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포용의 산실,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 현장 가 보니

[IT동아 차주경 기자] 우리 정부는 성별·지역·계층·연령 관계 없이, 모든 국민이 차별과 배제 없이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지향한다. 여기에 누구나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디지털 포용’은 필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지역이나 나이에 따른 디지털 격차가 있다. 디지털 시설이 잘 마련된 수도권 거주자, 새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한 청년층은 기술의 혜택을 많이 받는다. 반면, 디지털 시설이 열악한 지방 거주자,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려워하는 중장년층은 기술의 혜택을 좀처럼 누리지 못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장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장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디지털 배움터’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배움터와 교육 강사를 마련한다. 국민 누구나 가까운 곳에 세워진 디지털 배움터를 찾아 배우고 체험하며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누린다.

전라남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함께 마련한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도 그 일환이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사업 가운데 하나로, 전라남도민 누구나 PC와 스마트폰 사용법, 키오스크(무인 주문기)와 온라인 뱅킹 등 디지털 기술을 집 근처에서 배우도록 돕는 교육이다.

티엠디교육그룹(TMD교육그룹)이 사단법인 상생나무와 연합을 구성, 교육 실무와 진행을 담당한다. 전라남도내 85곳에 디지털 배움터를 세우고 강사를 파견했다. 뿐만 아니라 도내 시설이나 지자체 관광 사업과의 연계, 일자리 창출까지 고려했다.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장 가운데 목포 시립도서관과 이랜드복지관, 해상케이블카 북항승강장을 각각 찾았다. 디지털 포용과 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각기 다른 장점을 추구하는 ‘실질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이었다.

디지털역량교육과 도내 시설과의 연계...일자리 창출 효과도

목포 시립도서관 디지털 배움터에는 PC와 태블릿, 스마트폰과 가상현실 HMD(Head Mount Display, 머리에 써서 화면을 보는 가상현실 도구) 등이 설치됐다. 교육 종류가 많으니 장비도 다양하다. 젊은층이 관심을 갖는 가상현실, 드론, 코딩 교육에서부터 중장년층에게 유용한 PC와 스마트폰 교육,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여가 교육까지 수십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목포 시립도서관 4층 PC실에 마련된 중장년층 PC 교육장을 찾았다. 이 교육의 회차별 참가 인원은 10명 미만으로 제한된다. 일대다수의 강연식 교육이 아닌, 강사와 교육생 비율 1:1에 가까운 개인교습식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강사는 꼼꼼하고 세심하게 정보를 알려주고, 교육생의 반응과 질문을 살필 수 있다. 반복 학습과 상담이 필요한 노년층,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알맞고 효과 좋은 교육 형태다. 실제로 중장년층 대상 PC 교육을 받고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이도 많다고 한다.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 목포 시립도서관 중장년층 PC 교육 현장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 목포 시립도서관 중장년층 PC 교육 현장
“강사 선생님들이 바로 옆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알려줘서 좋습니다. PC 쓰는 방법을 잊어버리기도 했고 애초에 어설프게 배운 것도 있었는데, 디지털역량교육을 받고 부족한 부분을 채웠습니다. 오늘은 명함 만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문서를 쓰고 주고받는 방법이나 사진 찍는 법, SNS도 배우고 싶네요.”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 현장에서 만난 교육생 송인호씨는 만족스러워하며 다음 교육 일정만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TMD교육그룹은 디지털 배움터에 배치할 강사를 직접 육성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40여시간 교육을 받으면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경력을 쌓고 싶은 20대 초반 젊은이도, 경력 단절에 고민하는 30대~40대 청년도, 은퇴 후 제2의 삶을 꿈꾸는 50대~70대 장년층도 강사가 될 수 있다. 한번 강사가 되면 디지털 배움터에서 꾸준히 일하는 것도, 강사로 일한 노하우를 살려 다른 직업을 갖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와 어울린다.

강사를 확보하면 도서관, 행정복지센터, 복지관 등 지자체의 시설 위주로 디지털 배움터를 꾸민다. 국민들이 쉽게 오가도록 배려하고 시설의 유휴 공간도 활용하는 일석이조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지 않았는데 대면 교육이라니, 위험하지 않을까? 교육 담당자는 철저한 방역 환경 하에서 모든 교육이 이뤄진다며, 지금까지 단 한건의 감염 사례도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년층 맞춤형 교육,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사용법에 호평 쏟아져

이어 목포 이랜드 노인복지관을 찾았다. 정문 바로 앞에 디지털 배움터가 있었다. 어르신들이 강사와 함께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 인상깊다. 이곳의 주요 교육은 정부의 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증명(Coov) 앱 설치, 키오스크 사용법이다.

정부는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노년층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을 우선 접종했다. 이어 접종자에게 위변조 불가능한 블록체인 증명서를 Coov 앱으로 발급했다. 하지만, 정작 노년층은 이 앱을 설치하고 쓰는것을 어려워한다. 스마트폰 앱 설치, QR코드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오스크도 마찬가지다. 패스트푸드나 음식점들이 키오스크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노년층은 키오스크의 터치 입력 방식을 어색하게 느끼는 탓에 잘 다루지 못한다. 결국 뒷사람의 눈치를 보다 음식을 주문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잦다.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 이랜드 노인복지관 디지털 배움터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 이랜드 노인복지관 디지털 배움터
목포 이랜드 노인복지관 디지털 배움터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키오스크 체험 장비가 배치된다. 강사가 옆에 붙어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덕분에, 어르신들은 천천히 체험하며 갖가지 디지털 역량을 쌓을 수 있다. 여기에 재미를 느낀 어르신들이 노인복지관을 즐겨 찾고, 디지털 역량을 배우는 한편 다른 복지 프로그램까지 참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마침, 한 할머니가 강사에게 다가와 Coov 앱 사용법을 물었다. 강사는 할머니 바로 옆에 앉아 설치 절차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스마트폰 사용자 명의 확인, 정보 접근 등 민감한 절차는 반드시 동의 후 진행했다.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가던 강사는 곧 할머니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손가락을 이끌어 할머니가 직접 Coov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Coov 앱 설치법은 커녕 스마트폰 다루는 법도 전혀 모르던 할머니는, 강사의 설명을 듣고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Coov 앱을 직접 설치한 할머니는 바탕화면에 바로가기까지 만든 후, 편리하고 신기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강사는 미소로 화답하며 할머니에게 키친타월 선물을 건넸다. 5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벌어진, 흐뭇한 광경이었다.

임영주 강사는 “나이 드신 분들은 스마트폰, 키오스크를 다루기 어려워하세요. 저희 어머니도 그랬고요. 주민센터에서 증명서 하나 떼는 것도 힘들어하시던 분들에게 디지털 역량을 가르치고, 이분들이 바뀌는 모습을 본다는 점이 무엇보다 보람찹니다”고 말했다.

실질 교육뿐 아니라 관광사업 알리미 역할도 톡톡

목포 해상케이블카 북항승강장 디지털 배움터에 도착했다. 강사가 여행객에게 케이블카 발권 키오스크 사용법 교육을 막 마친 차였다. 강사는 이어 디지털 배움터 옆에 설치된 홍보판을 가리키며 목포시가 마련한 관광 이벤트 참가를 권했다.

관광 이벤트 내용은, 목포 관광 명소 곳곳에 마련된 도장 QR 코드를 찍어 모은 이에게 개수에 따라 최대 3만원권 이마트 상품권을 주는 것이다. 여행객이 이벤트 참가 방법을 묻자, 강사는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고 QR코드를 찍으면 된다며 온 김에 배우고 가라고 제안했다. 여행객은 다시 자리에 앉아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 해상케이블카 북항승강장 디지털 배움터 현장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 해상케이블카 북항승강장 디지털 배움터 현장
키오스크 사용법과 스마트폰 앱 설치법, QR코드 사용법은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 주제다. 이를 토대로 목포시 관광 이벤트를 소개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한 셈이다. 교육 관계자는 이것이 디지털 배움터를 관광 명소에 설치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관광 명소에 디지털 배움터를 세우면 주민뿐만 아니라 여행객에게도 디지털역량교육을 제공하게 된다. 모르던 것을 배운 여행객은 관광지에 좋은 기억을 갖고, 그곳을 다시 방문할 생각을 하게 된다. 나아가 눈에 잘 띄지 않던, 혹은 까다로워보여 그냥 지나치던 관광 이벤트에 관심을 갖게 된다. 디지털역량교육 기관과 관광지의 상생 구조가 만들어진다.

2021 전라남도 디지털역량교육은 올해 말까지, 도내 곳곳에서 다양한 주제로 이뤄질 예정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디지털역량교육’으로 검색하면 디지털 배움터 위치와 교육 주제를 확인할 수 있다. 전화 문의도 된다.

TMD교육그룹 관계자는 “전라남도 도민 누구에게나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을 실시, 디지털로 급변하는 시대에 불편함을 겪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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