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달라진 모습 '성능으로 말한다', 기가바이트 라데온 RX 5700
[IT동아 강형석 기자] 라데온이 변화를 꾀했다. 새로운 공정과 설계를 바탕으로 한 '라데온 RX 5000' 시리즈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와 같은 시기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긍정적인 연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미 프로세서가 호평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픽 프로세서까지 그 영향을 받는다면 동반 성장은 꿈이 아닐 것이다.
AMD가 먼저 공개한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RX 5700'으로 하이엔드급 성능을 찾는 소비자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60과 RTX 2070 등을 겨냥했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를 떠나 그래픽카드 자체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내고, 그것이 게이머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에 기가바이트 라데온 RX 5700을 통해 새로운 그래픽카드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확인해 봤다.
'설계' 달라진 새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
라데온 RX 5700. 기존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세 자릿수로 라인업을 구성해 왔지만 이번에는 네 자리로 변경됐다. 그러니까 과거 라데온 RX 500 시리즈로 구성됐던 게 이번에 와서 0이 하나 더 추가된 것. 마치 RX 브랜드 도입 전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 AMD 그래픽카드는 중급 게이밍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때문에 향후 상급 라인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다.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 7나노미터(nm) 미세공정의 도입 ▲ 새로운 설계 적용 ▲ 차세대 전송 규격(4세대 PCI- 익스프레스) 대응 등이다. 이를 통해 차기 PC 시스템 환경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효율성과 성능을 함께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부분은 미세공정 도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7nm 공정은 먼저 공개된 라데온 7(VII)을 통해 먼저 적용됐지만 차세대 라인업에서 적용된 것은 라데온 RX 5700이 처음이다. 미세공정이 도입되면 동일한 실리콘 판 내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이 외에 발열과 전력 효율을 개선할 여지도 존재한다.
실제로 라데온 RX 5700의 그래픽 프로세서의 칩 면적은 251제곱밀리미터(㎟). 이전 세대 동급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을 라데온 RX 590이 232제곱밀리미터였으니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이라 할 수 있는데, 라데온 RX 590이 57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품었다면 라데온 RX 5700은 103억 개에 달하는 트랜지스터를 품었다. 비슷한 공간이지만 두 배 가량 트랜지스터를 더 품은 것이다.
성능은 향상시켰지만 전력 소모는 줄였다. 기존 라데온 RX 580은 185W, RX 590은 225W에 달하는 열설계전력(TDP)를 제공했지만 라데온 RX 5700은 RX 580과 같은 185W의 TDP를 제공한다. 대신 상위 라인업인 RX 5700 XT는 RX 590과 동일한 225W의 TDP를 갖는다. 동일한 TDP 내에서 성능이 향상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전력 효율이 개선된 셈이다.
다음 변화는 새로운 설계의 도입이다. AMD는 지금까지 '차세대 그래픽 코어(GCN – Graphics Core Next)'라는 이름의 설계를 세대에 걸쳐 적용해 왔다. 이는 라데온 RX 시리즈부터 RX 베가(Vega)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쓰였다. 그러나 RX 5700에 와서는 '라데온 유전자(Radeon DNA)'라는 이름의 RDNA 설계를 새로 도입하게 되었다. 코드명은 나비(Navi)다.
RDNA 설계는 기본적으로 이전 설계인 GCN에 기반한다. 데이터 처리를 위해 존재하는 스트림 프로세서(Stream Processor – SP)는 64개가 모여 하나의 컴퓨트 유닛(Compute Unit – CU)으로 구성된다. 라데온 RX 5700은 컴퓨트 유닛 36개가 탑재되어 있다. SP로 보면 2,304개에 달한다.
기본 구성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요소에는 차이를 보인다. 먼저 CU의 구조가 달라졌다. 기존에는 하나의 CU가 데이터를 처리해 왔다면 RDNA의 CU는 두 개를 하나로 묶은 형태를 취한다. 이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데이터 연산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함이다. 평상시에는 각각의 스트림 프로세서 혹은 CU가 각각 작동하다가, 성능을 과감하게 끌어낼 때에는 두 개의 CU가 하나로 뭉쳐 처리속도를 극대화하는 구조가 RDNA의 핵심 요소라 하겠다.
하지만 단순히 두 CU를 하나로 묶는 것으로는 극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AMD는 데이터가 머무는 예비 공간(캐시)을 크게 늘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RDNA 설계 내에는 데이터가 바로 오가는 핵심 예비 공간(L0 캐시)을 2배 증설하고, 1차 예비 공간을 신설했다. 이 데이터는 2차 예비 공간을 오가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다층 예비 공간 구조(Multilevel Cache Hierarchy)를 가짐으로써 라데온 RX 5700은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졌다.
라데온 RX 5700의 강점은 지연 방지(Anti Lag) 기술에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는 구조다. 게이머가 입력하면 그에 대한 결과를 표시해야 한다. 최근 게임들은 이를 더 민감하게 요구하는 추세다. 0.1초 그 이하의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강력한 기술을 상대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해야 승리할 수 있어서다.
AMD는 지연 방지 기술을 통해 약 20~30% 가량 입력을 빨리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반응이 빠른 게이밍 모니터를 사용했을 때 그 가치가 더해진다. 여기에 AMD 프리싱크 화면 보정 기술을 더한다면 만족감은 더 커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새로운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성능은?
기가바이트 라데온 RX 5700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게이밍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 및 실제 게임 실행을 통해 성능을 확인해 봤다. 시스템은 3세대 AMD 라이젠5 3600X 프로세서와 X570 칩셋 메인보드, 지스킬 트라이던트Z 로얄 PC4-25600 16GB, WD SN750 SSD 1TB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를 진행했다. 국내 PC 게임 대부분은 다이렉트X 11 이하의 명령어 기반으로 실행되는데 이에 대한 성능을 가늠할 수 있다. 최대한의 효과로 그래픽카드에 부하를 주기 때문에 이 테스트에서 최적의 점수와 성능이 나온다면 게임을 즐기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측정한 결과, 총 1만 9,661점을 기록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별개로 진행한 RTX 2060(슈퍼 아님)과는 평균 약 10% 가량의 성능 차이를 보여주었다. 반면, RTX 2060 슈퍼 대비 평균 약 7% 가량 낮은 성능이다. 테스트로 보면 라데온 RX 5700은 이전 세대와 비교해 상당한 성능 향상을 이뤄냈음을 알 수 있었다.
작동 상태를 따로 확인해 보았다. 대체로 그래픽 프로세서의 자원을 최대한 끌어내 사용하고 있으며, 그래픽 프로세서의 최대 온도는 약 70도 수준이었다. 파란색 그래프(GPU Temperature)와 붉은색 그래프(GPU Load)를 확인하자. 게임 움직임을 가늠하는 초당 프레임은 초기에 다소 높게 유지되다 1/3지점 이후에는 40 프레임 전후를 보여준다.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테스트라는 점에서 보면 비교적 무난하게 선방한 것이라 하겠다.
최신 게임에 대한 성능을 가늠하는 3D마크 타임 스파이 항목을 테스트했다. 다이렉트X 12 기반의 명령어를 바탕으로 성능을 측정한다. 여기에서는 아무래도 효과가 많이 투입되다 보니까 전반적인 성능 하락이 발생한다. 라데온 RX 5700도 자유로울 수 없는데 7,698점으로 비교적 선방한 모습이다. 이 결과도 역시 지포스 RTX 2060에 비하면 평균 약 8% 가량 높은 수치였다.
전반적인 작동 상태를 확인해 보면 이전 테스트와 비슷한 그래프 양상을 보인다. 그래픽 프로세서 점유는 99%로 최대치이며, 이에 따라 온도는 71도로 조금 더 상승했다. 초당 프레임은 초기 72 정도로 최대치를 기록하다 이후 평균 40 프레임 전후를 기록하는 모습이다.
게임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먼저 패스 오브 엑자일(Path of Exile)을 실행해 봤다. 게임 그래픽 설정은 모두 기본에 테두리를 부드럽게 해주는 안티앨리어싱과 비등방성 필터링을 각각 4배(x4)와 16배(x16)를 적용한 상태다. 해상도는 풀HD(1,920 x 1,080).
적이 다수 등장하는 지역에서 여러 효과를 내며 게임을 즐겼을 때의 프레임은 최대 170. 평균 138 프레임을 기록했다. 아무리 부하를 걸어도 130 프레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대부분 모니터의 주사율은 60Hz. 1초에 60매 이미지를 그려내는데, 이 정도만 해도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라데온 RX 5700은 이보다 더 많은 그림을 그려내며 처리하고 있으니 고주사율 모니터만 있다면 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했다. 가장 높은 그래픽 설정(울트라)에 해상도는 풀HD로 동일하다. 설원 전장인 비켄디에서 실행했을 때 평균 85 프레임 가량을 기록했다. 실시간 프레임도 85 프레임을 전후로 표시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역시나 초당 60매를 넘어서는 수치다. 그래픽 설정을 조절한다면 더 높은 해상도에서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더 이상 그것을 떠올리지 않아도 될까?
성능 자체로는 흠잡을 곳이 없다. 게다가 최근 지싱크 호환 및 프리싱크 등 가변 주사 모니터가 다수 등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래픽카드와 호흡을 맞추면 더 부드러운 화면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까지 품었다. 굳이 경쟁사 그래픽카드를 떠올리지 않아도 될 정도다.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그래픽카드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냉각 장치에 있다. 이 제품은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밖으로 배출하는 블로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당장은 조용하지만 내부 이물질로 인해 향후 소음이 커지고 시스템 내부 온도에 영향을 받는 만큼, 온도 유지가 쉽지 않다는 점이 있다. 기본 디자인 변경을 통해 안정성을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다만. 라데온 VII 처럼 부담스러운 냉각 장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라데온은 경쟁사 동급 그래픽카드와 비교해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RX 5700은 성능으로 실력을 증명하며 향후 기대감을 심어줬다. 경쟁사 중급 그래픽카드와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가격은 40만 원대로 조금 높은 편이지만 게임 성능과 여러 기능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수긍 가능해 보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