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GA 폭등 다음은 HDD··· 가상화폐 발 HDD 품귀 시작되나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VGA 가격을 폭등시킨 가상화폐가 이번엔 저장 장치를 노린다. 하드웨어 전문 매체 탐스 하드웨어에 따르면, 중국의 암호화폐 채굴자들이 5월 3일 거래를 시작할 예정인 암호화폐 ‘치아(Chia)’를 확보할 목적으로 HDD 및 SSD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가상화폐 치아는 비트토렌트(BitTorrent) 개발자인 브램 코언(Bram Cohen)이 개발한 가상화폐로, 비트코인의 중앙화와 막대한 전력소모로 인한 환경파괴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치아 코인은 기존의 암호화폐들이 작업 증명을 기반으로 하는 것과 다르게, 저장 공간 및 시간을 증명 모델로 사용해 전력 소모가 적은 게 특징이다.

차이 네트워크의 저장 공간 추세, 1달만에 10배에 가까운 저장공간을 확보했다. 출처=차이 네트워크
차이 네트워크의 저장 공간 추세, 1달만에 10배에 가까운 저장공간을 확보했다. 출처=차이 네트워크

기존의 가상화폐를 확보하기 위해 특정 연산을 처리하는 행위를 ‘채굴’이라고 했으나, 치아는 ‘플롯’이라고 하는 암호화 번호를 저장장치를 보관하는 것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서 ‘재배(Farming)’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서 사용자는 본인이 보유한 HDD의 저장 공간을 치아 네트워크에 대여해주고, 치아 네트워크가 해당 공간만큼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20일 당시 치아 네트워크가 확보한 저장 공간은 120PB(페타바이트)에 불과했지만, 한 달이 지난 4월 29일 기준 1,143PB(1.14EB)에 달할 만큼 규모가 커지고 있다. 1.14EB를 TB(테라바이트)로 환산하면 1,140,000TB에 달한다.

VGA 끝장낸 가상화폐, 다음 타깃은 HDD&SSD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티몰에서 18TB WD HC550을 8,699위안(한화 149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해당 제품의 국내 판매가는 78만 원대다. 출처=티몰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티몰에서 18TB WD HC550을 8,699위안(한화 149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해당 제품의 국내 판매가는 78만 원대다. 출처=티몰

중국 알리바바 산하 전자상거래 기업인 티몰에서 판매 중인 웨스턴디지털 WD 울트라스타 DC HC550의 6,999~8,699위안(한화 120~149만 원)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시게이트 아이언울프 프로 16TB도 4,999위안(85만 원)에 거래 중이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만만바이(Manmanbuy)에서 판매 중인 16~18TB 하드디스크 거래 가격도 1~2주일 사이 30~60%씩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홍콩 언론 HKEPC도 최근 홍콩 내 4~18TB 사이 SSD·HDD가 하루 이틀 사이에 품절되고 있으며, 가격도 전반적으로 200~600 홍콩 달러씩 인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가상화폐 채굴 하드웨어 제조사를 중심으로 32개의 SATA3 HDD를 장착할 수 있는 메인보드(Chia-D32H-D4)가 등장하는가 하면, 하드웨어 제조사인 ‘갤럭시(GALAX)’가 채굴 / 농업 및 기타 비정상적인 작업으로 인해 일일 데이터 사용량이 일반 사용량 기준을 크게 초과한 SSD에 대해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저장장치 시장에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16~18TB 고용량 HDD 가격 상승 및 품절이 관측되고 있다. 출처=다나와
국내 시장에서도 16~18TB 고용량 HDD 가격 상승 및 품절이 관측되고 있다. 출처=다나와

아직 웨스턴디지털 WD 울트라스타 DC HC550 18TB의 국내 판매가는 78만 원대, 아이언울프 프로 16TB 67만 원대로 안정 상태지만, 중국 내 역직구 수요가 몰린다면 언제든지 폭등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도 4개의 WD 울트라스타 DC HC550 18TB 패키지 가격이 지난 20일까지 285만 원대를 유지하다가 1주일 사이에 300~350만 원대로 폭등하는 등 전진이 시작되고 있다.

긍정적 측면도 많지만, 일반 소비자에겐 부정적

치아 네트워크의 등판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모두 존재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향후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 자율 주행 차량, 사물 인터넷 등으로 인해 폭증하는 네트워크 수요를 치아 네트워크가 보완할 수 있다. 시장 규모나 치아 네트워크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실물 경제에 적용하기 어려운 지금의 가상화폐와 달리, 저장 공간이 필요한 어떤 분야든 수요처가 될 수 있다. 환경 측면에서도 채굴용 그래픽 카드보다 10배 이상 소비전력이 낮은 HDD를 사용하므로 소비전력을 아낄 수 있다.

국내 주요 그래픽카드 라인업 가격대, 초기 출고가 대비 4~5배나 올랐다. 출처=다나와
국내 주요 그래픽카드 라인업 가격대, 초기 출고가 대비 4~5배나 올랐다. 출처=다나와

하지만 소비자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다. 이미 고성능 저장장치 가격이 폭등한 것으로 볼 때, HDD 역시 그래픽 카드 가격 폭등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출시된 엔비디아 RTX 30 시리즈는 399달러에서 1,499달러로 출시됐지만, 암호화폐 채굴 용도로 수요가 몰리면서 399달러로 출시된 RTX 3060 Ti는 현재 180~200만 원, 699달러로 출시한 RTX 3080은 260~30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그래픽 카드의 역대급 가격 상승은 가상화폐에 대한 인기가 식거나, 그래픽 카드 공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치아 네트워크의 인기가 과열될 경우, 저장장치 가격도 비슷한 양상으로 갈 수 있다. 4~18TB급 저장장치 혹은 1TB 이상 SSD 구매를 앞두고 있다면, 이른 시일 내에 저장장치를 구매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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