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 에너지 효율 차이, 뜯어 비교하니 '납득'
[IT동아 김영우 기자] 최근 수년 사이에 국내 가전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높인 제품군이 하나 있다. 바로 의류용 건조기다. 예전에도 세탁기의 건조 기능을 이용해 빨래를 말리곤 했지만 건조에 걸리는 시간이나 옷감의 보호 정도까지 고려한다면 별도의 건조기를 쓰는 쪽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
사실 북미나 유럽 등에선 진작에 건조기가 대중화된 상태였는데 이에 비하면 국내 건조기 시장은 상당히 늦게 열린 편이다. 이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열을 이용하는 전기 제품은 그 특성상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다. LG전자의 건조기 광고에선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여 장시간 건조기 사용에 따른 전기료 부담도 대폭 개선했다며, 광고에서는 "전기료 걱정까지 덜어주죠"라는 문구를 강조하기도 했다.
건조기의 에너지 효율 개선은 소비자들의 전기료 부담을 낮춰줄 뿐 아니라 제품 제조사의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만큼 고효율 건조기를 개발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특히 올해 3월부터 건조기도 정부의 방침에 따라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시행되면서 국내에서 팔리는 건조기들은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이 붙어 나오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건조기 제품군이 유일하게 1등급을 획득하면서 2등급에 머문 LG전자 대비 일단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다.
LG전자 트롬 RH16VS, 그리고 삼성전자 그랑데 DV16T9720SV
하지만 디자인이나 부가기능 등도 에너지 효율 외에도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인 만큼, 소비자들의 고민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IT동아는 현재 팔리고 있는 건조기 중 대표적인 모델인 LG전자 트롬 RH16VS와 삼성전자 그랑데 DV16T9720SV를 직접 살펴보며 대략적인 특징을 비교함과 동시에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내부 구성 역시 확인해봤다. 두 제품 모두 건조용량은 16kg으로 동일하며, 2020년 4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역시 170~180만원 전후로 비슷하다.
제품의 크기나 기본적인 외형 역시 두 제품이 유사하지만 일부 재질이나 기능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전면 도어에 달린 창이 LG 제품은 내/외측 모두 유리 재질인 반면, 삼성제품은 외측은 합성수지, 내측만 유리 재질이다. 이 때문에 도어를 여닫을 때 LG 제품이 좀더 묵직한 느낌이다. 그리고 세탁물 투입구의 테두리가 LG 제품은 금속 재질인 반면, 삼성 제품은 합성수지도 점이 눈에 띈다. 기능이나 편리성과는 상관없지만 사용자의 감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콘덴서 관리 기능, 제조사별 다른 접근
그리고 LG 제품에는 스팀 살균 기능을 위한 급수통이 제품 상단에 있는 것, 그리고 삼성제품은 우측 하단에 사용자가 직접 열어 콘덴서(열교환기)를 관리할 수 있는 커버 및 필터를 갖춘 것이 눈에 띈다. 삼성 제품은 가끔씩 소비자가 직접 청소를 해 줘야 하는데, 이번 신제품은 3차 필터를 적용, 기존 제품에 비해 직접 솔질을 해야 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반면 LG 제품은 콘덴서를 직접 관리하지 않도록 콘덴서 자동 세척 기능을 갖췄다. 제조사에서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 LG 제품의 스팀 살균용 급수통(왼쪽)과 삼성 제품의 콘덴서 직접 관리 시스템(오른쪽)>
다만 LG 건조기의 이 자동세척 기능은 작년에 소비자들의 집단분쟁 조정 신청 이슈가 불거졌던 터라, LG전자 측에선 최근 관련 시스템 업그레이드 및 자동세척 기능을 강화하고, 소비자가 원하면 콘덴서를 세척할 수 있는 '콘덴서 케어' 기능도 추가했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콘덴서 관리를 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는 불만은 여전히 남아있다.
눈에 띄는 드럼의 구성, 그리고 형태의 차이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보다 더 중요한 건 내부다. 특히 콘덴서 관련 이슈 외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에너지 효율 관련 기술 역시 내부 구조 분석을 통해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두 제품을 분해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드럼(건조통)의 구조다. LG 제품은 드럼의 뒤판이 분리되어 있으며, 삼성 제품은 일체형이다. 삼성 제품이 상대적으로 기밀성이 높아 바람이나 습기, 먼지 등이 새는 것을 막는데 효율적일 것으로 추측된다. 드럼 전체의 내부 용적도 미세하게나마 삼성 제품이 더 크다.
그리고 LG 제품의 경우 드럼 뒤판의 에어홀의 수가 삼성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한쪽으로 치우친 형태로 배치되어 상대적으로 바람 순환에 불리해 보인다. 이는 주로 북미 시장에서 많이 이용하는 열풍 배기식(벤트 타입) 건조기의 구조와 유사하다. 참고로 국내에서 팔리는 LG전자 및 삼성전자의 건조기는 대부분 히트펌프 기반의 열교환식(콘덴싱 타입) 제품이다. LG 제품의 우측면 하단에 열풍 배기식 건조기에 꼭 필요한 배기 파이프 연결용 홀의 흔적도 있는 것으로 보아 해외용 제품과 일부 부품 및 설계를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생산 및 개발 과정에서 단가를 낮추는데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소비효율 차이, 원인은 내부 하단에?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핵심 부품들은 건조기 내부 하단에 몰려 있다. 컴프레서(압축기), 그리고 콘덴서와 에바포레이터로 구성된 열교환기 부분, 그리고 이들의 연결구조가 그것이다. 붙어있는 라벨 및 서비스센터 문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LG 제품은 10.2cc, 삼성 제품은 11.3cc의 컴프레서를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컴프레서 용량이 클수록 에너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열교환기 부분의 경우, 바람과 접촉하는 면은 최대한 넓게, 그리고 통과하는 경로는 최대한 짧게 설계하는 것이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면에선 삼성 제품이 확실히 유리해 보인다. LG 제품의 접촉면은 너비 23cm, 높이 10cm에 그친 반면, 삼성제품의 접촉면은 너비 28cm, 높이 15cm로 확실히 더 넓다. 그리고 열교환기 부분의 상단 길이는 LG 제품이 32.5cm인 반면, 삼성 제품이 24cm라 좀 더 효율적인 열 교환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G제품에 이러한 불리한 설계가 적용된 이유는 열교환기 부분 상단에 위치한 콘덴서 자동 세척장치가 상당한 부피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 제품은 자동 세척기가 없어 남은 공간만큼 열교환기의 바람 접촉면을 넓힐 수 있었다.
< LG 제품 열교환기 부분의 상단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콘덴서 자동 세척장치>
컴프레서와 열교환기 사이의 구조에도 양사 제품은 다소 차이가 있다. 온도에 따른 유량 조절 기능의 경우, LG 제품은 파이프의 모세관(capillaty) 구조를 이용하는 반면, 삼성 제품은 팽창밸브를 따로 달았다. 삼성 제품이 능동적으로 유량을 조절하는 데 유리하다. 내부에 탑재된 온도 센서의 수 역시 삼성 제품이 더 많다. 이는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동작 모드를 최적화해 효율을 높이는 AI(인공지능) 기능을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
< 삼성 제품에만 탑재된 팽창 밸브>
소비자들의 선택은?
전반적으로 봤을 때 삼성 제품은 LG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 향상에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LG 제품은 내부에 탑재된 콘덴서 자동 세척장치가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 건조기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이러한 내부 설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자면, 일부 재질 및 부가 기능과 같이 소비자들의 감성을 이끄는 상품성 면에서는 LG전자 건조기,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내실 면에서는 삼성전자 건조기에 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 역시 그에 걸 맞는 제품 및 기술의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