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6코어의 코어 i7-980 익스트림에디션 출시
듀얼코어와 쿼드코어, 그다음은 6코어?
하나의 CPU 안에 여러 개의 코어를 집어넣어 마치 한 PC에 여러 개의 CPU를 장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멀티코어(Multi Core) 기술은 이미 대중화되었다. 2개의 코어를 가진 듀얼코어(Dual Core) CPU는 매우 흔하고, 4개의 코어를 가진 쿼드코어(Quad Core) CPU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능가하는 6코어의 CPU가 등장했다. '인텔 코어 i7-980X 익스트림에디션(이하 코어 i7-980X)'이 그 첫 타자다. 코어 i7이라면 이미 현재(2010년 3월 기준) 나온 PC용 CPU 중에서 최상위급의 제품인데, 이보다 더 성능을 높였다는 이 제품은 과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지? 인텔코리아가 2010년 3월 17일 개최한 이 제품의 발표회장을 찾아가 그 면모를 살펴봤다.
32nm 공정의 웨스트미어 아키텍처로 태어나다
이번에 소개된 코어 i7-980X 예전엔 걸프타운(Gulftown)이라는 개발 코드명으로 알려진 바 있는 제품이며, 기존 코어 i7에 사용된 네할렘(Nehalem) 아키텍처의 개량형이라고 할 수 있는 웨스트미어(Westmere) 아키텍처로 제조되었다. 두 아키텍처는 기능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네할렘 아키텍처가 45nm(1nm는 10억 분의 1미터) 공정으로 만들어진 것에 비해, 웨스트미어 아키텍처는 이보다 정교한 32nm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제조공정이 정교해지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어 보다 높은 성능을 실현할 수 있다. 코어 i7-980X가 기존의 코어 i7보다 코어가 2개 늘어난 6코어 형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제조공정 향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날 발표회의 제품소개를 맡은 인텔코리아의 이희성 사장
코어 i7-980X는 6개의 코어 외에 12MB의 L3캐시 메모리를 갖췄으며, 기존의 코어 i7에 탑재되었던 하이퍼쓰레딩(Hyper Threading) 및 터보부스트(Turbo Boost) 기술 등도 이어받았다. 하이퍼쓰레딩이란 물리적으로 하나인 CPU 코어를 논리적으로 둘로 나눠 마치 코어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술이다. 6코어 CPU인 코어 i7-980X은 하이퍼쓰레딩 기능 덕분에 운영체계에서 12개의 코어를 가진 CPU로 인식된다.
코어 i7-980X는 6개의 코어와 12MB의 L3캐시를 갖췄다
터보부스트 기술은 각 CPU 코어의 클럭(Clock : 동작속도)을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이다. 많은 성능이 필요하지 않은 작업을 할 때는 클럭을 낮춰 전력소모를 줄이고, 고성능이 필요할 때는 클럭을 높여 작업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이런 클럭 조절 기능은 코어별로 따로 적용할 수 있으며, 기본 클럭보다도 높게 오버클러킹(over clocking)하는 것도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코어 i7-980X의 경우, 기본 클럭은 3.33GHz이지만 터보부스트 기능이 작동되면 최대 3.6GHz까지 클럭이 올라간다.
터보부스트 기능 덕분에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각 코어의 클럭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이 외에도 QPI 버스, 트리플채널 DDR3 메모리 지원 등과 같은 기존 코어 i7의 기능들도 계승했고, 메인보드 역시 기존에 나와 있는 LGA1366 소켓 규격의 X58 칩셋 메인보드를 사용하므로 구형 코어 i7 사용자들이 코어 i7-980X로 CPU를 업그레이드해 사용하기도 쉬울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X58 칩셋 메인보드를 사용하므로 구형 코어 i7 사용자들이 쉽게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많은 판매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의미는 각별
이번 발표에서 인텔코리아는 하드웨어적인 소개 외에 어도비, 소니, 사이버링크 등과 같은 다수의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이 코어 i7-980X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제품 소개 후, 각 소프트웨어에 의한 성능 시연도 이루어졌는데, 시네벤치, 레지던트이블5, TMPGENC 등의 소프트웨어에서 코어 i7-980X 시스템은 기존의 코어 i7보다 20~30% 정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코어 i7-980X 시스템을 이용한 성능 시연도 이루어졌다
행사장 외부에는 현재 시판을 앞둔 코어 i7-980X 기반의 데스크탑 PC가 전시되었다. 현재로서는 TG삼보컴퓨터의 '드림시스-P7'만이 발매가 예정되어 있는데, 코어 i7-980X은 아무래도 고가인데다 전문가 지향의 하이엔드급 시스템이다 보니 보급형 PC처럼 많은 모델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행사장에 전시된 TG삼보의 드림시스-P7 (코어 i7 980X / 4GB DDR3 / 지포스GTS250)
이번에 소개된 코어 i7-980X의 미국 현지 가격은 999달러로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14만 원에 육박한다. 아무리 성능이 좋더라도 이 정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일반 소비자들은 손사래를 칠 것이 뻔하다. 하지만 그래도 제조사 측에서 이런 제품들의 의미는 각별하다. 많은 판매량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는데 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익스트림 에디션'이라는 제품명이 공연히 붙은 것은 아닐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