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RPA 기반 업무 혁신, 열린 인재채용으로 이어져"
[IT동아 김영우 기자]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한 업무 혁신)은 일부 대기업, 혹은 IT 기업의 전유물처럼 보였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저런 편견은 사라졌다. 기업의 규모, 혹은 사업 분야와 상관없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한다면 전반적인 작업 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직원들의 피로를 훨씬 줄일 수 있고 장애인과 같이 신체가 불편한 사람도 업무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제약회사 중 한 곳인 한미약품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9년에 IBM의 RPA를 본격적으로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업무 효율 향상 외에도 개방적인 인재채용 정책까지 이르는 혁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IBM RPA 솔루션을 활용하면 사람이 진행하던 업무의 시스템 화면을 복제해 디지털 봇이 작업을 대신 수행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화면 복제를 위한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 레코더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며, 문서 형식의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한 OCR(Optical Character Reader) 기능 및 과업 실행을 위한 스케줄링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취재진은 한미약품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끈 홍성환 이사, 그리고 이러한 회사의 변화를 통해 자기 혁신을 달성했다는 이민진 대리, 김종현 팀원 등 한미약품 임직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이 말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의미, 그리고 RPA 도입을 통한 업무 혁신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Q1. 한미약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더불어 최근 회사에서 진행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홍성환 이사): 한미약품은 우리나라 최초로 개량신약, 복합신약, 혁신신약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 기업이다. 매년 매출 대비 18%에 이르는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입한 대표적인 기술로는 빅데이터(Dig Data), RPA, OCR, 챗봇,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등이다. 발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Q2. 한미약품은 최근 IBM RPA를 도입했다. 이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홍성환 이사): RPA는 2018년 전후부터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대표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한 분야이므로 한미약품 역시 이런 분위기에 앞장서 2019년 초에 RPA를 검토 및 도입하게 되었다. IBM RPA를 도입한 이후 연간 5만 시간을 절감했을 뿐 아니라, 한미약품의 개방적인 인재채용 정책을 통해 채용된 장애인 직원들의 역량 발휘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장애인 직원들의 RPA 관리 작업을 통해 비장애인 직원들의 업무 자동화와 편리성을 강화한 좋은 사례가 되었다.
Q3. RPA를 서비스하는 기업은 다양하다. IBM의 RPA를 택하게 된 이유는?
(이민진 대리): 우선, IBM의 RPA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PoC(Proofof Concept, 개념검증) 과정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발휘한 까닭이 더 컸다. 특히 우리가 원하는 업무자동화에 대한 기술 컨설팅 및 소프트웨어의 기능면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채택했다.
Q4. 한미약품은 특히 장애인 직원들이 RPA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사자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
(김종현 팀원): 한미약품에서 장애인 RPA 모니터링 담당자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나는 장애인이지만 소프트웨어 전공을 했기에 컴퓨터와 관련된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감사하게도 채용해 주셔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Q5. 한미약품에서 어떻게 RPA를 배웠는지?
(김종현 팀원): 입사 직후 5일 동안 RPA 협력사로 출장교육을 다니며 RPA 유지보수 담당자에게 RPA를 직접 배웠다. 그렇게 진행된 1주일 교육을 통해 쉽게 이해했고, 현장에 쉽게 적용할 수 있었다. 이후로는 본사 책임자인 이민진 대리님을 통해 기존 과제의 구축 현황을 배웠으며 RPA의 구성과 사내에서의 운영 방식, 과제 개발 메커니즘 등을 배우면서 한미약품에서의 RPA 운영을 위한 다양한 공부를 했다.
Q6. 현재 한미약품에서 어떤 RPA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가?
(김종현 팀원): 과제들의 오류 여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과 실무용 과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약 4개월 동안 SAP 관련 업무나 개별팀들의 단위 업무를 중심으로 하여 약 7개의 RPA 과제(연간 9000시간 절감 효과)들을 직접 개발했다. 내가 직접 개발한 과제를 통해 현업 사용자들이 만족스러워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협력사 유지보수 담당자와 함께 RPA 과제를 이용하는 각 사용자들의 문의사항에 대응해주는 일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Q7. RPA 관련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지?
(김종현 팀원): RPA는 이전까지 생각하던 프로그래밍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의 편리함을 느끼게 해줬다. 그간 웹 프로그래밍을 해오며 사용자가 값을 입력하면 작업을 수행해주는 것 정도도 매우 유용하다 생각했는데, RPA는 사용자가 어떤 작업을 할 필요도 없이 모든 걸 자동으로 해준다는 점에서 기존 프로그래밍보다 상위 개념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이미 만들어진 과제들을 운영하는 정도지만, 점차 RPA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고 익히며 RPA 제작을 주도하는 ‘RPA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사내의 업무들을 접하고, 과제를 설계하는 과정을 통해 역량을 쌓을 것이다
Q8. 향후 RPA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 있다면?
(이민진 대리): 현재 RPA 시장 최대의 화두는 ‘RPAI(RPA에 인공지능을 접목함)’다. 기존 RPA에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다면 한층 고도화된 업무 자동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도 누구보다 앞서 해당 기술에 대한 도입 및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담당자들의 업무 역량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내부 교육, 전사 확산을 위한 각 부서별 키맨(Key man) 선정 등을 계획하고 있다.
Q9. 한 발 앞서 RPA를 잘 활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RPA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다른 기업에게 전할 조언이 있다면?
(이민진 대리): RPA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한 분야이자, 미래형 업무 도입을 위한 관련한 핵심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RPA를 단순히 IT 기술의 하나로만 생각해선 안된다. RPA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형태가 변하고 조직관리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무와 조직의 변화, 그리고 그 관리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와 직원들의 협조가 있어야 정착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RPA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와 같은 기존의 전사적 시스템과 비슷해 보이지만 영향력은 더 크다. 따라서 RPA 도입을 추진하기 전에 도입 타당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며, RPA의 도입을 통해 변화할 업무 및 조직의 형태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