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제품 많은 인바디 체중계 사업, S/W 차별화가 관건
[IT동아 김영우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외부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면,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하는 비율이 높아져 이와 관련된 제품의 수요가 느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인바디 체중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체성분 측정 기능을 갖춘 체중계다.
이를 이용하면 체중뿐 아니라 체지방률, 기초대사량, 골격근량 등의 신체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운동의 성과 및 현재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는데 유용하다. 참고로 ‘인바디’는 체성분 분석 제품을 개발하는 특정 기업의 이름이지만 이 업체의 이름이 워낙 유명해 아예 체성분 분석 제품 전체를 상징하는 보통명사처럼 굳어버렸다.
특히 최근에 팔리는 체성분 분석 체중계의 경우, IoT(사물인터넷) 기능과의 결합이 대세다. 이런 제품은 단순히 체중계에서 측정결과를 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등의 무선 통신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과 연동, 누적 결과를 저장하거나 측정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의 확장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한편, 2020년 9월 현재 네이버 쇼핑 등록 기준으로 ‘인바디 체중계’를 표방하는 제품을 팔고 있는 브랜드가 100개를 넘는다. 디자인에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기능도 거의 비슷하다. 심지어 제품 브랜드는 다른데 연동하는 모바일 앱은 같은 것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상당수의 제품이 몇몇 제조사의 OEM(위탁생산)이나 OD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중국 투야(Tuya)의 IoT 플랫폼에 기반한 제품이 대표적이다. 투야는 자사의 IoT 모듈을 적용한 500여가지의 제품 표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3만여개의 제조사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그 종류도 전등이나 스마트 플러그, CCTV, 도어록, 공기청정기, 사료 급여기, 체중계 등 다양하다.
이러한 플랫폼 공유제품을 이용한 IoT 비즈니스는 장단점이 확실하다. 제품 판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큰 장점은 제품의 설계와 생산에 드는 초기투자 비용 및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튜야 기반 제품의 경우는 하드웨어 플랫폼뿐 아니라 이를 제어하는 앱, 그리고 이들을 통합 제어하는 클라우드 플랫폼까지 공유하고 있다. 때문에 자체적인 개발능력 및 제조능력과 상관없이 일정수준 이상의 마케팅 아이디어만 있는 기업이라면 IoT 시장에 뛰어들어 무난한 성능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단점은 역시 제품 차별화의 어려움이다.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으니 브랜드와 디자인이 달라도 기능이나 성능이 비슷한 제품이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해진 플랫폼 내에서 최대한 다양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마케팅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이를테면 동일한 튜야 플랫폼 기반의 체성분 분석 체중계라고 하더라도 제품의 크기나 비율, 본체 디스플레이의 유무, 그리고 체성분을 감지하는 전극의 외부 노출 여부등을 모델마다 달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제품은 블루투스 전용 모델로, 또 일부는 와이파이 대응 모델로 구분하여 최대한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 와이파이 대응 모델이 더욱 체계적인 온가족 운동관리가 가능하지만, 공유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싱글족이라면 블루투스 전용 모델이 더욱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의 차별화가 쉽지 않다면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별화를 노릴 수도 있으며, 이런 경우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디지털헬스케어업체 휴레이포지티브(Huray Positive)에서 내놓은 ‘마이너스플러스’ 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체중이나 체지방률, 기초대사량, 골격근량 등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측정 결과 및 빅데이터에 따른 종합적인 분석 및 대응책을 추천하는 등의 추가 기능을 제공한다. 물론 투야에서 제공하는 레퍼런스(표준) 앱에만 지원하는 제품이라도 이용 자체에 문제가 될 건 없지만 유사한 하드웨어를 갖춘 다른 제품들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고민해 볼 만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 공유형 IoT 제품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을 위해 중국 현지 제조사와 국내 기업들 사이를 중계하거나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투야의 한국내 플랫폼 파트너사인 애니온넷(AnyOnNet)이 대표적이다. 애니온넷의 김주혁 총괄사장은 "투야 IoT 플랫폼 기반의 체성분 분석 체중계를 출시한 브랜드만 해도 전 세계에 수백 군데에 이를 정도로 IoT 사업의 진출 문턱이 낮아졌다" 라며 “단순히 중국에서 제품을 주문해 그대로 파는 것 보다는 소프트웨어 등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 중요”라고 의견을 밝혔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