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묻는 질문 ‘시장성 테스트’, “당신의 마음을 들려주세요”
“잘 안팔립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오랜만에 만난 스타트업 대표가 고민에 빠진 얼굴로 꺼낸 안부 겸 인사말이다. 지난 2년간 아이디어 구현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 그에게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지금 매출이라면 사업을 접는게 나은 선택이라는 말에 안타까운 마음은 더 커졌다. 안 팔린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무서운 말이다.
스타트업이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신생아다. 이제 걷고, 말하고, 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주변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선 상태다. 모든 게 처음이다. 이미 한번 창업해본 경험자라도, 같은 아이템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지는 않았을 터. 새로운 분야를 향한 도전은 언제나 처음과 같다. 숙련된 기업처럼 경험으로 리스크를 피하는 법도 모르고,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비용과 자원도 없다. 아니, 사실 무엇이 리스크인지도 잘 모른다. 창업 후 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해도 그 원인을 모르는 일이 일상다반사다.
무섭다. 어느 길로 가야 옳은 것이지, 지금 선택한 길이 맞는 것인지 판단할 근거도가 부족하다. 기존 기업이 기회 요인과 위협 요인을 찾아가며 살피는 동안, 스타트업은 맨 몸으로 시장에 부딪히는 수밖에 없다. 실패와 성장의 반복이다. 하지만, 묻고 싶다. 계속된 실패 속에서 몸부림치는 스타트업에게 '실패도 경험이고, 학습이다'라는 성장론을 펼칠 수 있을까. 그들에겐 오늘이 당장의 미래일 수 있다.
과연 내 상품을 고객이 구매할 것인가?
스타트업은 현재 구상하고 있는 제품을 고객이 얼마나 구매할지(구매율) 확인해보고,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찾길 원한다. 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스타트업 성장에 큰 도움이다. 즉, 시장성을 찾아야 한다. 시장성은 고객의 핵심구매요소, 강조하는 제품의 기능, 타겟고객군 등이 바뀔 때마다 수치가 달라진다. 그 수치의 차이를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사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예상컨대, 모든 사람이 원하는 능력(?)이다.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 속 남자 주인공은 여성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얻은 뒤, 광고 회사 마케터로 승승장구한다.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사업 실패 확률은 분명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고객의 마음을 미리 판단할 수 있는 조사 방법이라니. 20년, 30년 동안 며느리도 모르게 맛을 내는 오랜 식당의 레시피 같은 말이다.
스타트업에게는 더욱 어렵다. 나름의 시장성 테스트 방법을 찾았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다. 특정 타겟 대상의 조사 방법일 경우에는 전략 세우기도 만만찮다. 2020년 20대 여성이 원하는 립스틱 색깔을 알아내기 위해 날고기는 화장품 제조사들이 사활을 걸지만, 고객의 선택을 받는 상품은 많아야 한두개다.
광명 경기문화허브가 꺼내든 시장성 테스트
지난 2020년 1월 30일, 경기도가 광명시 가학로에 위치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 개소한 '광명 경기문화창조허브(이하 광명 허브)'는 지역특화산업인 에코디자인 분야와 ICT, 제조업의 융·복합 콘텐츠를 발굴하고, 업사이클·리사이클·친환경소재 등 유관 산업기반 및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최근 광명 허브는 에코디자인, 콘텐츠 융·복합 분야 예비창업자 및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모델 고도화, 시장 검증 등을 지원하는 ‘에코비즈니스 시장성 테스트 지원 사업’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
광명 허브는 이번 사업을 통해 선발한 스타트업들이 4개월 동안 시장 검증 컨설팅을 통해 고도화된 비즈니스모델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시민평가단을 통해 고객 의견을 직접 들어보면서 제품 또는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는 8월 5일까지 총 50개 기업을 선발해 비즈니스모델 진단 워크숍으로 자가진단을 진행하고, 컨설팅 받을 20개 기업을 선정한다. 선정된 20개 기업은 시민평가단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컨설팅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과 시장의 실제 반응을 테스트 하는 기본 및 심화 컨설팅도 진행한다.
또한, 광명 허브는 이번 사업부터 함께하는 시민평가단 ‘얼쓰어답터(Earth-Adopter)’도 모집한다. 얼쓰어답터는 지구의 ‘얼쓰(Earth)’와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제품을 구입하고 평가를 내리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를 더한 이름이다. 에코디자인, 콘텐츠 융·복합 분야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평가하고, 개선을 위한 의견과 아이디어 등을 제안하는 목적으로 운영한다.
선발된 시민평가단에게는 온라인 평가 참여 시 건당 5,000원, 현장 평가 참여시 건당 4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하고, 우수 활동자에게는 경콘진 상장과 최대 4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다. 시민평가단 모집기간은 8월 12일 오후 6시까지이며, 8월 29일(토) 활동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11월까지 총 4개월간 운영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