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로 창덕궁 재현했다는 SKT, ‘LTE도 되는데요?’
[IT동아 강형석 기자]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국내 통신사가 내세운 것, 실제 사용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요소를 꼽는다면 그 중 하나는 아마 ‘가상·증강현실(VR·AR)’일 것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해야 하는 구조이기에 5G 서비스의 ‘고속·저지연’ 특성을 잘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실제 통신사들은 지난해 5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여러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렇게 차세대 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지 약 1년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본연의 기술을 경험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전국망도 구축되지 않은데다 진정한 5G 기술로 언급되는 극고주파(mmWave) 시설도 없다. 그래도 통신사는 서비스 이용자의 즐길거리 확보를 위해 꾸준히 콘텐츠를 개발 및 제공하고 있다. 가상·증강현실, 클라우드 게임, 영상 플랫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SK텔레콤은 여러 통신사 중 적극적으로 이용자를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듯하다. 제한적이나마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Project xCloud)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시범 운영(오는 9월 15일 정식 서비스 예정)했고, 가상·증강현실 서비스, 동영상 플랫폼인 웨이브 등 다양하다.
적극적인 SKT의 5G 콘텐츠 개발, 창덕궁을 증강현실로
최근 SK텔레콤은 문화재청, 구글코리아 등과 함께 창덕궁을 증강현실로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창덕궁을 바탕으로 여러 정보와 콘텐츠를 스마트폰 위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대한 실감나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일부 영상은 증강현실 스튜디오에서 106대의 4K 카메라를 활용해 촬영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그래서인지 용량도 엄청나다. 애플리케이션(창덕ARirang)을 설치해 보니 약 5GB 가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안내가 표시됐다. LTE 통신을 활용해 데이터를 내려받으니 약 5분 40초 정도가 소요됐다. 참고로 용량이 상당하기에 파일을 내려받으려면 가급적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 애플리케이션의 설치 용량은 302MB다.
SKT 5G 서비스 가입자 중 무제한 요금제를 쓴다면 미리 파일을 내려받을 필요 없이 바로 체험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약 5GB 가량의 데이터, 상황에 따라 조금 더 쓴다고 가정했을 때 7만 5,000원(8만 원이 넘겠지만)인 5GX 스탠다드 요금제 사용자도 무난히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요금제는 사용 가능한 데이터 200GB가 제공된다.
안타깝게도 고가의 5G 서비스 가입자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는 없다
SK텔레콤은 이 서비스가 자사의 첫 5G MEC 기반 소비자(B2C)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서 MEC는 모바일 엣지 컴퓨팅(Mobile Edge Computing)을 의미한다. 사용자와 서버를 가까운 곳에 배치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로 단말기와 서버의 거리가 짧아 서비스 지연을 줄이면서 전송 부하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5G 통신장비 12식을 창덕궁에 배치했다. 숙장문, 낙선재, 후원입구, 인정전 뒷뜰 등 6곳이 대상이다. 최대한 단말기에 가깝고 많은 장비를 배치해야 접속량이 증가해도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기에 비교적 다수의 장비를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예로 숙장문에서는 연날리기, 낙선재에서는 활쏘기와 춘앵무(봄꾀꼬리춤) 감상을, 인정전 마당에서는 왕·왕후와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선정전, 진선문, 금천교 등에서도 증강현실 콘텐츠가 제공된다. 출입이 불가능한 곳에서는 내부를 가상현실(VR)로 구현해 놓기도 했다. 유산을 가상의 공간에서라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앱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5G 서비스를 강조하고 싶었는지 SK텔레콤은 지원 단말기를 5G 통신이 되는 제품으로 한정했다. 갤럭시 S10, V50, 갤럭시 노트 10, 갤럭시 S20 등이 포함된다. 실제로 기자가 보유한 갤럭시 S20 울트라에서는 창덕ARirang 앱이 검색됐지만, LG G8 씽큐에서는 앱이 검색되지 않았다.
그런데 기기는 5G 대응으로 한정했으나 LTE 통신으로 접속하니 실행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데이터를 미리 내려받는 형태 외에 실시간 통신으로도 실행 가능했다. 물론 콘텐츠 처리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LTE도 결코 느린 속도는 아니다. 심지어 데이터를 미리 내려받을 경우, LTE와 와이파이 모두 활용하면 된다. 굳이 5G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는 아무래도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의식한 조치가 아니었을까? 국내야 접근성에 큰 문제가 없지만, 회선을 빌려(로밍) 쓰거나 휴대 와이파이 기기를 쓰는 외국인에게는 용량 큰 이 서비스가 부담스럽다는 점을 인지했을 것이다. SK텔레콤이 5G 스마트폰을 보유하지 않은 관람객을 위한 안내용 장치를 무료 대여하는 서비스도 진행한다지만,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코로나-19 여파로 얼마나 유효할지 미지수다.
SK텔레콤이 제공하는 증강현실 서비스인 점프AR도 LTE 통신환경 내에서 사용 가능하기에 5G와는 거리가 있다. 그나마 5G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누리려면 강원과 충청(강원 2곳, 충청 3곳)에 마련된 부스트 파크를 찾아가야 한다. 해당 지역에 있는 제휴처에서 할인 혹은 특정 식음료 1+1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마저도 해당 지역에 제휴 매장이 없으면 끝이다. 이렇다 보니 많은 비용을 내고 가입한 5G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차별화 서비스는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5G 서비스 1년 그 이후, 아직도 많은 가입자는 서비스 품질에 불만이 가득하다. 정부와 통신사는 품질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지만, 그게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진짜 5G라는 극고주파 서비스는 물론이고 당장 전국망 구현도 요원하다. 지난 7월 기준 SK텔레콤의 기지국 수는 3만 7,200여 국으로 정부 기준 15만 국(통신사당)에 비하면 1/4 수준이다.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5G 서비스 가입자에게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