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IR 마스터링] 5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2) 차별성 및 경쟁력
[IT동아]
[연재순서]
시작하며 - 투자 유치 홍보가 필요한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 http://it.donga.com/29231/
1부 - 투자 프로세스에서 IR자료의 역할 - http://it.donga.com/29259/
2부 - 투자 IR자료의 목차 구성 - http://it.donga.com/29308/
3부 - 투자 IR자료의 스타일 -
http://it.donga.com/29343/
4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1) 시장성 및 사업성 - https://it.donga.com/29377/
5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2) 차별성 및 경쟁력
6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3) 사람 및 팀역량
7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4) EXIT
8부 - IR피칭(발표)
9부 - 사례 소개: TV드라마를 통해 배우는 IR피칭
10부 - 성공적인 IR을 위한 조언
지난 4부에서는 '시장성 및 차별성'을 우선 알아봤는데, 투자자가 기업 A를 바라볼 때 투자대상 가능성을 판단하는 첫인상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바로 '시장성 및 사업성'이다. '차별성 및 경쟁력'과 다음에서 언급할 '사람/팀 역량(human resource)'은 그것을 실제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판단하게 하는 추정근거 또는 설득논리로서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제 언급할 '차별성 및 경쟁력'이 부분이 중요하게 어필돼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이를 얼렁뚱땅 넘어가는 기업이 은근히 많다. 투심위에서 부결되는 기업 또는 IR 진행 후 더 이상 투자검토 진행이 되지 않고 'STOP' 되는 기업의 꽤 많은 IR자료가, '시장의 성장세가 높고, 우리는 여기에 타겟팅하고 있으므로 투자할 만한 기업이다'라는 레퍼토리에서 끝난다.
'Why(왜 성공가능한지?)' 또는 'How to(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 더 중요한데, 정작 그 부분은 어물쩍 넘어가는 것이다. 또는 투자자가 공감하지 않는 논리를 창업자/대표가 펴는 경우도 많다.
창업자/대표는 IR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냉정하게 자가체크(self-check)하거나, 주변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자료를 만드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회사가 해당 사업 아이템을 추진할 때부터 전략적으로 면밀한 고민을 했었어야 한다.
만일에 근본 경쟁력이 취약하다면, IR 자료는 단순한 포장과 말장난에 불과하다. 지난 연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시작하며 – 투자를 기대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http://it.donga.com/27517/)]에서, 투자유치의 시작은 어쩌면 전략의 세팅/변경/전환 시점부터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1. 투심위 부결 요인 리뷰
지난 연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6부 – 투심위 부결 원인 파악하기(2) (http://it.donga.com/27650/)]에서는, 차별성/경쟁력 이슈로 투심위에서 부결되는 주요 요인을 언급했는데, 요약 정리하면 아래 <표 5-1>과 같다.
투자자가 보는 관점에서는 기업을 크게 '하이테크(high-tech)'와 '비(非)하이테크(non high-tech)' 기업으로 구분할 수 있고, 각각 기업이 강조해야 할 포인트가 다르며, 투자자가 투자포인트로서 고려하는 포인트도 각기 다르다. <표 5-1>의 강조포인트에서 투자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결국 투심위에서의 부결 원인이 된다.
하이테크 기업이라고 해서 항상 투자유치에 유리한 것도 아니고, 또한 항상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호의적인 성향(technology-oriented)이 강한 투자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항상 일정 수준의 접촉 가능한 투자자 풀(pool)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점은, 하이테크 기업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시장성/사업성 평가보다 기술력 평가는 사람마다 편차가 큰 편이 아니고,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몇 군데 VC의 반응이 안 좋으면, VC업계 전반에 걸쳐 투자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반면, 시장에는 하이테크 기업보다는 비하이테크 기업이 더 많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불문하고, 그리고 업종을 불문해서, 비하이테크 기업이 확실히 더 많다. 혹시 창업자/대표는 스스로를 하이테크 기업이라고 말 할지 모르나, 이미 시장에서 보편적 기술로 대중화된 경우가 많고, 이런 기업은 투자자가 하이테크 기업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비하이테크 기업들이 강조해야 할 포인트는, 각 영역의 '성공방정식을 따라가고 있는지' 또는 '따라갈 역량'이 있는지, 아니면 아예 '시장 자체를 혁신'할 수 있는지에 대해 투자자가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기술(Tech)보다는 전략/마케팅/인력운영 등을 통칭하는 의미로서의 '기술(Art)'을 강조하는 것이 비하이테크 기업들의 설득논리로서 더 적절할 수 있다. 다만, 기술에 비해서는 투자자마다 평가의 편차가 클 가능성이 높으니, 여러 투자자를 만나면 반응이 극과 극일 수 있는 부담은 있다.
기술(art)에 대한 정의
기술(技術):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 (출처 : 네이버 사전, 표준국어대사전)
Art: A skill or special ability (출처 : Cambridge Dictionary)
벤처투자는 일종의 고위험 고수익(high-risk, high-return) 금융상품이므로, VC가 정기예금 금리수준의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VC가 어떤 기업 A를 검토할 때, 기업 A가 하이테크 기업이든 또는 비하이테크 기업이든, 기업 A에 기대하는 바는 궁극적으로 해당 영역(산업/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 여부다. VC가 기업 A로부터 기대하는 눈높이를 맞출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갖추기 힘들다고 판단한다면 투심위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2. 흔하게 발생하는 주요 실수
듣는 사람(투자자) 관점에서, 창업자/대표가 IR 자료에서 흔하게 실수하는 포인트가 4가지가 있다.
① 차별성과 경쟁력을 동의어로 이해하는 경우
많은 기업의 IR 자료를 보다 보면(또는 IR 피칭을 듣다 보면), 투자자가 크게 공감하지 않는 가장 흔한 오류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대표가 여기서 논리가 멈추는 것 또한 사실이다. 차별성이 곧 경쟁력인 것은 아니다. '남과 다르다'는 것이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남과 OOOO가 다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는 논리의 허점은, 그 차별성이라는 게 '지속가능(sustainable)'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좋아서 시작이 빠른 건 공감될 수 있어도, 선발 사업자로서의 우위가 일시적으로 보인다든가 하는 게 대표 경우다. 가령, 해당 분야에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이 좋은 시장지배적인 사업자가 있는 경우, 프로모션 및 마케팅 역량(소위 쩐(錢)의 전쟁)으로 전세를 역전하는 것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경우로는, 차별성을 너무 찾다가 소위 '안드로메다로 가는 경우'도 간혹 본다. 즉 차별성을 찾다 보니 궁극에 경쟁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블루오션을 찾았다고 창업자/대표는 말하곤 하지만, 어쩌면 이 경우는 고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너무 멀리 간 경우라는 의미다. 경쟁력을 판단하는 이유가 기업 A에 투자했을 때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를 보기 위함인데, 고객이 없다면(즉 시장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② 모방 우려에 대한 방어논리가 불충분한 경우
업종을 불문하고 IR 발표에서 창업자/대표가 가장 많이 질문 받고 공격 받는 포인트가, 후발주자의 모방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 서비스 스타트업을 불문하고, 이들이 가장 우선으로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 바로 모방 가능성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쟁이 심하고, '된다' 싶으면 후발주자가 짧은 시간에 대거 진입해 금방 레드오션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투자자도 이미 잘 인지하고 있다.
창업자/대표의 대응 중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건, 투자자가 아무리 봐도 압도적인 경쟁력은 아닌데 후발주자의 진입이 분명히 예상되고, 창업자/대표가 '절대 남이 따라 할 수 없다'는 논리를 과도하게 주장하는 경우다. 설득이 되고 공감을 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인데, 이 경우는 설득도 공감도 안될 뿐더러 사람에 대한 신뢰도 깨질 수 있다. 논리적이 아니라 자칫 '무작정 우기는' 상황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수를 대처하는 방법으로 필자가 경험한 기업 중 좋은 사례를 소개한다. 기업 A는 보유한 요소기술 하나하나는 그리 대단하지 않지만, 그 제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기술이 복합적으로 엮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업 A는 보유한 해당 제품을 둘러싸고 보호할 수 있는 다수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고, 특허 맵(map)으로 이것을 표현하여 타사가 쉽게 따라하기 힘들거라는 논리를 펼쳤는데, 이 경우 설득력은 충분히 높게 들렸다.
③ 거대 선발주자 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와 너무 쉽게 비교하는 경우
창업자/대표가 열정적인 것은 좋지만 지나친 경우, 시장에 이미 자리 잡은 선발주자 또는 시장지배적인 사업자(특히나 글로벌 사업자)를 너무 쉽게 비교하고 심지어 깎아내리는 투로 비교우위를 자랑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창업자/대표의 의도는 보는 사람(또는 듣는 사람)에게 임팩트를 주고자 함이겠지만, 그 의도와는 다르게 투자자는 이런 논리에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거대 선발주자 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그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 자원(resource)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이들과 경쟁하는 기업이라면 이들을 비난하는 게 결국은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라 비웃음만 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겠다.
무조건 깎아내려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보다는, 이들이 구축해 놓은 시장 메커니즘에서 빈 틈을 어떻게 찾아냈고, 그 틈을 통해 어떻게 진입(market penetration)할 지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는 논조, 남을 깎아내려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창업자/대표가 있다면 다시 고민해야 한다.
④ 생소한 지식/정보로 인해 투자자를 이해시키지 못하는 경우
이 경우는 주로 하이테크 기업에 해당된다. 기술 자체가 경쟁력이기 때문에 이를 이해시키는 것이 핵심이지만, 너무 현학적으로 설명한다거나,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라 투자자가 이해하지 못해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꼭 하이테크 기업이 아니더라도 투자자 관점에서 평소에 많이 접하던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과 산업이 생소하여 이해하기 힘들고 투자하기 힘든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라면 투자자 이해가 일차 난관이다. 투자자가 모든 분야와 업종을 전지전능하게 이해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걸 파악해야 한다. 투자자도 각자의 전문분야가 있을 뿐더러, 특히 한국에서는 직업 성격상 투자자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이기 보다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봐야 하기에, 여러 분야의 기업을 두루두루 검토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생소한 분야의 기업을 만나면 이와 같이 '몰라서 투자를 못하는' 난관이 발생할 수 있다.
'어렵지 않게 그러나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이 당연히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투자자를 설득하여 공감을 끌어내고 투자여부를 좀더 회사에 우호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려면, 창업자/대표는 내용 전달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글 / 엔슬파트너스 김민성 이사 (yaacksan@enslpartners.com)
(주)엔슬파트너스는 대기업 CEO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투자 전문 엑셀러레이터로서, 국내외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특화되어 있으며, 중국 액셀러레이터 '大公坊(대공방)'의 국내 유일 공식 파트너로 '대공방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