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TV와 구글 TV, 진정한 스마트 TV일까?
애플 TV를 스마트 TV라 부를 수 있을까?
지난 9월 1일, 애플의 스티브 잡스 CEO가 직접 나선 발표회에서 아이팟 6세대 제품과 더불어 미화 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과 기존에 출시했던 iTV보다 슬림해진 두께의 애플 TV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내용을 보면서 ‘과연, 애플 TV를 스마트 TV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애플 TV에는 기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탑재된 iOS가 탑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 TV의 주요 특징은 와이파이가 탑재되어 있고, 미국에서 인기가 있는 다양한 TV쇼 프로그램과 HD급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하드디스크가 없기 때문에 다운로드/저장은 불가능하다)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 가격은 HD급 화질 영화 대여가 4.99달러이고, TV 프로그램 대여가 99센트로 다른 경쟁 업체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강조했다(현재 애플 TV와 콘텐츠 계약을 한 곳은 YouTube, NETFLIX, flicker, mobileme 정도이고, TV 프로그램 계약을 한 곳은 ABC, FOX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하고 있는 앱스토어의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없다. 인터넷 검색도 불가능하다. 한 마디로, 기존 IP TV 서비스에 약간의 온라인 채널을 더 추가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의 연결 고리에 애플 TV가 추가될 거라는 예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다만, 아이패드나 아이폰과 같은 자사의 다른 기기와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은 있다. 당시 스티브 잡스가 시연회에서 선보인 것처럼, 아이패드로 보는 동영상을 애플 TV로 볼 수 있으며, 아이폰을 애플 TV의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등의 기능은 포함되어 있다. 일종의 기기 간 홈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스티브 잡스가 애플 TV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One more Thing’이라고 밝히며 새로운 소식을 전했던 것과 달리, ‘One more hobby’라고 밝힌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굳이 취미(hobby)라는 말로 소개한 것은 해당 기능이 부가적인 것임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구글 TV, 스마트 TV의 시작
지난 9월 12일 IFA 2010에서 구글이 구글 TV를 시연하며 밝힌 내용을 보면 구글 TV는 애플 TV와 달리 스마트 TV의 기준을 충실히 따를 것으로 보인다. 구글 TV는 소니의 TV 및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로지텍의 셋톱박스에 탑재되어 출시되며, 키보드가 탑재된 리모컨을 제공해 준다고 한다(미국에서는 올가을부터 출시될 예정). 하지만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리모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음성 검색도 지원한다. 즉,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키보드를 제공하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키보드가 없는 스마트 TV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구글의 목표라 볼 수 있겠다.
또한, 케이블 TV 또는 위성방송에서 제공되는 TV의 실시간 프로그램과 녹화된 콘텐츠, 주문형 콘텐츠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및 다운로드도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구글은 이번 발표에서 콘텐츠 계약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이 우려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구글은 콘텐츠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라고도 한다.
영상 콘텐츠 부문에 대해서 밝힌 바는 없지만, 구글 크롬 웹 브라우저를 실행할 수 있고,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고. 그러니까 스마트 TV의 장점은 다 갖춘 셈이다. 다만, 이 역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웹 브라우저 실행이야 크게 걱정될 것이 없다지만, 애플리케이션 실행이 어떤 형식으로 구현될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서 애플리케이션의 호환 문제는 이미 예전 기사에서 설명한 바 있다(관련 기사: http://it.donga.com/plan/2761/). 각 버전 간의 호환성 문제와 해상도의 문제도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해상도 차이도 걱정되는 차에 스마트 TV의 해상도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40인치 이상의 큰 TV 화면과 7~10인치의 태블릿 PC 화면, 4인치 이하의 스마트폰 화면을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구글 TV만이 아니라 앞으로 출시될 스마트 TV가 가지고 있는 숙제이기도 하다. 다양한 기기를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N스크린 서비스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는 물론, 해당 콘텐츠가 각 기기에 정상적으로 호환되는가 여부도 서비스 핵심에 해당된다. TV와 웹의 만남(TV MEETS WEB, WEB MEETS TV)을 주제로 삼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것이 본 기자의 생각뿐일까?
스마트 TV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어떻게 각 업체가 준비할 것이며, 어떤 방식의 서비스가 좋을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구글, 삼성, LG, 소니, 인텔 등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오지만, 명확한 해법이나 대답을 해준 곳은 아직 없다. 일부 기능을 뺀 애플 TV만이 공개되었을 뿐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Xbox360과 비슷한 스마트 TV를 발표하며, 윈도우폰7 스마트폰과 윈도우폰7 태블릿 PC와 이어지는 N스크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힐지도.
천천히 기다려 보자.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좋은 서비스로 무장한 스마트 TV가 등장하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