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A 도입으로 월 4천건 상품 검수가 1만건으로, 롯데e커머스의 실험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현대의 노동 환경에서 단순 반복 작업이 사라질 날도 머지않았다. 컴퓨터를 활용한 작업 환경일수록 그렇다. 4차 산업 시대의 기업은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이하 RPA)를 도입해 기계에 업무를 분담한다. RPA란, 컴퓨터 소프트웨어인 '로봇'이 사람의 행동과 작업을 대신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새로운 산업 기술이다. 아직은 정해진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단순 반복 업무 등에 투입되나, 향후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 등이 상용화되는 시점에 이르면, 자료 분석이나 실질 업무까지 대응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가트너(Gartner)가 발표한 '2018년 글로벌 RPA 시장 점유율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RPA 시장 전체 매출은 약 5억 1,800만 달러였고, 2018년은 약 8억 4,600만 달러까지 성장했다. 2019년은 약 13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 점유율은 유아이패스(UiPath), 오토메이션 애니웨어(Automation Anywhere), 블루 프리즘(Blue Prism)이 순위권이며, 국내 기업으로 한정했을 때 그리드원, 이든티앤에스, 삼성SDS 등이 RPA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향상된 업무 효율을 위한 RPA 사례, 롯데 e커머스

국내에서 RPA가 도입되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주 52시간 근무제다. 16년부터 은행, 보험사 같은 금융권에서 RPA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고객 정보 갱신이나 명세서 관리, 비용 보고서 및 세금 계산서, 매출 회계 처리 등의 단순 반복 작업에서 그 효용을 입증했다. 17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인력을 충원하기보다는 노동생산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고, 의료, 물류, 교통, 제조업, 인사 등 기계적 업무가 많은 분야까지 RPA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롯데e커머스는 온라인쇼핑몰 '롯데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e커머스는 온라인쇼핑몰 '롯데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토대부터가 컴퓨터 작업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상거래 업계 역시 RPA 도입에 분주한 모양새다. 19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쇼핑몰인 '롯데인터넷백화점'을 설립하고, 현재 '롯데닷컴'을 운영하는 롯데쇼핑(대표이사 강희태) e커머스 사업본부도 적극적으로 RPA를 도입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유아이패스 RPA를 통해 업무 효율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여기서 축적된 RPA 설루션을 통해 오는 4월말 통합 쇼핑앱인 롯데온을 공개할 예정이다. 롯데e커머스가 도입한 RPA의 시작과 진행 과정, 결과는 어떠한지 IT동아가 직접 취재에 나섰다.

롯데e커머스 셀러지원팀 김다인 책임(좌), 김지연
사원(우)
롯데e커머스 셀러지원팀 김다인 책임(좌), 김지연 사원(우)
<롯데e커머스 셀러지원팀 김다인 책임(좌), 김지연 사원(우)>

롯데e커머스 셀러지원팀은 롯데닷컴 상품 판매자에 대한 업무를 지원하는 부서지만, 전자상거래 중 위법 상품이나 허위 과대광고 같은 상품을 걸러내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 RPA는 화장품 및 식품 설명을 검증하는 데 도입됐다. 우리가 흔히 온라인으로 물건을 살 때,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 상품 설명을 참고한다. 하지만 대다수 설명이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파일이어서 두 명 이상 인력이 하루 200여 건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이 모니터링 과정을 구글 광학 문자 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OCR)과 결합한 유아이패스 RPA 로봇으로 대체함으로써, 이제는 로봇 한 대가 하루 350여 건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결과적으로 1개월간 4,400여 건을 수행하던 작업을, 로봇 1대가 9,000~1만 여건 처리하고 있다.

어떻게 이 작업에 로봇을 도입하게 되었을까? 셀러지원팀 김다인 책임은 "RPA는 IT 부서가 아닌 부서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다. 셀러지원팀 역시 상품설명 확인 작업을 자동화할 방법에 대해 수년간 고민해왔으나, RPA의 존재를 몰라 수작업으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부서 내 임원의 제안으로 해당 업무에 대한 RPA 도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유아이패스 설루션을 국내에 공급하는 한솔 PNS. 출처=한솔
PNS
유아이패스 설루션을 국내에 공급하는 한솔 PNS. 출처=한솔 PNS
<유아이패스 설루션을 국내에 공급하는 한솔 PNS. 출처=한솔 PNS>

여러 RPA 기업 중에서도 유아이패스의 RPA를 선택한 이유는 명료했다. 김 책임은 "유아이패스는 매니저봇이 필수가 아니어서 부담이 적고, 프로세스 설계나 사용이 상대적으로 쉽다. 이에 관해 아는 바가 없는 상태였지만, 유아이패스의 파트너사인 한솔피앤에스(한솔PNS) 디지털혁신팀이 적극적인 RPA 예시를 보여줌으로써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유아이패스가 RPA 설루션을 제공하고, 현장에서 원하는 RPA 논리와 적용은 한솔피앤에스가 맡는 식이다.

RPA는 롯데닷컴 식품, 화장품 상품 모니터링에 사용된다.
출처=롯데닷컴
RPA는 롯데닷컴 식품, 화장품 상품 모니터링에 사용된다. 출처=롯데닷컴

모니터링 업무를 RPA에 맡기는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RPA는 회계나 물류 등 데이터가 정형화된 분야에 유리하고, 모니터링 업무처럼 비정형 데이터를 다루기는 어렵다. 특정 문구에 대해 좋다, 나쁘다에 대한 판단 기준을 확고히 설정해야 한다. 아울러, RPA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영향을 준다. 김 책임은 "RPA가 로봇이다 보니, 기존 사람의 업무를 곧바로 대체할 수 있을 거라는 인식이 많다. 그래서 상품 모니터링 업무처럼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작업에서, 결과가 바로 산출되지 않는 점을 설득하는 작업이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김지연 사원의 경우 "정확성이나 판단 부분에 대해서도 고충이 많았다. 하지만 RPA가 내놓은 결과에 대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끊임없이 고도화와 개선을 거친 덕분에 지금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이고 있다."라며, "로직 형성과 케이스에 따라 정확도가 다르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창의성과 재량의 영향이 크다는 걸 느낀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롯데e커머스 셀러지원팀 김다인 책임(좌), 김지연
사원(우)
롯데e커머스 셀러지원팀 김다인 책임(좌), 김지연 사원(우)

RPA 도입 전후를 비교한 질문에 대해서는 "RPA 도입 이후, 셀러지원팀은 하루 3시간씩 소요되던 모니터링 업무 시간을 다른 업무에 투자하고 있다. 팀원 개개인 입장에서 업무시간이 더욱 가치있게 변했고, 고도화 작업이나 신규 기획 등을 진행하며 역량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3시간이면 한 달 기준 60시간을 넘으니 업무 효율성 제고는 물론, 담당자의 역량에도 긍정적이다.

마지막으로 김다인 책임은 "유아이패스의 RPA는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진행된다. 월요일에 출근해 RPA가 모니터링한 개수와 결과를 보면 마치 '모니터링을 전문으로 하는 파트원, 사원' 하나를 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고도화를 위해 더 많은 기획과 생각을 거치게 됨으로써 보람을 느끼고, 이런 작업도 RPA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시각이 넓어졌다. 조직원들의 편의나 업무 역량 강화를 고려한다면 분명 가치있는 투자"라는 소감을 밝혔다.

롯데e커머스는 RPA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e커머스는 RPA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e커머스는 현재 화장품, 식품 분야에 한정된 상품 모니터링 업무를, 분야를 달리해서 도입할 예정이다. 단순한 로직을 보다 정교하고, 고도화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 물론 RPA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 RPA가 효율적인 분야에 관해서는 논의가 이뤄져야겠지만, 대체 가능한 부분에 대한 전사적 도입이 장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RPA 도입은 디지털 전환, 기업 경쟁에서도 필수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전 세계 8개국 중 10억 달러의 연간 수익을 올리는 기업의 경영진 5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69%는 RPA가 회사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수며, 84%가 조직의 자동화는 경영진의 책임이라 답했다. RPA와 인공지능을 통한 디지털 전환이 향후 기업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하는데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84%의 경영진이 RPA 도입은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제공=유아이패스
84%의 경영진이 RPA 도입은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제공=유아이패스

현시점의 RPA는 디지털 전환의 과도기적 시도다. 부가적인 작업을 디지털 인력으로의 대체하는 것에 무게를 두어야 하며, 이것이 인력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먼 미래의 얘기다. 어디까지나 RPA는 사람의 업무를 보조하는 기술이지, 순수한 인력의 대체재가 될 순 없다.

또한, RPA가 모든 작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곧바로 도출해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성공적인 RPA 사례는 이를 관리하고 고도화하는 직원들이 도출해낸 결과다. 오히려 RPA로 확보된 시간이 기존 인력에게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산업과 인력 모두 고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는 게 적절한 시각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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