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설계’ 내세운 마이크로닉스, 공격적인 시장 공략 나선다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한미마이크로닉스는 2020년 7월 2일, 하반기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게이밍 기기 및 주변기기를 시작으로 PC 케이스, 전원공급장치, 스마트 기기 주변기기 등 다양한 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이번 공개된 제품 대부분은 마이크로닉스 내부 설계팀이 직접 진행한 것으로 사용자 편의성과 성능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내부 설계가 적용된 제품군은 게이밍 주변기기인 메카(MECHA), 워프(WARP), 모프(MORPH) 및 PC 케이스 등이다. 기획 단계에서 스케치부터 3D 설계 및 측정 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타 제조사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개발에 시간은 소요되지만 제조사 특유의 정체성을 시장에 각인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이크로닉스는 기획 단계에서 직접 개입한다. 제조사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마이크로닉스는 기획 단계에서 직접 개입한다. 제조사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이효남 한미마이크로닉스 차장은 “많은 국내 기업은 제품 설계 단계에서 주문자 생산 방식(OEM) 혹은 외주를 주며, 아웃소싱 위주의 기업이라면 이마저도 생략한다. 우리는 전통적인 드로잉 방식을 통해 제품 개발을 시작한다.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유행을 선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체 설계가 반영된 마이크로닉스 게이밍 주변기기.
자체 설계가 반영된 마이크로닉스 게이밍 주변기기.

공개된 게이밍 주변기기는 소비자의 요구를 적절히 반영하면서도 최신 기술을 담아 완성도를 높였다. 메카 ZH1 게이밍 헤드셋은 세로형이 아닌 가로형 설계를 통해 독특한 인상을 주면서도 RGB LED를 달아 시선을 사로잡는다. USB 무선 수신기(2.4GHz)를 활용하거나 블루투스 연결 후 사용 가능하다. PC 외에도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와 같은 콘솔 게임기 환경도 고려한 결정이다.

USB 연결이 이뤄지면 콤팩트디스크(CD) 수준의 음질(16비트/44.1kHz)로 출력이 가능하고, 블루투스 연결 시에는 80ms 수준의 지연 속도로 실행이 가능하다. 초기 설계는 유무선 연결성을 고려했지만 무선 연결이 증가하면서 개발 방향을 선회했다고.

이 외에도 기계식 키보드와 마우스도 사용자 편의성과 사용 환경을 고려해 설계가 이뤄졌다. 일부 제품은 덮개 교체를 지원, 개인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효남 차장은 “게이밍 기기는 견고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주고자 했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닉스만의 일관성을 갖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마치 저음을 내는 스피커인 우퍼의 느낌을 살린 EM1 우퍼.
마치 저음을 내는 스피커인 우퍼의 느낌을 살린 EM1 우퍼.

PC 케이스에도 변화를 줬다. 스피커 중 저음을 담당하는 서브 우퍼를 닮은 EM1 우퍼(WOOPER) 외에 캐릭터 상품처럼 느껴지는 외모와 색상을 적용한 EL1 라팡(Lapin), CD 재생기를 떠올리게 하는 OM1 서클(Circle) 등이 대표적이다. 자체 설계를 꾸준히 적용하고 있는 마스터(MASTER) 제품군도 기존 PC 케이스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화려함을 최대한 배제하고 편의성과 단순한 외모를 적용했다.

흔히 게이밍 PC 케이스의 디자인은 과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곳곳에 화려한 RGB LED 조명을 적용하고, 전면이 개방된 느낌을 주는 강화유리를 쓰기도 했다. 처음에는 화려하지만 장시간 사용 시에는 화려함이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이크로닉스는 일부 유행 요소는 어느 정도 유지했지만 화려함에 지쳤을 소비자의 빈틈을 파고들 전망이다.

PNY의 고성능 브랜드 '엑셀러에이트(XLR8)'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PNY의 고성능 브랜드 '엑셀러에이트(XLR8)'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한미마이크로닉스는 미국 PC 주변기기 제조사 피엔와이(PNY) 제품을 국내 수입할 예정이다. 비휘발성 메모리 전송규격 고속저장장치(NVMe SSD), DDR4 메모리(RAM), 엔비디아 지포스 RTX·GTX 그래픽카드 등이 대상이다.

수입 PC 주변기기 시장은 이미 국내에 진출한 제조사를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고속저장장치도 저가부터 고가 제품군까지 경쟁이 치열하며, 메모리와 그래픽카드도 유명 제조사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PNY와 마이크로닉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꺼내든 카드는 ‘완성도’다. 일반 제품을 처음부터 들여와 경쟁하기 보다는 고성능 라인업을 먼저 소개해 품질을 검증 받고 이후 제품군을 확대 운영하는 형태다. PNY는 엑셀러에이트(XLR8)라는 고성능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마이크로닉스는 이 브랜드의 SSD와 메모리, 그래픽카드를 우선 국내 유통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된 마이크로닉스의 PC 케이스는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번에 공개된 마이크로닉스의 PC 케이스는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2020년 하반기, 마이크로닉스의 행보는 단연 공격적이다. 분기마다 최소 9개 제품을 선보이고, 오는 2021년 말까지 자체 개발한 제품 최소 41개, 수입(아웃소싱) 제품 16개 가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빠르게 제품군을 늘리는 것은 기업의 규모를 키운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에 이효남 차장은 “상장(IPO)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현재 시장은 방어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는 규모를 키워 공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해달라. 마이크로닉스는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쉽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체 40~50개 제품을 디자인해서 모두 다 잘 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제품을 개발하면서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 더 좋은 제품이 나오는 밑바탕이 된다. 여러 시장을 보고 있기에 걱정보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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