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손발 대신하는 IoT 기반 복지, 본격화
[IT동아 김영우 기자] 장애인이나 독거노인 등의 취약계층이 첨단 기술을 마음껏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취약계층의 특성상 각종 기능을 직접 조작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학습기회도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생활 속에 접하는 기기들이 인터넷 접속 기능을 품고 긴밀하게 연동하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기술이 본궤도에 오르며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2020년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IoT 기반 제품은 생각 이상으로 많다. 이른바 ‘스마트’ 라는 수식어가 붙은 상당수의 제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현재 시간과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광량이 달라지는 스마트 조명, 공기 오염도에 따라 스스로 켜지거나 꺼지는 스마트 공기청정기, 그리고 현재 시간이나 사용자의 음성명령에 대응해 스스로 닫히거나 열리는 스마트 커튼 등이 그 사례다.
그리고 다른 기기와 긴밀히 연동하면서 한층 확장된 자동화 기능을 제공하는 IoT 기기도 있다. 사용자의 위치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스마트 워치, 온도나 습도 등을 측정하는 스마트 온도계나 습도계, 음성명령을 통해 다른 IoT 기기의 제어가 가능한 AI 스피커, 그리고 사용자가 이용하는 IoT 기기 전반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폰 역시 IoT 생태계의 일원이다.
이러한 IoT 환경은 사용자의 직접적인 조작 없이 상황 분석에 따른 자동화를 지향한다. 신체기능이 떨어지거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장애인이나 노년층이라도 어렵지 않게 이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IoT 장치가 사용자들의 손발 역할을 하며, 이들 장치들을 제어하는 AI 및 클라우드가 사용자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활동에 관심이 많은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는 실제로 IoT 기술을 통한 복지 서비스 향상을 시도하고 있다. 작년 4월, SK텔레콤은 행복한 에코폰, 그리고 전국 사회경제연대 지방정부협의회와 함께 독거노인들에게 AI 스피커를 보급하는 시범사업에 나선 바 있다. 사업 초기에는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실제 서비스를 체험한 노인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IoT 기기를 통해 위급한 상황을 모면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7월, 경남 의령군에 거주하는 80대 독거노인 김모씨는 새벽에 심한 두통을 느꼈고, 정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SK텔레콤의 AI 스피커에 ‘아리아 살려줘’라는 음성명령을 했다. 뒤이어 해당 AI 스피커에 연동된 보안 서비스를 통해 119 신고가 이루어졌으며, 김씨는 3시간만에 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AI 스피커 외에 IoT 기술을 탑재한 CCTV, 도어록, 공기순환기 등의 제품 역시 취약계층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그리도 이러한 제품들은 이미 시장에 팔리고 있거나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도 상향평준화 되었으며, 상당수 제품들이 투야(Tuya)를 비롯한 범용성이 높은 브랜드의 IoT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되므로 기기간의 연동도 수월한 편이다.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주요 생산거점의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IoT 기술 기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제품의 생산 단가도 낮아졌다. 제품의 수급이 원활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복지향상용 IoT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단순히 IoT 제품의 수가 늘어나는 것 만으로는 취약계층의 삶이 개선되는 데 있다는 지적도 있다. IoT 사업 지원업체인 애니온넷(AnyOnNet)의 안용식 전무는 “취약계층에 최적화된 Io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 제품의 연동 구조 및 작동 시나리오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수”라며 “IoT 기반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제품 자체의 스펙 외에 소프트웨어 및 확장성까지 고려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