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40만원대 5G폰, 샤오미 미10 라이트 5G 써보니
[IT동아 김영우 기자] 2019년 한 해 동안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 1706만대의 단말기가 출하되었다고 한다.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 그런데 제품 선택의 폭은 좁은 편이다. 삼성전자가 약 60~70%를 차지하며, LG전자와 애플이 각각 15% 전후다. 그 외의 브랜드는 모두 합쳐도 한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면 애플을 제외하고는 외국 브랜드의 무덤이라고 할 만하다.
그래도 그 중에서 국내 시장에서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해외 브랜드가 샤오미다. 특히 이 회사가 선보인 홍미노트(Redmi Note) 시리즈는 20만원 전후의 저렴한 가격 대비 쓸 만한 성능을 제공, 알뜰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바 있다. 다만 샤오미 입장에서 언제나 저가제품만 한국에 팔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2017년에 70만원대의 미 믹스(Mi Mix), 2019년에는 60만원대의 미9(Mi 9)등의 플래그십급(최상위급) 제품을 한국에 출시하기도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가격대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가성비’ 보다는 ‘브랜드’를 좀 더 보게 되는 것이 소비자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샤오미가 한국에 출시한 미10 라이트 5G(Mi 10 Lite 5G)는 또 다른 시도다. 플래그십급은 아니지만 중상위급의 괜찮은 사양을 제공하며, 최신기술인 5G를 지원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구성도 갖췄다. 이런 제품을 40만원대에 한국에 출시했는데, 과연 쓸 만한 제품일지 살펴보자.
제품의 외관 및 구성
샤오미 미10 라이트 5G는 6.57인치 크기의 풀HD급(2400 x 1080) OLED 화면에 7.88mm의 두께, 그리고 192g의 무게를 갖췄다. 전반적인 크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0+와 비슷하고 무게는 약간 묵직한 편이지만 이용에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다.
전면 가장자리를 둥글게 처리하는 이른바 엣지(Edge)는 적용하지 않아 거의 평면에 가까운 화면이다. 덕분에 가장자리 터치 오류의 걱정은 덜 수 있다. 시각적 화려함 보다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구성이다. 그리고 1,60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가 화면의 상단 가운데 일부를 살짝 점유하는 노치 디자인을 적용했다. 그리고 통화 시 상대방의 소리가 나오는 수화부가 본체 위쪽 모서리에 가늘고 길게 자리하고 있다. 통화를 할 때 다른 스마트폰보다 살짝 위쪽에 귀를 대고 통화하도록 하자. 안 그러면 상대방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다.
화면에는 이 가격대의 제품으로서는 의외로 고급 기술이 다수 적용되었다. 최대 600니트(HBM)의 밝은 화면을 갖추고 있으며 화면 전반의 명암비와 컬러 표현능력을 향상시키는 HDR10+ 기술도 지원한다. 그리고 DRM Info 앱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와이드바인 DRM(Widevine DRM) L1 및 HDPC 2.3 등, 고급 영상 보안 규격도 지원하는 것을 확인했다. 넷플릭스 등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화질 저하 없이 고품질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보급형 스마트폰 중에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제품이 많아 일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영상의 품질이 저하되곤 했는데 샤오미 미10 라이트 5G사용자라면 그런 걱정은 덜 수 있겠다.
본체 뒷면의 가장자리 부분은 적극적으로 곡면을 적용해 다듬었으며 후면 카메라는 4개의 렌즈 및 LED 플래시 모아둔 이른바 인덕션 디자인 형식으로 배치했다. 카메라부가 본체 표면으로부터 1mm 정도 돌출되어 있는데, 충격에 의한 카메라 파손이 우려된다면 본체와 함께 동봉된 젤리케이스를 끼워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봉 케이스에 카메라부 충격을 방지하는 돌출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참고로 샤오미 미10 라이트 5G는 해외시장에는 오로라 블루(파랑), 코스믹 그레이(회색), 드림 화이트(흰색) 3가지 색으로 출시된 바 있지만 한국 시장에는 코스믹 그레이 모델만 출시된 상태다.
일부 고급 기능 빠졌지만 무난한 품질의 카메라 및 부가기능
4개의 후면 카메라는 메인(6400만 화소), 넓은 범위를 찍는 초광각(800만 화소), 그리고 접사용 매크로(200만 화소), 그리고 심도 측정용(200만 화소)로 구성되었다. 메인 카메라의 최대 화소가 높은 편이고 센서 크기도 1/2인치로 큰 편이다. 촬영된 사진을 확대해도 이미지 깨짐을 그다지 느낄 수 없고 어두운 곳에서 찍을 때의 노이즈 역시 적은 편이다.
다만 플래그십급 제품과 같은 망원 카메라(10배 디지털줌은 가능하나 화질저하 있음)나 광학식 흔들림 방지 기능(OIS) 기능은 탑재하고 있지 않아 멀리 떨어진 사물, 혹은 빠르게 움직이는 사물을 촬영하기엔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동영상 촬영은 4K UHD(30fps) 해상도까지 가능하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대부분 만족스러운 품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나 그 이상을 바란다면 플래그십급 스마트폰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외부 연결 포트는 요즘 나오는 신형 스마트폰에서 주로 이용하는 USB 타입 C 포트(2.0)가 적용되었고 고속 충전(20W) 기술도 지원한다. 다만 USB 3.0 고속 데이터 전송 기술이나 무선 충전 기술 등의 일부 고급 기능은 적용되지 않아 상위급 제품과의 차이는 느껴진다. 그리고 요즘 스마트폰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3.5mm 이어폰 포트가 있다는 점은 반갑다. 내장 스피커의 음질이나 음량은 평범한 수준이다.
최상급은 아니지만 충분한 수준의 고성능
내부 사양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퀄컴의 스냅드래곤 765G 프로세서에 6GB 시스템 메모리(RAM), 그리고 128GB(UFS 2.1)의 내부 저장소를 갖추고 있다. 프로세서의 성능을 측정하는 긱벤치5(Geekbench 5)를 구동해 보니 단일코어 627점, 다중코어 1937점이 나왔다. 최상위급은 아니지만 고성능임은 분명하며, 기존에 나온 제품과 비교하자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S9이나 LG V40, 신형 제품 중에는 LG전자의 벨벳이나 삼성전자 갤럭시 A51 등과 비슷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겠다.
실제로 미10 라이트 5G를 이용해보면 2020년 7월 현재 쓰이는 대부분의 앱을 문제없이 구동할 수 있고 전반적인 반응 속도 면에서도 그다지 불편이 없다.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게임 역시 무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갤럭시S9 같은 2년여 전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아직도 불편없이 쓰는 사람들이 많으니 비슷한 성능의 미10 라이트 5G 역시 문제될 건 없다.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 보급형 스마트폰에 비하면 확실히 쾌적하다.
참고로 예전에 출시된 샤오미 스마트폰 중에는 2개의 유심을 함께 꽂을 수 있는 듀얼심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많았는데 한국에 출시된 미10 라이트 5G는 1개의 유심만 꽂을 수 있다. 그리고 메모리카드(마이크로SD카드) 추가를 통한 저장공간 확장 기능도 지원하지 않으니 참고하자. 듀얼심 미지원이 이용에 큰 문제가 될 건 없지만 샤오미 제품에 기대할 수 있는 장점 하나가 사라진 것 같아 다소 아쉽다. 유심 2개를 꽂으면 회선 2개를 하나의 단말기에서 쓸 수 있어 해외 여행을 할 때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일부 부가기능 제대로 쓰려면 약간의 손질 필요
소프트웨어는 안드로이드 10 버전, 그리고 샤오미의 스마트폰 제품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MIUI 11 버전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적용되었다. 그리고 배경화면이나 아이폰 등을 취향대로 바꿀 수 있는 다양한 테마를 샤오미 전용 앱 마켓에서 다수 제공하고 있는 등, 소프트웨어 생태계 면에선 괜찮은 점수를 줄 만 하다.
다만 한국에 정식 출시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프트웨어 환경이 국내에 덜 최적화된 면도 없지 않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삼성페이, LG 페이와 같은 마그네틱 기반 간편결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티머니나 레일플러스, 롯데카드, KB앱 카드 등의 앱에서 제공하는 교통카드 기능은 호환되므로 간편하게 버스나 지하철 요금 결제를 하고자 할 때는 이를 이용하자.
그리고 미10 라이트 5G에서 한국의 국민 메신저라고 불리는 카카오톡을 이용하고자 할 때 별도의 설정을 하지 않으면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진동만 울리거나 잠금 화면에서 메시지가 표시되지 않기도 하고, 카카오톡 앱 아이콘에 받은 메시지 수가 표시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카카오톡 아이콘을 1~2초 동안 누르면 나오는 ‘앱 정보’ 메뉴로 이동, ‘자동시작’ 권한, 기타 권한에서는 ‘잠금화면에 표시’, ‘팝업 창 표시’ 등의 권한을 활성화해주고 알림 항목에서 ‘앱 아이콘 배지 표시’, ‘소리 허용’ 등의 권한 역시 활성화해줘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이후부터는 계속 카카오톡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참고로 카카오톡과 비슷한 기능의 다른 메신저인 ‘라인’을 미10 라이트 5G에 설치했을 때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 해외 사용자가 많은 라인과 달리 유독 한국에서만 사용자가 많은 카카오톡의 이용 환경에 대해선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 향후 한국에 출시될 샤오미 제품은 이런 점을 개선했으면 좋겠다.
5G 속도 이상 무, 배터리 효율도 그럭저럭
5G 접속은 원활하게 된다. KT 5G 유심을 꽂고 서울시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SpeedCheck 앱으로 인터넷 속도 측정을 해보니 다운로드 725.63Mbps, 업로드 117.69Mbps의 속도로 고속 통신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배터리 용량은 4160mAh로 적당한 수준이다. 배터리 효율에 대해서는 이용 환경에 따른 편차가 있는 것 같다. 와이파이 접속 상태에서 주로 유튜브를 감상하는 환경에선 11시간 넘게 지난 상태에서도 60% 가까운 배터리가 남아있을 정도로 배터리 효율이 좋았지만 5G 접속상태에서 인터넷 서핑을 주로 하는 환경에선 6시간 40분만에 50% 수준으로 배터리 잔량이 줄어들었다. 다만 이건 5G 스마트폰의 특성이기도 하고, 삼성전자나 LG전자의 5G 스마트폰과 비교해봐도 체감적인 배터리 효율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제품은 쓸 만, 중국 브랜드에 대한 편견 극복이 관건
샤오미 미10 라이트 5G는 디자인이나 하드웨어 사양을 비롯한 전반적인 구성 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만 하다. 출고가는 45만 1,000원인데, 유사한 성능의 프로세서를 갖춘 삼성전자 A51이 57만 2,000원, LG 벨벳이 89만 9,000원인 걸 감안하면 합리적이긴 하다. 다만 일부 부가 기능이 한국시장에 덜 최적화된 점은 아쉬우며, 무엇보다도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 제품에 가진 편견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참고로 단말기 자급제 위주로 판매되었던 기존의 샤오미 제품과 달리 이번 샤오미 미10 라이트 5G는 이동통신 3사(SKT, KT, LGU+)의 판매 채널을 통해 출시했다. 요즘 이동통신사들이 5G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인데, 덕분에 예전에 국내 출시된 샤오미 스마트폰에 비해 좀더 손쉽게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