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OTT 서비스 웨이브(Wavve), 왜 아직도 찻잔 속의 태풍인가
[IT동아 남시현 기자] OTT(Over The Top)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각종 영상 콘텐츠를 받아보는 서비스다. OTT서비스 제공자는 일반 방송 콘텐츠를 비롯해 독점 콘텐츠나 인기있는 영상을 제공해 소비자를 모으며,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언제 어디서든 어떤 기기로든 볼 수 있어서 차세대 콘텐츠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SPRi(소프트웨어 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2020년 국내 OTT 시장 매출액은 평균 26.3%씩 성장해 2020년 기준 7,80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중 2,805만 명이 유튜브를, 315만 명이 웨이브를, 205만 명이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1월 기준 유튜브의 월평균 이용 시간은 1,229분, 웨이브 471분, 넷플릭스 323분으로 집계되었지만, 시장의 평가와 실사용자 의견을 보면 웨이브가 2위 사업자인지 의심되는 대목이 많다.
웨이브와 넷플릭스의 애플 앱스토어 리뷰를 살펴보면 넷플릭스는 '자막이 너무 크다', 'HDMI 출력이 불안하다' 등 개선 가능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다. 반면 웨이브는 'SKT옥수수와 통합하면서 결제해놓은 포인트가 사라졌다'나 '이용권 구매 권유가 지나치게 많다'같이 서비스 자체를 지적하는 문구가 많다. 출시 10개월 차를 맞이한 웨이브, 왜 아직도 문제가 많을까?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국내 OTT서비스
웨이브는 지상파 3사(KBS, MBC, SBS) OTT 서비스인 푹(POOQ)과 SK텔레콤의 OTT 서비스인 옥수수(oksusu)를 합친 국산 OTT 서비스다. 방송 업계와 통신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지상파 3사는 경직된 콘텐츠 제작의 흐름을 바꾸는 전기를 맞이했고, 옥수수 역시 지상파 3사가 제공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다루게 됐다. 하지만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 모두 밀접한 관련이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주무부처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처럼 정부 규제에 둔감한 해외 OTT 서비스와 비교해 규제나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이다.
게다가 웨이브의 전신인 옥수수 서비스를 이관하면서 무료 콘텐츠와 채널이 줄어들고, 베이직 서비스의 기본 해상도가 HD(1,280x720)로 낮아졌다. 게다가 옥수수로 결제했던 소장용 주문형비디오(VOD)도 웨이브로 넘어가지 않았다. 12월에 이르러서야 기존의 소장용 VOD를 볼 수 있는 마이 옥수수 서비스가 마련됐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은 돌아선 상태다.
부족한 채널, 깜깜한 독점 콘텐츠
현재 웨이브는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등 100여 개 방송 채널과 23만여 개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송 메뉴를 통해 지상파 3사가 제공하는 뉴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고, LIVE메뉴를 통해 지상파 3사의 단편 콘텐츠, 종편 및 라디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원하는 알짜 콘텐츠면에서는 약세다.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히는 것이 tnN, JTBC의 부재다. tnN은 CJ ENM계열 방송사라 티빙(TVING)을 통해 온라인 콘텐츠를 송출하고 있고, JTBC는 지난 9월부터 1월 사이에 라이브와 VOD 서비스 모두 종료됐다. 최근 인기를 끈 부부의 세계나 이태원클라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사랑의 불시착 등 인기 드라마를 웨이브에서 볼 수 없다.
아울러 웨이브 독점 콘텐츠도 미비하다. 웨이브 출범 당시 오는 2023년에 총 3,000억 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제작된 드라마는 '조선로코-녹두전'과 '꼰대인턴' 두 종류 뿐이다. 7월 10일부터 시네마틱 드라마 'SF8'을 독점 선공개 하지만, 이를 포함해도 세 종이다.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인 독점 콘텐츠가 부족하니 그만큼 웨이브만의 경쟁력도 희석되고 있다.
안드로이드와 iOS, 스마트TV까지 모두 불안정한 서비스
콘텐츠 감상 시 중요한 것은 영상의 품질, 그리고 끊김 없는 서비스다. 열심히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가 갑자기 멈추거나 영상이 끊어지면, 그만큼 몰입도가 떨어진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돼 개선하겠다고 해도, 소비자가 계속 같은 일을 겪게 되면 결국 신뢰를 잃게 된다. 웨이브 서비스에 대한 안 좋은 평가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불안정한 서비스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계속 자동으로 로그아웃 된다', '화질정보가 없습니다는 문구가 뜬다', '삼성 및 LG 스마트 티비에서 앱이 무한으로 로딩된다', '소리와 영상 싱크가 맞질 않는다', '모든 기기에서 실시간 영상이 멈춘다'같은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업데이트를 반복하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인지 웨이브 앱의 애플 앱스토어 평점은 7,600명 집계에 2점,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4만 5천 명 집계에 3점에 불과하다. 넷플릭스가 앱스토어 3점, 안드로이드 기준 4.4점, 왓챠플레이가 4.5점, 4점인 것과 비교하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준비안된 경쟁보다는 서비스 품질 개선에 앞장서야
올해 초 CES2020에서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대한민국 ICT 기업 간 협력이 절실하다고 밝혔고, 미디어 분야의 웨이브가 '초협력'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해외 서비스와의 경쟁을 위해 지상파 3사와 통신사가 초당적으로 협력한 대표 사례니 그럴만하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은 별개의 얘기다. 시청자는 기업 간 협력이 아니라, 품질과 콘텐츠만으로 평가한다. 서비스의 만족도가 낮으면 아무리 좋은 협력 사례라고 하더라도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웨이브가 출범한지 어느덧 10개월이 지났다. 출범 초기에 나왔던 갖가지 문제점 중 일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지난 7월 1일에도 공지 없이 서비스가 중단돼 CEO가 사과문을 올리는 일도 벌어졌다. 오는 하반기면 콘텐츠 공룡인 디즈니+와 애플TV+같은 초대형 OTT 서비스가 상륙할 예정이다. 웨이브 역시 미국NBC 유니버설과 협력하고,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애저로 이전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 뿐만 아니라, 사용자 중심의 편의성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