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촉발한 '언택트(Untact)' 시대. 손 안에 모바일 기기 하나만 있으면, 필요한 모든 물건이 하루만에 집 앞에 도착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으로 사람과의 관계는 멀어졌지만, 온라인과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 돈독해졌다. 언택트는 기업에도 피할 수 없는 생존요건이 됐다. 덕분에 사용자들은 다양한 온라인 언택트 서비스를 경험하며, 점점 쉽고 편리하고 빠른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제는 웬만해선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이 시대에, 어떠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의 온라인 언택트 서비스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온라인 언택트 서비스의 UI 및 UX는 쉽고 빠르게 사용자의 이용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사용자에게 불필요한 건 과감히 없애고, 사용자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UI, UX가 주목받는다. '토스', '카카오뱅크'로 대표되는 핀테크 서비스는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 목적을 시중은행보다 쉽고 빠르게 달성하게 함으로써, 금융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국내 통신사 중 KT의 경우,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주문(가입)하는 과정에서 부담감을 느낀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이에 지난 5월 온라인 전용 'KT 다이렉트' 요금제를 출시하며 가입 절차를 간소화했다. '불필요한 것은 비우고 혜택은 채운다'는 콘셉트로 복잡한 가입 절차를 개편한 것이다.
먼저 UI, UX를 PC가 아닌 모바일에 최적화했다. 여기에 정보 입력 단계를 축소하고, 하나의 화면에서 가입 절차를 모두 처리하게 만들었다. 단계별 안내 멘트 역시 사용자 중심의 간결한 언어를 적용했으며, 색상도 최소로 사용하는 등 단순 직관적인 디자인을 구현했다.
이 같은 KT 다이렉트의 UI, UX는 이후 론칭한 '1분 주문, 1시간 배송' 서비스의 출발점이 됐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휴대전화를 주문하면 1시간 안에 원하는 곳으로 배송해준다(수도권 기준, 일부 지역 제외). 가까운 대리점에서 전문 배달업체 '부릉'을 통해 상품을 퀵 배송하는 것이다. 휴대전화 없이는 단 1분 1초도 버틸 수 없는 젊은 세대의 요구를 충족함과 동시에, 언택트라는 세계적 흐름을 타고 이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1분 주문' 서비스는 'KT 다이렉트'와 마찬가지로 1분 안에 주문을 완료할 수 있을 만큼 절차가 간단하다. 본인인증, 기종 선택, 요금제 선택, 이 세 단계로 가입이 완료된다. 서비스 가입이라는 사용자의 이용 목적을 쉽고 빠르게 이룰 수 있어, 사용자의 소중한 시간을 아끼고 통신 쇼핑 경험도 개선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언택트는 사람의 일을 기술/기계가 대신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그렇듯이 기술/기계에 인내심을 갖기 어렵다. 바쁜 현대인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느리고, 불편하고, 복잡한 과정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초기 언택트 서비스인 키오스크 주문, 은행 ATM 등을 떠올려보자. 공급자 입장에선 인건비를 절감하고, 사용자 입장에선 직원과 대면하려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었다. 때문에 사용법이 어렵고 불편해도 어느 정도 감내했고, 정 어려우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누군가와의 대면이 위험해진 상황에서 비대면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서비스 이용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제는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넘어 생활 전반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학습 공백을 줄이기 위해 지난 4월 초중고등학교가 실시한 온라인 개학과 원격 수업은 시행 초기 접속 장애와 지연, 오류 등이 빈번히 발생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큰 불편을 겪었고, 일부는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 망연자실했다. 이러한 사례로 볼 때, 코로나 이후 시대 사용자는 이용에 불편함 없이 자신의 목적을 쉽고 빠르게 달성케 하는 서비스를 더욱 선호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과 기술도 좋은 UI, UX를 만들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온라인 서비스를 구축할 때 전통적인 업무 진행 방식은 기획자, 디자이너, 퍼블리셔, 개발자 등이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었다. 또 고객사/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은 주로 기획자가 했고, 다른 작업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전달하는 역할도 겸했다.
요즘엔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등이 자연스러워지며 비대면으로 일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이때 '공개'와 '협업'을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하면 대면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필자가 소속된 엘루오씨앤씨에서는 모든 작업자가 공동작업 툴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과 결과물을 공유하고 있다. 그때그때 공개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소통 오류를 줄이고,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한다. 이로써 과정과 결과물 등이 정확히 공유되지 않아 최종안이 번복되거나 재작업을 해야 하는 문제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러한 방식은 작업 시간 단축은 물론 결과물 품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KT 다이렉트 콘셉트 컨설팅도 이 업무 방식의 결과 중 하나다. 이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업무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협업하며 빠르게 움직이는 우리의 '에자일(민첩성) 프로세스'가 효과적으로 적용됐음을 확인했다.
직접 대면하지 않는 언택트 환경에서는 사람의 말투, 표정, 제스처, 반응 시간 등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오가지 않는다. 요구와 언어만 보일 뿐이다. 이에 사용자 탐구의 중요성은 이전보다 커질 것이다. 사람에 대한 섬세한 해석과 깊은 탐색, 이해를 충실히 한 서비스만이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속가능한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용자에 맞춰 서비스도 진화를 거듭해야 한다.
글 / 엘루오씨앤씨 전략컨설팅본부 김남용 팀장 정리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