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리의 잇(IT)트렌드] 네카라쿠배당토직야 – 개발자 전성시대
전국 직장인, 그 중에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대리님들을 위한 IT 상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점심시간 뜬금없는 부장님의 질문에 난감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저 송대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장님, 아니 더 윗분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도록 정보 포인트만 쏙쏙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테슬라, 클럽하우스, 삼성, 네카라쿠배 등 전세계 IT 소식을 언제 다보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한 대리님들이 작게나마 숨 한번 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네카라쿠배? 그게 무슨말이야? 신조어인가?
요즘은 ‘네카라쿠배당토직야’라고해요. 무슨 고대 주문같죠?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업문은 좁아지고 있는데, 오히려 채용을 확대하는 기업들이 있답니다. 고대 주문 같은 지금 이 단어가 그 기업들입니다. 최근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좋은 대우와 높은 연봉을 책정한 기업들의 앞글자를 딴 새로운 명칭이죠.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직방, 야놀자… 이 기업들의 앞글자가 네카라쿠배당토직야 입니다. 처음에는 네카라쿠배로 시작해 지금은 네카라쿠배에 이어 당토직야까지 왔습니다. 계속 길어지고 있죠.
‘비대면 특수’ 속에 채용을 확대하는 이 기업들에게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다른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와 중견 IT업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요. 고급 인력, 특히 개발자 직군 인재 영입 때문에 최근에는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면서 개발자 모셔가기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 개발자들 몸값이 계속 치솟고 있다? 어느 수준이길래?
잘 들어보세요. 요즘 장난 아닙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개발자들이 요즘은 일반직 채용공고를 보지 않습니다. ‘조건 보고 골라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니깐요. 초봉 5,000~6,000만 원, 이직 보너스로 1억 원을 준다는 얘기까지 나와요. ‘공무원 그만두고 프로그래밍 학원 다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죠.
핀테크 스타트업인 토스는 경력직 직원에게 기존 직장 연봉의 최대 50%를 더 주고, 1억 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당근마켓은 개발자 최저 연봉 5,000만 원을 내걸고, 스톡옵션도 주는 것으로 알려졌구요. 쿠팡은 지난해 경력 개발자 200여 명을 채용했는데, 당시 입사 보너스 개념으로 5,000만 원을 제공해 화제되었습니다.
IT 업계처럼 개발자가 중요한 게임업계도 몸값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넥슨이 신입 초봉과 직원 연봉을 상향한다고 발표하자, 넷마블, 컴투스 등도 비슷한 내용을 이어서 발표했죠. 이에 질세라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신입 초봉을 6,000만 원으로, 재직 직원 연봉은 2,000만 원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최근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도 경력 개발자 공채에 나섰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쿠팡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해석하는데요. ‘2025년까지 5만 명을 고용하겠다’라고 계획을 밝힌 쿠팡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대적인 개발자 공채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 겁니다. 이에 선제 대응한 셈이라는 거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인공지능(AI) 분야 개발자는 병역특례 요원마저 억대 몸값(?)이라네요. 국내외 유명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한 석사급 전문연구요원은 연봉 1억 원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형 IT기업과 수백억 원 이상 투자 받은 유망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이 우수 전문연구요원을 두고 몸값을 높이는 중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 이른바 핀테크 '빅3'는 올 1분기에만 200명 넘는 IT 개발인력을 뽑았어요. 작년 하반기 채용한 100명을 더하면 반년 만에 300명 넘는 개발인력을 흡수한 셈이죠.
카카오의 인공지능(AI) 분야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2월 설립 후 600명 안팎의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이중 개발자가 대부분인데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코로나19와 관계 없이 올해까지 1,000명 이상 직원을 확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도 IT업계에서 일하다보니, 주변 개발자들이 전부 카카오에서 오퍼를 엄청 받더라고요. ‘정말 사람들을 많이 뽑아가려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은 올 한해만 400여 명의 인력을 뽑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디자인이나 기획 직군도 있지만, 역시 대부분 개발자예요. 올해초까지만 해도 1,400명 직원이 일했는데 무려 30%에 달하는 인력을 추가로 뽑는다는 얘기죠.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온라인 배달 시장 성장 때문이죠.
3. 개발자 전성시대네…, 이유가 뭔지?
개발자 몸값 폭등 시작점은, 쿠팡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지난해 하반기 쿠팡이 채용한 2년차 경력 개발자 연봉은 6,000만원대였습니다. 같은 기간 경력 개발자 200명을 채용하면서 입사 보너스로 연봉에 해당하는 5,000만 원을 지급했죠. 쿠팡이 연봉을 크게 올리면서 IT 개발 인력을 싹쓸이(?)하는 상황이다보니 다른 기업들도 정신을 차린거죠. 자연스럽게 연봉 상승 경쟁으로 이어진겁니다.
이 외에도 포스트코로나, 이른바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개발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고 있죠. 산업의 변화도 한몫합니다. DT,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하는데요. 모든 산업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데이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개발자 전성시대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은행 업계는 대대적으로 핀테크 기술을 도입하고 있고,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 IT 기술에 열을 올리고 있죠. 유통 업계도 백화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IT 기술 기반 이커머스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즉, 개발자를 찾는 수요가 압도적으로 늘어난 상황이죠.
요즘 이런 농담 섞인 푸념도 들립니다. 개발자는 늘 부족한데, 뽑으면 쉽게 이직해버려서 ‘주요 업무가 인력채용’이라고 말이죠.
4. 그런데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된다? 이런 이야기도 들리던데?
대기업들이 쓸어간다는 얘기네요. 자금력을 앞세워 대기업이 채용 공세를 하다보니, 개발자 한 사람이 아쉬운 스타트업은 씁쓸할 수밖에 없죠. PC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 PC온라인에서 모바일게임으로 각각 플랫폼 격변의 시기에 성공 사례가 이어졌던 것처럼, 시장 패러다임 변화가 오지 않는 이상 개발자를 채용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이 ‘뒤집기 한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게임 스타트업 입장에선 인재 유출도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대비도 쉽지 않아요. 스타트업에서 3~4년차 경력을 쌓은 개발자라면, 앞서 언급한 기업들에 신입으로 입사해도 연봉이 대폭 올라가는 상황이죠. 웃기지만 슬픈, 웃픈 상황들도 많이 생겨납니다.
5. 개발자는 호황인데, 산업 전반적으로 보면 취업하기 어렵지 않나?
다른 분야를 보면, 제조업은 배터리 분야만 ‘인재 선발’하는 상황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63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64.4%는 내년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9.7%만이 ‘있다’고 했습니다. 나머지는 아직 신규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네요. 수치만 봐도 전반적인 취업 전망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6. 흠… 상대적인 박탈감이 심할 것 같은데.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IT 대기업 대부분의 연봉도 앞서말한 네카라쿠배당토직야 개발자 초봉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LG전자 사내 익명게시판에는 '우리 회사 과장 연봉이 IT 업종 신입 직원 연봉과 같다', '넥슨 연봉 상승을 보고 패배감이 들었다'는 불만글이 쌓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의 SW(소프트웨어) 개발 핵심 임원이 최근 쿠팡으로 이직했습니다. 막대한 연봉과 인센티브를 내건 개발자 유치전에서 삼성도 예외 대상은 아닌거죠.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역대 최대 규모의 개발자 채용에 나선 것도 쿠팡,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토스 등으로 개발자가 대거 이직한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들려요. 실제로 제 주변만 봐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도 많이 이직했구요.
7. 그런데 막상 인력을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고?
개발자 유치 경쟁에 나선 기업들도 ‘정작 실력 있는 개발자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고충을 호소합니다. 대학에서 양성하는 인재가 워낙 적다 보니 실력 있는 신입을 찾기 어렵고, 회사들은 경력 공채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거죠. 과장을 조금 섞어 얘기하면, ‘영어능통자가 필요한데 급하게 알파벳 2-3개월 배우고 영어 잘한다’는 상황? 이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들리죠. 네카라쿠배당토직야에서 언급하는 개발자는 ‘사실 극소수 우수 개발자에 한해서만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8. 왜 이렇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생기는 걸까?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일자리는 전세계에서 향후 10년간 12%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전공 졸업자는 수년째 늘어나지 않았어요. 인력 수급 문제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문대 이상 응용소프트웨어, 전산·컴퓨터공학, 정보·통신을 전공한 졸업자는 4년째 3만 3,000명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물론 꼭 전공했다고 해서 개발자로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만, 다른 분야와 달리 관련 전공자가 많은 건 맞죠.
사실 개발자는 분야가 다양합니다. 개발 학문은 첨단 산업에 맞게 커리큘럼이 빨리빨리 만들어져야 하는데, 대학이 체질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최근 신사업 관련 개발 학과가 많이 생기긴 했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개발자를 배출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IoT 학과 데이터 사이언스 학과 등이 많이 생겼는데, 실무에서는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찾죠. 아무래도 대학 커리큘럼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현장을 따라가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9. 나도 개발을 배워야 할까?
‘문송해도 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문송, ‘문과라서 죄송하다’라는 뜻이죠.
당연히 상관없습니다. 참고로 저도 인문학 전공입니다. 그래도 IT 업계에서 디자인, 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죠. 전공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경험입니다. 많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쌓아야 하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간단한 코딩 같은 것은 10년 안에 인공지능이 짤 수 있을 겁입니다. 그래서 뛰어난 개발자가 되려면, 관련학과를 나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많은 경험을 쌓아야죠.
누군가가 가르치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보다, 먼저 나서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자세가 더 필요합니다. 어려운 코드를 빠르게 쳐내는 개발이 아닌, 창의적인 생각으로 다양한 상황을 대처하는 인재가 필요한거니까요.
송태민 / IT전문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현재 KBS 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에서 IT따라잡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하기도. 두 딸과 ‘루루체체 TV’ 유튜브 채널, 개그맨 이문재와 ‘우정의 무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을 집필했고, 음반 40여장을 발표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