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이 법률 플랫폼 '로톡'에 칼을 빼들었다
[IT동아 김대은 기자] 인터넷 법률 상담 사이트 ‘로톡’이 최근 법조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로톡의 영업 방식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 변호사 유관 단체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다.
로톡은 일반인을 상대로 형량 예측 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변호사를 상대로는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 플랫폼이다. 영상 통화를 이용한 상담을 제공하는 등 기존의 변호사 상담보다 편리한 접근 방식과 저렴한 가격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의 숫자는 약 4천 명에 달해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약 900명)보다 훨씬 많다. 특히 2012년부터 2020년까지 형사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이 선고한 판결문 40여만 건을 수집, 확보한 형량예측 AI를 도입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변협 등 변호사 단체들은 로톡에 대해 계속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로톡이 거대해지면서 변호사들이 플랫폼에 지나치게 종속될 수 있고, 지나친 수임료 하락을 우려해서다. 실제로 로톡과 유사한 서비스인 ‘네이버 엑스퍼트’의 법률 섹션에는 상담 비용을 80~90% 가까이 할인해 주겠다는 변호사들의 광고가 다수 올라와 있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변호사 단체로부터 3차례 고발당한 바 있다. 이 중 가장 최근인 2020년 11월 ‘직역수호변호사단’이 고발한 건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고, 과거 변협 및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고발한 두 건은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벌이 불가능해 재판에 넘기지 않음) 처분됐다.
직역수호변호사단은 또한 로톡이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로앤컴퍼니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로톡 측은 해당 신고와 관련해 아직 자료 제출 또는 출석에 관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변호사 단체들은 로톡이 변호사법 34조 및 109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현재 변호사법 34조는 금품 등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해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로톡이 사실상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로톡 홈페이지에서 경력·성별·지역 등 조건별로 변호사를 쉽게 골라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로앤컴퍼니 측은 자사의 서비스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변호사법 34조를 위반하기 위해서는 ‘특정성’과 ‘대가성’이 둘 다 충족되어야 하지만, 로톡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톡은 ‘이혼’ 등 특정 검색어에 노출되도록 하는 광고 상품을 변호사에게 판매하고 있을 뿐, 특정 의뢰인과 변호사를 직접 연결해 주지는 않는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로톡은 월 정액제 기반으로 변호사에게 광고를 판매하고 있으며, 변호사 노출 순서는 무작위로 결정되므로 변호사 알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 관계자는 “로톡에는 ‘중개 수수료’가 없어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 오가는 돈 사이에 전혀 개입하지 않으므로, 대가성 역시 충족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한편 로톡이 변호사법 109조를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변호사법 109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고 법률 사무를 취급한 자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직역수호변호사단은 법원의 1심 판결문을 분석하여 형량을 예측해 주는 로톡의 ‘형량 예측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로톡 측은 이것이 단순한 통계 자료 제공에 불과하며, 애초에 무료 서비스이므로 해당 법률과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갈등이 심화하면서 변협은 최근 로톡을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술수를 내놨다. 변협 자체 규정인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로톡에 참여하는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내리기로 한 것이다. 이 규정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사 소개 및 판결 예측 서비스 관련 광고를 할 때 회원인 변호사가 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로톡 금지법’에 가깝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모두 변협에 소속되기 때문에,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 모두가 새로운 규정의 영향을 받게 된다. 변협 관계자는 “새로운 규정을 어기는 변호사는 적게는 견책 등 가벼운 처분뿐만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 과태료 부과 등 무거운 처분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전에 변협이 로톡을 합법으로 판단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전 집행부에서 벌어진 일이며, 당시에는 로톡이 지금과 같이 사업을 확장하기 전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서비스에 대한 유권해석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반박했다.
이와 같은 변협의 행동에 대해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현재 변협의 광고 규정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라면서도 “소송 제기 등 여러 방법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이처럼 IT 업계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면서 해당 분야 종사자들의 반발을 맞닥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택시 앱 ‘카카오택시’와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 또한 택시 기사들의 반발로 인해 서비스가 몇 차례 중단된 바 있다. 특히 타다의 경우 택시 기사 단체의 고발로 재판까지 간 끝에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이후 ‘타다 금지법’의 제정으로 인해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다. 출판 업계의 경우에도 ‘알라딘’ 등 인터넷 전문 서점이 등장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서점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글 / IT동아 김대은 (daee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