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은 왜 '죽은 링크'를 관리하지 않을까

김대은 daeeun@itdonga.com

[IT동아 김대은 기자] 최근 질병관리청의 인터넷 주소 중 일부가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네티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질병관리본부(Korea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가 '질병관리청(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으로 승격하면서 인터넷 주소가 바뀌었는데, 더 이상 이전 주소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주소로 접속하면 질병관리청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대신 위와 같은 안내문이 나온다. (출처=질병관리청)
현재 질병관리본부 주소로 접속하면 질병관리청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대신 위와 같은 안내문이 나온다. (출처=질병관리청)

정부발 '죽은 링크'의 유구한 역사

이와 같은 질병관리청의 결정은 또 다시 '죽은 링크(dead link)'를 양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죽은 링크란 이전에 잘 이용하였으나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 인터넷 주소를 말한다. 이전에 운영하던 홈페이지를 폐쇄하거나 블로그 글을 삭제한 경우, 혹은 인터넷 주소를 변경한 후 이전 주소를 새로운 주소로 자동 연결해 주는 '리다이렉트(redirect)' 작업을 하지 않을 경우 그 주소는 죽은 링크가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옛 이름인 지식경제부의 인터넷 주소를 입력한 결과. 별도의 리다이렉트 설정을 하지 않아 오류 메시지가 뜬다. (출처=IT동아)
산업통상자원부의 옛 이름인 지식경제부의 인터넷 주소를 입력한 결과. 별도의 리다이렉트 설정을 하지 않아 오류 메시지가 뜬다. (출처=IT동아)

죽은 링크로 인해 인터넷 사용자는 정보를 찾기 위해 일일이 검색 사이트를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다. 가령 어떤 사람이 예전에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코로나19 접종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링크 A를 저장해 두었다고 가정하자. 이번 조치로 인해 해당 링크 A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으므로, 다시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질병관리청 홈페이지를 검색, 접속한 후 코로나19 접종 정보를 찾아야 한다.

이같은 정부 홈페이지의 '죽은 링크'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기존 정부 조직을 개편하고 이름을 변경하는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인터넷 주소 역시 새로운 이름에 맞춰 바꾸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이전에 '지식경제부' 및 '산업자원부'라는 이름을 사용하였으나, 현재는 그때의 인터넷 주소가 작동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부부처로 연결되는 인터넷 주소를 모아 놓은 사이트. 그러나 대부분의 주소는 눌러도 해당 홈페이지 대신 오류 메시지가 뜬다. (출처=충청남도건축사회)
대한민국의 정부부처로 연결되는 인터넷 주소를 모아 놓은 사이트. 그러나 대부분의 주소는 눌러도 해당 홈페이지 대신 오류 메시지가 뜬다. (출처=충청남도건축사회)

문제의 원인은 '도메인 총량제'

죽은 링크가 양산되는 원인으로는 정부 부처의 잦은 이름 변경, 기존 인터넷 주소의 리다이렉트 미지원 등과 함께,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도메인 총량제'를 꼽을 수 있다. '도메인(domain)'은 원래 '영토, 영역'을 뜻하는 영단어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주소라는 의미로 더욱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정부 부처에서 사용하는 도메인 개수가 지나치게 많아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이를 감축하도록 유도하는 도메인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각 정부 부처는 새로운 인터넷 주소를 만들 때마다 기존에 사용하던 인터넷 주소를 반납하고, 이와 같은 사항에 대해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웹사이트 관리개선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 부처는 새로운 웹사이트를 구축할 때마다 기존 도메인을 반납해야 한다. (출처=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웹사이트 관리개선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 부처는 새로운 웹사이트를 구축할 때마다 기존 도메인을 반납해야 한다. (출처=행정안전부)

'죽은 링크' 문제의 해결법

그렇다면 '죽은 링크' 양산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정부 부처의 인터넷 주소 관리에 대해서는 미국의 사례를 본받을 만하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정부 부처 및 하위 기관의 이름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산업통상자원부는 1948년 '상공부'에서 출발하여 '상공자원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를 거쳐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미국 상무부의 경우 1903년 노동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 and Labor)에서 출발하여 1913년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로 이름을 바꾼 뒤로 100년이 넘게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홈페이지. 100년이 넘게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출처=미국 상무부)
미국 상무부 홈페이지. 100년이 넘게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출처=미국 상무부)

만약 부득이하게 기관의 이름을 바꾸더라도, 인터넷 주소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기존 인터넷 주소를 새로운 인터넷 주소로 자동 이동시켜주는 리다이렉션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기존 인터넷 주소와 새로운 인터넷 주소를 모두 관리해야 하는데, 기존 인터넷 주소를 일괄적으로 폐지하도록 하는 현행의 '도메인 총량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부 부처/기관의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는 어디까지나, 이에 접속하는 국민/시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글 / IT동아 김대은 (daeeu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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