처음으로 자동 초점을 지원하며, 길이 49.2mm에 무게 213g으로 현재 출시된 AF 12mm렌즈 중 가장 작고 가볍다. 외관 및 마운트는 금속으로, 포커스링은 고무 재질로 되어있고, 초광각 렌즈임에도 62mm 필터를 장착할 수 있다. E마운트 대응이므로 35mm 환산 초점거리는 18mm이며, 3매의 저분산 렌즈와 2매의 고굴절 렌즈가 포함된 10군 12매 구성으로 되어있다. 초광각 렌즈다보니 MTF 차트 상 극주변부 해상력 및 대비가 다소 감소하지만, 극주변부를 제외하면 비교적 꾸준히 해상력 및 대비가 유지된다. 물론 E 10-18mm F4 OSS같은 광각 줌렌즈와 비교하면 확연히 우수한 해상력이다.
풀프레임 대응 제품인 AF 24mm F1.8 FE에 소니 ILCE-A7M2, A7S3를 조합해 사용해봤다. 24mm 초점거리는 일반적으로 여행, 야경, 천체 촬영 등 목적성을 띠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AF 24mm F1.8 FE는 f/1.8 조리개의 얕은 심도 표현과 83.7˚의 넓은 화각, 그리고 광각임에도 주변부에 술통형 왜곡(Barrel Distortion)이 거의 없어 일상 용도로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해당 예시에서는 근거리 주변부는 매우 해상력이 높게 나타나며, 무한대 영역도 색수차나 왜곡이 잘 잡힌 상태로 확인된다. 소니 A7M2의 2,430만 화소 수준은 무난하게 소화하고, 6,100만 화소인 A7R4같은 모델과 조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f/1.8 최대 개방과 f/4.0으로 촬영해 중앙부 및 주변부 해상력을 비교해보았다. 보통 10~20만 원대 저가형 단렌즈의 경우, 최대 개방에서 주변부에서 색수차나 왜곡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AF 24mm F1.8 FE를 사용하다보면 얕은 피사계 심도로 인해 전경에서 해상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수 있지만, 초점이 맞는 부분은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고, 색수차도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주변부 밝기가 감소하는 비네팅 현상도 f/1.8 최대 개방임을 감안해도 상당히 잘 잡은 모습이다. 여기서 조리개를 f/4.0까지만 올려도 주변부까지 해상력이 고르게 향상되며 비네팅도 거의 사라진다.
5~10미터 거리에서 f/8.0으로 촬영한 건물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다. 광각에 로우앵글 특성 상 원거리 주변부가 안 좋을 법도 하지만 나뭇잎, 벽돌 하나하나의 형체가 흐트러짐이 없다. 특히 중앙부와 주변부 조리개를 조인 상태에서는 색수차가 상당히 억제되므로 금속 피사체나 야경 촬영 등에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태양을 직사로 촬영한 결과에서는 녹색 고스트가 개입하긴 했으나, 비교적 부드럽게 억제된다. 강한 광선이 아닌 일광에서라면 플레어나 고스트도 크게 체감하기 어렵다.
광각 렌즈의 피사계 심도 표현은 쉽지 않지만, AF 24mm F1.8 FE는 최대 개방이 f/1.8이어서 어느정도 얕은 심도도 구현할 수 있다. f/1.8로 설정하고 비교적 가까운 30~40cm 거리까지 다가가면 피사계 심도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표준 및 망원 렌즈와 비교해 배경 흐림이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으나, 밋밋한 광각 줌렌즈의 심도 표현과 비교하면 확실한 수준이다. 주관적으로 피사계 심도는 충분히 얕게 표현되나, 주변부 피사체가 원형을 유지하므로 배경흐림 자체의 미려함은 개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최단 초점거리는 0.19m로 일상 사진 수준이라면 충분히 근거리 촬영이 가능하다. 잘만 이용한다면 광각이지만 앞서 샘플보다 훨씬 더 얕은 피사계 심도를 의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해당 샘플에 있는 꽃은 직경이 약 2cm에 불과하고, 한 포기를 다 합쳐봐야 성인 남성의 손바닥만 하다. 해당 피사체를 최단거리로 f/1.8 촬영한 결과물에서는 약 5~7cm에 불과한 꽃대 아래 부분까지 심도가 날아갈 정도를 보여주었다. 이때 주변부 해상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감안해야한다.
어둠 속에서도 편리한 별 사진, 천체 초점 모드
AF 24mm F1.8 FE는 무한대 초점을 자동으로 설정하는 ‘천체 초점 모드’가 탑재돼있다. 별이나 은하수를 촬영할 때는 피사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LCD창의 인디케이터를 확인하거나, MF 확대 기능을 활용해 별을 초점을 잡아야하지만, 이 기능은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도 바로 천체 촬영이 가능한 초점 상태가 된다. 천체 초점 모드는 기기가 켜진 상태에서는 렌즈 측면의 포커스 홀드 버튼을 누른 상태로 마운트 하고, 기기가 꺼진 상태에서는 측면의 포커스 홀드 버튼을 누른 상태로 전원을 켠다. 그럼 측면의 LED가 붉은색으로 점등돼있다가 녹색으로 바뀌며 자동으로 초점이 무한대가 된다.
천체 초점 모드가 정상적으로 켜졌으면 카메라 초점 모드는 자동으로 MF로 변경되며, 무한대가 아닐 경우 렌즈 측면에 붉은색 LED가 점등돼 이상을 알린다. 만약 실수로 초점을 변경했다면 포커스 홀드 버튼을 누르면 초점이 원상 복귀한다. 무한대가 아닌 다른 피사체 촬영을 복합 촬영해 포커스를 변경해야 한다면, 초점을 원하는 위치로 변경한 다음 포커스 홀드 버튼을 3초간 누르면 해당 위치가 고정된다.
빛망울과 빛 갈라짐, 휴대성 생각하면 우수
광각 단렌즈에서 빛갈라짐과 빛망울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광각 단렌즈 자체가 야간 촬영에 많이 사용되는데, 빛갈라짐과 빛망울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결과물도 아쉽기 때문이다. AF 24mm F1.8 FE는 9개의 조리개날을 활용해 총 18개의 빛갈라짐이 형성된다. 또한 최대 개방 시 조리개 날이 원형을 유지하므로 최대 개방 촬영에서의 빛망울은 원형이다. 간단한 샘플 촬영을 통해 확인한 AF 24mm F1.8 FE의 빛갈라짐은 중앙부를 중심으로 또렷하게 표현된다. 샘플 촬영에서는 플레어와 고스트가 드문드문 확인되지만, 외부 야경 촬영이라면 그 크기가 작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빛망울은 테두리가 약하게 녹색을 띠고, 내부에 양파 모양의 링이 보이지만, 가격대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다. 빛망울은 f/2.0부터 원형보다는 구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바뀌며, f/22에서는 약간의 빛갈라짐이 관측된다. 전문가용 고성능 렌즈와 비교한다면 분명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230g의 가벼움에 이 정도 표현력을 갖췄다는 것 자체가 AF 24mm F1.8 FE의 장점이다.
야경과 천체촬영, 여행의 동반자
사진사들은 항상 장착하고 사용하는 렌즈를 ‘바디캡’ 렌즈라고 부른다. 바디캡은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마운트를 보호하는 장치인데, 바디캡처럼 항상 장착해놓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렌즈라는 의미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광각 계열에서는 24mm와 35mm가 인기며, 팬케이크인 40mm, 준망원인 50mm도 많이 사용된다. AF 24mm F1.8 FE 역시 바디캡 렌즈로 적절하다. 무게가 230g에 불과하므로 A7 시리즈와 조합했을 때 매우 가볍고, 주변부 해상력도 수준급이어서 촬영 후 일부분을 잘라내도(Crop) 웹 활용 수준으로 충분하다. f/1.8의 밝은 조리개와 2개의 커스텀 스위치도 활용도를 높인다.
AF 24mm F1.8 FE의 가격은 55만 원대, AF 12mm F2 E는 44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두 렌즈 모두 초보자가 접근하기보다는, 여행 혹은 천체 촬영용 단렌즈나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광각렌즈를 찾는 중급 사용자에게 적합한 가격대다. 특히 AF 24mm F1.8 FE의 천체 촬영 모드는 단순한 기능이지만, 천체 촬영 경험이 있는 사용자라면 상당히 쓸만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미 여러 개의 렌즈를 보유하고 있는가? 그렇더라도 두 렌즈를 한번 써볼 기회가 있다면 가방에 하나쯤은 항상 넣어두고 싶어질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