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클럽하우스', 관심없는 척 해봐도 궁금하긴 해
[IT동아 장현지 기자] 요즘 SNS만 들어가면 '클럽하우스' 얘기가 가득하죠? 인싸(인사이더) 앱이니 뭐니. 나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며, 관심을 떨치려 했습니다. 사실..갤럭시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거든요. 클럽하우스는 현재 아이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초대장도 있어야 하고요. 소문난 파티가 궁금한데, 들어갈 수 없으니 애써 무관심한 척 했죠.
슬쩍 검색해 봤더니, 오디오 기반 SNS랍니다. AI(인공지능)가 사람을 넘어서고, AR/VR 등 가상 현실이 발전하는 시대에 오디오 기반이라니. 예전에 자주 사용하던 네이트의 음성 채팅 기능, 토크온과 뭐가 다를까 싶었습니다. 금세 잠잠해질 줄 알았더니 여전히 제 페이스북에는 지인들의 클럽하우스 체험기로 가득하네요. 대체 어떻길래. 결국 아이폰을 구하고, 초대를 부탁했습니다. 아이폰 6S부터 클럽하우스를 사용할 수 있어 중고가도 많이 올랐다네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어떻게 유명해졌나
클럽하우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창업가가 만든 앱입니다. 2020년 3월에 출시했죠. 생각보다 얼마 안됐는데, 어떻게 유명해진 걸까요?
처음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로 쓰던 소통 앱입니다.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대를 받아야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 업계 관계자들끼리 모여 꽤 전문적인 주제로 소통하기 좋았죠. 벤처 투자자나 기업, 정치계 유명인들까지 차츰 확대됐고요.
그러다 최근,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클럽하우스에서 비트코인 지지 발언을 하면서 크게 화제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게임스탑(GME)' 사건의 연장선으로,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CEO인 블라디미르 테베브와도 클럽 하우스에서 대화했죠.
사람들은 당시 클럽하우스라는 앱은 몰라도,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 발언이나 블라디미르 테베브와 설전을 벌였다는 내용을 보기 위해 기사를 클릭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클럽하우스라는 앱이 대중에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 등 유명인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점차 확대되죠. 국내에서도 SK그룹 최태원 회장,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의장, 전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 등이 최근 시작했고요.
유명인, 재력가, 정치인이 모여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앱이라는데, 어찌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요. 클럽하우스를 해야 정보를 빨리 얻을 수 있겠다는 조급함까지 듭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가 클럽하우스에서 비트코인을 지지한다는 발언 후,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만큼 그 파급력이 컸거든요.
그러면서 대중의 관심을 얻기 시작하죠. 주식, 비트코인을 하는 사람부터 각 유명인들의 팬까지. 개개인의 클럽하우스 체험기가 SNS에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의 초대가 있어야 참여할 수 있다는 클럽하우스 특유의 입장 방식 때문에 더더욱 빠르게 화제가 됐죠. 한마디로 '아무나 못하는 앱'이 된 겁니다.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할 수 있는 앱이 되면서 SNS에서 붐이 일기 시작하죠. 게다가 아이폰만 설치할 수 있다니.. 국내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가 훨씬 많죠. 그중에서도 유행에 민감한 이들은 클럽하우스에 대한 갈망을 표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오직 클럽하우스를 하기 위해 아이폰을 구매했다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대중에게는 더욱 대단한 앱으로 느껴지게 되죠. 반대로 아이폰이지만 초대를 못 받은 이들은, 초대 권한을 사고 팔기도 합니다.
직접 써보니..
'그렇게 재밌나..' 가장 큰 궁금증이었습니다. 아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이미 있는 SNS만으로도 볼 것이 차고 넘치는데, 왜 클럽하우스에 열광하나 싶었죠.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봤습니다.
클럽하우스 회원은 초대장이 2장 있습니다. 초대장을 누르면 연락처에 있는 사람에게 문자로 초대 링크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클럽하우스에 참여하고 싶다면 이미 회원인 사람으로부터 초대장, 즉 링크를 문자로 받거나 혹은 먼저 회원가입하고 잠시 대기 명단에서 대기합니다.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대받으면 승인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화방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슈, 직업, 예술, 정치 등 다양한 주제의 대화방이 있습니다. 원하는 방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자유로운 건 듣는 것까지죠. 방을 만든 사람은 사회자(모더레이터)가 됩니다. 사회자는 함께 대화할 참여자(스피커)를 초대할 수 있습니다. 모더레이터와 스피커만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청중이 되어 그들의 대화를 듣는거죠. 내가 직접 말하고 싶다면, ‘손들기’ 버튼을 눌러서 발언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물론 누구나 직접 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이 모더레이터가 되는 거죠. 친구를 초대할 수 있고, 초대받은 사람들끼리만 방을 꾸릴 수도 있습니다. 모임 용도로도 쓸 수 있죠. 음성으로만 대화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영상은 물론, 텍스트로 채팅 또한 할 수 없습니다. 기존 SNS에 있는 게시물 공유하는 기능도 없고요.
기존 SNS와 크게 다른 점이 또 있습니다. 바로, 실명제라는 점 입니다. 실명으로 가입하고, 실명으로 대화에 참여합니다. 이름을 변경하려고 하면, 클럽하우스는 실명제이며, 법적인 이름을 딱 한 번만 변경할 수 있다는 안내가 나옵니다. 닉네임을 추가할 수는 있습니다. 실명보다 닉네임으로 유명한 사람을 위한 기능이라는 안내가 나오죠. 닉네임 또한 신분을 숨기기 위한 선택지가 아니라, 자신을 더욱 드러내기 위한 기능이라는 뜻입니다. 이미 실명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라, 실명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프로필 하단에 초대자 이름이 남죠. SNS 상 임에도 목소리와 이름, 즉 신분을 어느정도 밝혀야 해서 부담스럽다는 단점과, 대화 상대를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공존합니다. 개설된 방에 들어가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 지인임을 눈치채는 에피소드도 생기죠.
아직 많은 대화방을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첫 인상은 '단정함'이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잠옷 느낌이었다면, 클럽하우스는 비즈니스 캐주얼이랄까요. 얼굴을 내보이는 건 아니지만, 신분을 어느 정도 밝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끼리 모여 대화하다보니 꽤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갔습니다.
동종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거나, 현 직종 종사자와 그 직업을 꿈꾸는 준비생이 모여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고요. 방 주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나누는 등 통찰을 담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인기많은 방이 되기 위해서는 주제도 주제지만, 모더레이터의 진행 능력이 중요해 보였습니다. 본인이 전문가더라도 소통 앱이기 때문에 스피커들과 적절히 대화할 수 있어야 하고, 본인이 전문가가 아니라면 적절히 발언 기회를 타인에게 주어야 청중이 남아있으니까요.
물론 자신의 프로필을 유명인으로 바꾸고, 성대모사 하는 방처럼 재미를 위한 방도 있었습니다. 여느 SNS처럼요. 그러면서도 마냥 웃기기만을 위해서 과도한 언행을 하기보다는, 꽤 정제된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앱으로 자리잡을까
국내에서도 연예인, 정치인 등 점점 더 많은 유명인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클럽하우스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명인, 예를 들어 아이돌 가수 한 명만 시작해도 수만 명의 팬이 따라 가입하죠. 타 SNS와 달리 유명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클럽하우스는 분명 다른 매력이 있으니까요.
팬 입장에서는 라디오처럼 너무 정형화되어있지 않아 스타의 일상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으면서, 개인 방송을 그저 시청하는 것보다는 소통할 기회가 많죠. 운이 좋아 발언 기회를 얻으면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것 또한 가능하고요. 연예인, 정치인 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인기많은 전문가들의 팬도 그렇겠습니다. 듣는 이 입장에서 클럽하우스를 사용할만한 이유가 되죠.
말하는 이 입장에서 보면, 오디오 기반인 클럽하우스에서는 대화 내용이 저장되지 않으니, 더욱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죠. 클럽하우스 내에서 나누는 대화는 원칙적으로 녹음이나 저장할 수 없습니다. 실시간으로 참여한 사람들끼리 대화를 듣고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클럽하우스의 큰 차별점이죠.
전문가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날 것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고요. 모더레이터나 스피커가 되어 더욱 좋은 이야기를 풀어서 자신의 영향력, 즉 팔로워 늘릴 수 있죠. 클럽하우스 팔로워를 영향력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하나 둘 나오면, 더더욱 많은 전문가들이 클럽하우스로 계속 유입될 겁니다. 또 그들의 팬이 들어올테고. 반복이죠.
게다가 실명제라 악플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고요.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용자는 프로필에 검은 딱지가 붙기도 합니다. 참여자 모두 어느 정도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 생각을 나눈다면, 자연스레 익명의 SNS 보다 품격있는 대화가 오가죠.
클럽하우스의 강점은 이와 같은 '분위기'라고 봅니다. 같은 공간이 있어도 그 안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소통의 질이 다르잖아요. 그렇기에 전문가들이나 깊이 있는 대화를 원하는 이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는 앱으로 점차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재미를 위한 방도 있겠지만, 그건 익명의 SNS가 더욱 적합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오디오 기반 SNS라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오디오 기술은 다른 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발전된 상태라, 다른 기업에서도 빠르게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이죠. 실제로 페이스북에서도 클럽하우스와 유사한 오디오 기반 채팅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만약 자금력있는 기업에서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그러니까 경쟁 앱이 생긴다면 현재의 인기를 위협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현재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클럽하우스만의 강점인 분위기, 즉 양질의 소통이 이뤄지도록 유지해야겠습니다. 영향력있는 모더레이터나 스피커 또한 적극적으로 확보해야겠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클럽하우스 앱 또한 개발 단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안드로이드 앱이 출시되면, 한번 더 화제가 될 것 같네요. SNS에 초대를 바라는 글들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할테니까요. 국내에는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많은 만큼, 그 이후의 행보를 봐야 클럽하우스가 어떤 앱으로 자리잡을 지 더욱 명확하게 보이겠네요.
코로나 19로 소통에 갈증을 느끼는 시대. 글이나 사진만으론 공유하지 못했던 감정을 목소리를 통해서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앱은 확실하네요. 관심은 있지만 써보진 못하고 계셨던 독자분들, 작게나마 궁금증을 해소하셨길 바랍니다.
글 / IT동아 장현지(h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