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리의 잇(IT)트렌드] 방탄소년단 소속사는 왜 NFT에 관심을 가질까?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전국 직장인, 그중에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대리님들을 위한 IT 상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점심시간 뜬금없는 부장님의 질문에 난감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저 송대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장님, 아니 더 윗분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도록 정보 포인트만 쏙쏙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테슬라, 클럽하우스, 삼성, 네카라쿠배 등 전 세계 IT 소식을 언제 다 보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한 대리님들이 작게나마 숨 한 번 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요즘 메타버스말고도 NFT가 또 핫하더라?

뉴스에서 FNC, iHQ와 같은 연예기획사나 엔씨소프트, 넷마블, 게임빌과 같은 게임사가 NFT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해보셨을 거예요. 이전에 한 번 다룬 적 있지만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을 말합니다. 아마 요즘 젊은 세대는 토큰이란 걸 실제로 본 적이 없을 테지만 저희 세대는 다들 알잖아요? 버스 탈 때 돈 대신 쓰는 그 토큰이요. 그래서 토큰이라고 하면 코인하고 헷갈리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설명하자면 일종의 계약서라고 하면 될 거 같습니다. 굳이 토큰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이게 기술적인 용어라서 그렇습니다. ‘토큰화한다’는 용어처럼요.

출처=하이브
출처=하이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코인처럼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같은데요. 코인과 가장 큰 차이점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체 가능성(Fungibility)은 일종의 경제학 용어에요. 달러, 원화 같은 화폐는 만 원권이면 만 원, 1달러면 1달러, 이렇게 액면가만 같으면 모든 지폐가 가치가 같으니 서로 대체가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이런 자산을 대체 가능한 자산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토지나 보석, 미술품 같은 건 그렇지 않습니다. 각각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래서 서로 쉽게 바꿀 수 없거든요. 이런 특성을 대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2. 근데 사실 난 아직도 블록체인이 대체 뭔지 잘 모르겠어

하하, 사실 기술적으로 완벽히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대략적인 개념 정도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블록체인이라는 건 결국 거래 장부를 관리하는 기술이거든요. 기존에 금융 시스템에서 거래 장부를 관리하는 방식은 은행과 같은 믿을만한 기관에 이를 맡겨두는 방식이었다면, 블록체인은 이를 거래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나눠 맡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거래 내역이 저장되는 데이터 묶음을 ‘블록’이라고 하는데요. 이 블록들이 사슬(체인)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이라고 부릅니다.

블록체인의 경우, 기존과 달리 한 사람만 거래 장부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블록이라는 데이터로 나눠 가집니다. 그래서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거래 장부를 하나만 조작하면 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블록 형태로 각자 나눠 가지고 있는 거래 장부를 모두 조작해야 하니까요.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블록체인하면 보통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많이 떠올리지만 다른 용도로도 많이 활용할 수 있거든요.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뚜렷하니깐요. 백신 접종 증명서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고 있고요. 디지털 신분증 같은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NFT도 암호화폐 외의 블록체인 활용 사례 중 하나인 거죠.

아까 토지나 보석, 미술품 같은 걸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라고 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런 자산에는 그 가치나 소유권을 인증해주는 각종 계약서, 공증서, 인증서 같은 게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의 경우 NFT가 그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사실 디지털 데이터에는 원본이라는 개념이 없잖아요. 복사하면 그대로 복사가 되니깐요. 그런데 NFT를 활용하면 그 데이터 중 어떤 데이터가 원본이고, 그 소유자는 누구이고 이런 걸 증명할 수 있는 거죠. 어떻게 보면 디지털 인감도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3. 연예기획사가 NFT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뭐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거래 중인 방탄소년단 포토 카드 (출처=번개장터 캡처)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거래 중인 방탄소년단 포토 카드 (출처=번개장터 캡처)

일단은 요즘 ‘굿즈’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굿즈라고 하면 원래는 그냥 상품, 재화를 뜻하는 단어지만 일반적으로는 특정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특정 지식재산권(IP)이나 아이돌과 관련된 상품들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BTS 포카 같은 게 있겠네요. 포카가 뭐냐고요? 포토 카드를 말합니다. BTS 멤버들 모습이 담긴 카드인데, 앨범에 사은품으로 끼워주기도 하는데요. 어떤 포토 카드가 동봉됐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랜덤이라서요. 카드마다 멤버도 다르고, 희소성도 다르기 때문에 중고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거든요. 실제로 인도네시아 같은 곳에서는 희귀한 포토 카드가 3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소속사 입장에서는 이런 거래를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진짜 공식 포토 카드를 가지고 거래를 하고 있는 건지, 위조품이 거래되는 건지도 알 수 없잖아요? 그러니깐 차라리 NFT를 활용해서 디지털 포토 카드를 만들어 판매한다고 하면, 소속사 차원에서 관리하기도 쉽고 판매도 수월해집니다. 실제로 이런 방식을 실제로 적용하고 있는 곳이 바로 미국 프로 농구 연맹(NBA)입니다. NBA는 NFT를 활용해 선수들의 20초 분량 하이라이트 영상을 카드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거든요.

NFT로 NBA 선수들 활약 영상을 판매하는 서비스인 'NBA 탑 샷' (출처=NBA)
NFT로 NBA 선수들 활약 영상을 판매하는 서비스인 'NBA 탑 샷' (출처=NBA)

NFT에 열광하는 또 다른 집단은 미술계입니다. NFT 때문에 디지털 미술품을 사고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니깐요. 그리고 추급권이란 개념이 있는데요. 재판매권이라고도 합니다. 작가가 미술품이 재판매될 때 그 수익 중 일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정을 안 해주고 있는데요.

만약 이게 인정이 된다고 하면, NFT에서도 이걸 설정할 수 있겠죠. 디지털 계약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거래 때마다 20%의 금액을 줘야 된다’라고 설정을 하면 자동으로 지급이 되는 식입니다. 일종의 인세 계약 같은 게 들어가는 거죠. NFT를 활용한 미술품의 디지털 거래는 기존 오프라인 경매장 방식보다 문턱도 낮기 때문에 거래도 활발해지고, 미술가들이 거둘 수 있는 수익도 더 높아지겠죠.

4. 저작권은 법적 보호가 되잖아. 그럼 NFT에도 이게 적용이 돼?

미술품 경매 모습 (출처=셔터스톡)
미술품 경매 모습 (출처=셔터스톡)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요. 일단 소장자와 소유권, 저작자와 저작권은 다르다는 걸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네요.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있는 미술 작품을 누군가가 디지털로 만들어서 NFT화를 하겠다고 했어요. 이 미술품의 작가는 고인이 되신 분인데요. 저작권이라는 건 저작자 사망 후에도 30년 동안은 유지가 됩니다. 그러니깐 저작권이 유족에게 있는 거죠. 그래서 유족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미술품을 경매에서 구입해 소유하고 있더라도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기 때문에 이를 NFT화 하는 건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NFT가 기존에는 없던 개념이다보니깐 여러 모로 애매한 부분이 꽤 있습니다. NFT의 소유권과 저작권은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해야 분쟁을 막을 수 있을지… 논의와 함께 제도적 보완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송태민 / IT전문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현재 KBS 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에서 IT따라잡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하기도. 두 딸과 ‘루루체체 TV’ 유튜브 채널, 개그맨 이문재와 ‘우정의 무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을 집필했고, 음반 40여 장을 발표했다.

정리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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