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이어 인텔도 PCIe 4.0 지원··· 내 PC에 맞는 NVMe SSD는?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2019년 7월 7일, AMD는 젠2 아키텍처 기반의 새로운 AMD 라이젠 3000 시리즈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라이젠 3000 시리즈는 7nm 공정 기반이어서 이전 세대 대비 부동소수점 연산성능이 2배 향상됐고, 캐시 메모리도 2배로 늘려 내부 응답 속도가 개선됐다. 게다가 보급형인 라이젠 5 3600이 6코어 12스레드, 최상급인 라이젠 9 3900X는 12코어 24스레드로 구성돼 일반 사용자용 데스크톱의 성능 한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부가적으로 데스크톱 CPU로는 최초로 피시아이 익스프레스(PCI-Express, 이하 PCIe) 4.0을 지원하는 프로세서기도 하다.

PCIe는 데스크톱 부품 간의 데이터 전송 규격으로, 그래픽 카드와 PCIe 타입의 SSD 카드, 사운드 카드, M.2 SSD 등의 장치가 PCIe 규격을 이용한다. AMD 라이젠 3000 시리즈 등장 직전까지 사용되던 PCIe 3.0 버전은 16배속 기준 최대 15.75GB/s의 속도를 제공하는데, 새로 등장한 PCIe 4.0은 16배속 기준 31.51GB/s를 제공해 연결된 장치의 성능이나 속도가 더욱 향상될 여지가 있다. 다만 라이젠 3000 시리즈 공개 당시 기준으로는 지원 장치가 많지 않아 큰 호응을 얻진 못했지만, 지난달 공개한 11세대 인텔 코어 S 시리즈인 로켓레이크-S 프로세서도 PCIe 4.0을 지원하게 되면서 PCIe 4.0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PCIe 3.0 VS 4.0, 소비자가 알아야할 점은?

소비자 제품군 중 PCIe 버전이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부품은 PCIe 16배속 슬롯을 장착한 그래픽 카드, 그리고 PCIe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PCIe SSD 및 M.2 SSD 정도다. 2021년 4월 기준 PCIe 4.0 지원 데스크톱 시스템은 AMD 라이젠 3000·5000 시리즈나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뿐이다. 이전에 출시된 시스템은 PCIe 3.0까지만 지원하며, PCIe 4.0 장치를 장착해도 PCIe 3.0으로 동작한다.

AMD 라이젠 3000 시리즈 프로세서의 패키지 하단에 PCIe 4.0 지원 문구가 붙어있다. 출처=IT동아
AMD 라이젠 3000 시리즈 프로세서의 패키지 하단에 PCIe 4.0 지원 문구가 붙어있다. 출처=IT동아

PCIe 대역폭 자원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그래픽 카드는 소비자가 PCIe 규격을 선택할 수 없다. 그래픽 카드의 PCIe 버전은 제조사가 그래픽 카드 성능에 맞춰 PCIe 버전을 정해서 내놓기 때문이다. 현재 PCIe 4.0 버전을 활용하는 그래픽 카드는 AMD 라데온 RX 5000·6000 시리즈, 엔비디아 RTX 30 시리즈가 있다. 다행히도 그래픽 카드는 PCIe 버전이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오차범위 이내라서 PCIe 4.0을 지원하지 않더라도 성능에 대한 우려가 거의 없다.

반면, PCIe 기반 NVMe SSD는 소비자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 SSD는 메인보드에 직접 연결하는 PCIe 인터페이스 기반의 저장 장치로 SATA 3 기반 SSD보다 4배~10배에 가까운 속도로 동작한다. NVMe는 PCIe 3.0 x2와 x4, PCIe 4.0 x4 세 종류가 주로 출시되고 있는데, CPU의 PCIe 지원 레인과 SSD가 PCIe 레인(Lane)을 끌어오는 수, 그리고 PCIe 버전까지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이 부분을 잘 따져보지 않고 구매하면 NVMe가 제 성능을 내지 못하거나, 지원도 안되는 SSD를 더 비싸게 구매하게 된다.

마이크로닉스 워프(WARP) GX1 M.2 NVMe(512GB)와 PNY XLR8 500GB 성능 및 가격 비교. 출처=다나와
마이크로닉스 워프(WARP) GX1 M.2 NVMe(512GB)와 PNY XLR8 500GB 성능 및 가격 비교. 출처=다나와

PCIe 3.0 NVMe와 PCIe 4.0 NVMe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올해 1월 출시한 마이크로닉스 워프(WARP) GX1 M.2 NVMe(512GB)와 PNY XLR8 500GB를 나란히 비교해봤다. 마이크로닉스 워프 GX1의 경우 PCIe 3.0 x4 구성에 최대 3,400MB/s의 읽기 속도와 2,590MB/s의 쓰기 속도를 지닌다. PNY XLR8은 PCIe 4.0 x4 구성을 통해 5,600MB/s의 읽기 속도와 2,600MB/s의 쓰기 속도를 지닌다. 인터페이스가 PCIe 4.0인 PNY XLR8의 읽기 속도가 40% 더 빠르다. 하지만 가격 역시 마이크로닉스 워프 GX1가 8만 6천 원대인 데 비해 PNY XLR8은 11만 6천 원대로 더 비싸다. PCIe 4.0 버전이 더 최신 규격인 만큼 가격이 더 비싸다.

메인보드에 따라 PCIe 4.0 지원 M.2 슬롯 위치가 다르다. 연결 시 설명서를 통해 슬롯 규격을 확인하고 연결해야 한다. 출처=IT동아
메인보드에 따라 PCIe 4.0 지원 M.2 슬롯 위치가 다르다. 연결 시 설명서를 통해 슬롯 규격을 확인하고 연결해야 한다. 출처=IT동아

그다음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레인 수다. 레인(Lane)은 CPU와 메인보드 칩셋이 제공하는 데이터 전송 통로를 지칭하는 말로, 본인이 연결할 그래픽 카드 및 저장 장치의 PCIe 버전과 레인 수가 확보돼야 제 성능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AMD 라이젠 5 3600X에 B550 칩셋 메인보드가 있다고 치자. CPU는 24개의 PCIe 4.0 레인을 지원해 PCIe 4.0 x16 그래픽 카드 1개와 PCIe 4.0 x4 NVMe SSD를 기본으로 지원한다. 반면 B550 칩셋은 PCIe 3.0 10레인만 지원하므로 PCIe 3.0 x4 NVMe 1개 혹은 PCIe 3.0 x2 NVMe 2개만 더 장착할 수 있다. 메인보드가 추가로 PCIe 4.0을 지원하지 않으므로 PCIe 4.0 NVMe를 사용하더라도 PCIe 3.0을 사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만약 PCIe 3.0 x4를 2개 연결하면 지원 가능한 PCIe 레인 수를 초과해 SATA 3 포트 중 일부가 비활성화되는 제품이 더러 있다.

NVMe를 지원하는 데스크톱을 기준으로 정리해본다. AMD 라이젠 3000·5000 기반 시스템 혹은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시스템에 메인으로 사용할 NVMe를 구매한다면 PNY XLR8처럼 PCIe 4.0 기반 NVMe를 장착하는 게 좋다. 반면 AMD 라이젠 3000·5000 기반 시스템이지만 B550 및 A520 메인보드를 사용하거나, AMD 라이젠 1000·2000 기반 시스템, 6~10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시스템이라면 마이크로닉스 워프 GX1처럼 PCIe 3.0 기반 NVMe를 사용하는 게 맞다. 노트북 중에서는 아직 11세대 인텔 타이거레이크를 제외한 모든 노트북은 PCIe 3.0 기반 NVMe를 선택해야 한다.

고성능 시스템은 PCIe 4.0, 가성비는 PCIe 3.0

노트북 중에서는 아직까지 11세대 인텔 타이거레이크만 PCIe 4.0을 지원한다. 이외 프로세서라면 PCIe 3.0 NVMe를 고르는 게 좋다. 출처=IT동아
노트북 중에서는 아직까지 11세대 인텔 타이거레이크만 PCIe 4.0을 지원한다. 이외 프로세서라면 PCIe 3.0 NVMe를 고르는 게 좋다. 출처=IT동아

성능이 확실하게 나뉘는 그래픽 카드와 다르게, NVMe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물론 최신의 고성능 사양에 하나의 NVMe만 장착할 예정이라면 PCIe 4.0 지원 여부만 보고 PCIe 4.0 NVMe를 고르면 되지만, 최신의 시스템이더라도 NVMe를 여러 개 장착할 예정이거나 보급형 메인보드라면 제품 지원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SSD를 장착할 컴퓨터가 노트북이거나 PCIe 3.0 지원 시스템이라면 굳이 가격이 더 비싼 PCIe 4.0 NVMe를 고를 필요는 없고, 이미 SATA 3를 통해 연결한 드라이브가 두세 개 이상이라면 NVMe는 하나만 장착하는 게 좋다. 게다가 이미 NVMe의 전송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어서 고용량 고속 데이터 전송이 필요한 환경이 아니라면 PCIe 3.0과 4.0에 따른 차이를 크게 체감하기는 어렵다. PCIe 3.0 및 4.0 지원 여부와 장착 개수는 시스템에 따라 모두 다르므로 제품 설명서나 SSD 제조사를 통해 지원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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