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 인사이트저널] 소비와 구매를 자극하는 소통 - 커뮤니티 커머스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편집자주] 본 연재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BIT, Business Innovation Track)'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이 [2022년 '위드코로나' 시대, 급부상할 '이것']를 주제로 각자 면밀히 조사,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미래를 이끌 대학생의 시선으로 예상, 분석한 기업/산업 트렌드와 성장 전략 등을 제시합니다. 본문의 흐름과 내용은 IT동아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린 왕자'를 읽는다면, 누군가는 어린 왕자가 여행을 통해 느끼는 심상에 집중하는 한편, 다른 이는 다양한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작가가 전달하려는 교훈에 더 많은 관심을 두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삶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같은 사건이라도 다른 인식을 가지기도 한다. 이로써 우리는 자기 자신의 관심분야와 특성을 깨닫는 방식으로 자기인식을 이뤄왔다. 이는 일상을 망라하여 재화를 구매하는 일련의 과정에도 스며 있다. 상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단계를 통해 자기자신이 어떤 것을 선호하는 지를 깨닫고 자기인식을 실현할 수 있다.

세상은 어떠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가

최근 우리 사회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요소는 바로 '개인화' 기술이다. ICT(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통해 가능해진 구독 경제와 초개인화기술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때에 찾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실제로 큰 인기를 끈 MBTI와 같은 유형화 테스트의 경우에도, 개인의 자기 객관화 추구라는 컨텐츠적 특징에서 인기 유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타인과 차별되는 자신만의 특징을 발견하고 개성을 확립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 삶에서 경험하는 자기인식의 과정은 어떤 사이클로 구성될 수 있을까. 여기서 알 수 있는 또 다른 트렌드가 바로 '소통'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새 앨범을 냈을 때, 동네에 핫한 레스토랑이 생겼을 때, 이를 주변인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한다. 이런 소통의 과정은 단순 정보 전달의 목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지만, 자신의 선호와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MBTI 등의 유형화 테스트의 경우, 개인이 테스트에 참여해 결과를 얻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SNS 등에 공유해 주변인들과 소통하는 기능을 통해 자기 인식을 확립할 수 있다.

개인화부터 소통까지 일련의 과정은 자신이 구매한 상품 리뷰 외에도, 추가적인 소통 과정을 통해 직접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와도 연관된다. 특히, 여러 기업들에서도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소통 과정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개인화 서비스 기반의 소비 제안을 통해 개인 정체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며, 동시에 소통이라는 요소를 통해 자신만의 페르소나를 확고히 하는 과정을 제공한다. 결국 소비자들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높은 충성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기술 성장의 중심, 커뮤니티 커머스

'커뮤니티 커머스'란 발전된 기술을 토대로 '개인화된 페르소나'와 주변인의 소통을 제공하는 '커뮤니티'라는 두 요소로 이뤄진다. 각 요소가 상호 시너지를 제공하며 소비생활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력을 제공하고 있다. '무신사'와 '당근마켓'의 사례를 통해 커뮤니티 커머스가 어떤 강점이 있고, 각 요소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돼 있는 지를 살펴본다.

출처=무신사 홈페이지
출처=무신사 홈페이지

무신사는 패션 상품에 대한 유형화와 개인 인공지능(AI) 추천 서비스를 통해, 자신만의 패션을 찾을 수 있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패션 스타일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패션업계는 다양한 플레이어가 포진된 산업군이지만, 무신사의 경우 2017년 매출 677억 원 규모에서 2020년 3,319억 원 규모의 매출을 이루며 4배 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 뒤에도 커뮤니티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무신사는 커뮤니티 커머스의 시초격인 브랜드로, '무지하게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이전 브랜드명에서 보듯 신발 마니아들이 자신의 신발 사진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성장했다. 이후 무신사는 커뮤니티에 개인화 소비 기능을 추가해 이윤을 창출했고, 현재의 경쟁력 높은 패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결국 소비자에 대한 소통의 장려와 개인화를 통한 소비 생활 모두 서로에게 긍정적 상호 효과를 제공하는 관계라는 걸 알 수 있다.

출처=무신사 커뮤니티 페이지
출처=무신사 커뮤니티 페이지

한편, 당근마켓은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화, 개인지역 특화 서비스를 통해 개인화를 진행하며, 동시에 인근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로컬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한다. 1020 세대부터 4050 세대까지 여러 사용자층이 두터운 중고거래 산업은 '중고나라', '번개장터' 같은 여러 플레이어가 밀집된 분야로, 당근마켓은 종전 시장 1위였던 중고나라를 제치고 2021년 중고거래 사용률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출처=당근마켓 홈페이지
출처=당근마켓 홈페이지

중고나라가 보유한 기술의 편의성과 넓은 사용자 층이라는 자원에도 불구하고, 당근마켓이 성공적인 마케팅을 실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커뮤니티라는 핵심 요소가 존재했다. 이들은 단순 편의성보다는,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간의 온기를 느끼고 소통하는 커뮤니티의 기능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의 기능뿐 아니라,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통한 소통기능과 지역적 생산활동 과정을 포괄하는 교류의 장을 제공했다. 이 것이 가장 큰 이점이다.

커뮤니티 커머스는 어디서든 통용될 수 있을까?

커뮤니티 커머스는 개인화된 페르소나와 커뮤니티를 통해 개인화와 소비 유도의 두 요소를 상호 강화하기 때문에,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모든 플랫폼에서 활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요소만 적용한다면, 모든 기업이 커뮤니티 커머스로 성공할 수 있는 걸까?

올해 초, 일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 가지 서비스가 등장했다.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부터 래퍼 스윙스까지, 세계의 여러 셀럽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클럽하우스'가 그것이다.

클럽하우스는 오로지 음성을 통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서비스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주제에 대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서비스는 이미 앱을 사용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초대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는 폐쇄형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다.

출처=클럽하우스
출처=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는 평소에 만날 수 없던 다양한 업계 인사들과 연예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전 세계 많은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선택받은 이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일종의 엘리트주의적 커뮤니티라는 인식이 생겨났고, 그 결과 클럽하우스를 사용할 수 있는 초대장이 2만 원대에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클럽하우스는 자신이 만든 프로필을 통해 앱 내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활동할 수 있으며, 어느 때든 자신이 원하는 주제의 방에 들어가 관심분야에 대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 또한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커머스의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 2월에 960만 건에 달했던 글로벌 다운로드 수가 4월에는 92만 건으로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커뮤니티 커머스의 요소들을 모두 반영했고, 특별한 셀럽들을 통한 참여 독려에도 클럽 하우스은 쉬이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커뮤니티 커머스의 요소를 '어떻게' 적용하는 가에 대한 것이다. 클럽하우스의 성공 저해 요인에 대해 거론되는 부분이 바로 '소통의 눈높이'이다. 무신사와 당근마켓처럼 성공한 커뮤니티 커머스는, 클럽하우스와 같이 플랫폼 내에 사용자만의 페르소나를 제공했다. 다만 거주지나 관심 분야 등의 몇 가지 기준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어느 정도의 익명성이 존재했고, 그로 인해 소통의 부담을 줄이고 수평적 대화를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만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유도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클럽하우스의 경우, 개인 페르소나를 제공했으나 이는 실명성을 바탕으로 한다. 결국 클럽하우스에 참여하는 이들은 자신의 이름, 나이, SNS 주소, 직업과 거주지 등을 모두 공개하며, 나이나 경력, 지위 등에 따른 수직적 소통을 유도하게 된 것이다. 만약 자신이 같은 회사의 상사와 같은 방에서 만난다고 생각해보라. 자유로운 소통보다는 직장 한 구석에서 꾸중이나 조언을 듣는 자리가 될 확률이 높다.

클럽하우스에 반감을 드러내는 사용자(출처=트위터)
클럽하우스에 반감을 드러내는 사용자(출처=트위터)

소통의 방식도 거론할 만한다. 앞서 살펴본 국내 사례의 경우 글과 사진을 중심으로 소통을 진행해, 언제든 이전 게시글/자료를 다시 읽거나, 혹은 직접 글을 올림으로써 시간에 상관 없이 많은 이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의 음성기반 소통은 그 방식에 차이가 있다.

말은 하고 나면 바로 사라지니 기록되지 않아, 원하는 이야기를 한다 해도 그 상대를 바로 찾는 게 쉽지 않고, 원하는 방에 들어간다고 해도 대화의 흐름을 바로 따라잡고 이에 참여하는 게 꽤나 부담스럽기도 하다. 결국 음성 쌍방향 소셜 미디어 서비스라면 사용자의 니즈에 따라 언제든 편안하게 소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언급한 요인들로 인해 클럽하우스의 한국 진출은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듯하다. 이후 클럽하우스는 초대장 제도를 폐지하고, 다양한 개선책을 함께 제안하며 기존의 패인을 해결하려는 모습이다. 결국 커뮤니티 커머스 측면으로는 사용자들이 언제든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할 공간과 기회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음성 기반 쌍방형 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커뮤니티 커머스를 통해 성공할 수는 없은 걸까? 필자는 이에 한 기업을 소개한다.

언제든 소통할 수 있도록, 커넥팅

커넥팅은 와이피랩스이 개발한 국내 음성 기반 쌍방형 소셜 미디어 서비스다. 이들은 '소셜 감성통화 서비스'를 주요 비전으로 하여, 사람들을 대화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연결되는 따뜻한 사회를 목표로 한다.

이 앱은 간단한 유형화 테스트를 통한 MBTI를 기반으로 하여, '인기쟁이', '타고난 리더' 등 사용자만의 페르소나를 제공한다. 동시에 자신의 관심사를 사전에 작성하고, 이후 대화를 진행할 때에 참여자들간의 동일한 관심사에 대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도록 사용자들의 페르소나를 강화했다.

출처=커넥팅 앱
출처=커넥팅 앱

동시에 소통을 원하는 순간에 1:1 대화 혹은 그룹 대화를 선택해, 같은 인원이 같은 시간에 대화를 시작할 수 있어 원하는 대화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커넥팅은 피드 기능을 통하여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과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기능도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원활한 소통을 이룰 수 있으며, 사용자 친화적인 각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있어 높은 만족도와 충성도를 유도한다.

실제로 커넷팅의 체류 시간은 클럽하우스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경제DB에 따르면, 올해 5월 주간 이용시간이 한 시간 남짓이었던 체류 시간이 7월에는 60% 가까이 성장하는 등 사용자들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엿볼 수 있다. 지난 9월에는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향후 성장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의 취미와 가치관, 관심사 등을 반영한 높은 개인화 페르소나와 원활한 커뮤니티 기능의 활용은, 커뮤니티 커머스의 요소를 보다 효과적으로 녹여 낸 예시로, 이후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일상에서 기술은 끊임 없이 발전하며 높은 편의성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살펴보아야 할 점은, 서비스 편의성 향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소통을 자극하고 나아가 이들의 소비욕구를 실현할 방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하는가이다. 소비를 자극하는 소통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요소는, 미래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대단히 성장할 것이라 예상한다.

글 /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김민지 (mizi0904@yonsei.ac.kr)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