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합리적 고성능'을 내세우다, AMD 라이젠5 3600
[IT동아 강형석 기자] AMD의 새 프로세서, 3세대 라이젠(RYZEN)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1·2세대가 시장을 달구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면, 3세대는 본격적인 시장 경쟁을 위한 전략 제품군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다듬었다. 그 핵심에는 더 미세해진 7nm(나노미터) 공정과 변화한 젠2 설계(아키텍처)가 있다.
라이젠의 등장은 시장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특히 다중코어 구성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평범한 PC 사용자들이 2~4개 정도의 코어로 구성된 프로세서를 사용해 왔지만, 라이젠 등장 이후에는 적게는 4개부터 많게는 8개 가량의 프로세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고성능 데스크탑 프로세서(HEDT)는 이보다 더 많은 코어를 기본 탑재하기 시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 변화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코어 수가 많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만으로 라이젠 프로세서가 완벽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3세대에서는 기존의 이점을 유지하면서도 성능을 확보해야 되는 숙제를 안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 답안지를 내놨다. 그 중 주류 라인업으로 꼽히는 '라이젠 5 3600'을 바탕으로 확인해 보자.
효과적으로 사용한 7nm 공정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7nm 미세공정 도입과 다른 하나는 차세대 설계 도입이다. 두 가지는 기존 라이젠과 지금의 라이젠을 가르는 가장 큰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를 바탕으로 성능이 개선됐고, 미세 공정을 활용한 잔여 공간에는 코어를 대거 투입해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는 4~16개 코어를 탑재할 수 있게 되었다.
기본 성능 향상은 뒤로 하고 새 프로세서의 핵심 요소를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부동 소수점 처리 유닛(SIMD FMA)이 128비트에서 256비트로 늘었다. 코어 그룹(CCX)간 전송을 위한 인피니티 패브릭(Infinity Fabric)의 대역폭도 기존 256비트에서 512비트로 2배 늘었다.
보조 메모리(캐시) 용량의 증가도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기존에는 2차 보조 메모리가 최대 4MB, 3차가 최대 16MB가 탑재됐다. 하지만 3세대 라이젠에 와서는 코어 수 증가에 따라 최대 8MB(2차), 64MB(3차)를 탑재하게 되었다. 4세대 PCI-Express 기술이 접목된 점도 두드러진 변화다.
하지만 약점도 존재한다. 하나의 코어로 구성된 것이 아니고 2개로 나뉘어져 있으며(기존과 동일), 이번에는 별도의 입출력 관련 칩을 함께 담아내면서 전송 지연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기존의 칩 2개에서 3개가 되면서 생긴 부분. AMD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조 메모리 용량을 늘리고, 태그 지정식 기하급수적 길이 분기 예측(TAGE – TAgged GEometric history length branch prediction)을 추가하면서 성능을 높였다.
AMD는 기존 신경망 기반의 분기 예측(Neural Network Perceptron) 기술을 넣으면서 성능을 높인 바 있다. 여기에 태그 지정 기하학 방식 분기 예측을 도입함으로써 분기 예측 실수를 30% 가량 줄였다. 그만큼 정확한 명령어 실행이 이뤄지므로 성능 향상이 가능해진다. 물리적 약점을 기술로 해결하고자 한 흔적이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프로세서를 간단히 보면 보증서와 스티커를 제외한 구성이 프로세서와 냉각장치 두 가지가 전부다. 경쟁사 일반형 제품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냉각장치 자체만 놓고 보면 이전 제품에 비해 두께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열설계전력(TDP)가 65W로 기존과 동일하지만 전반적인 발열이 낮아져 굳이 두꺼운 냉각장치를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세서는 국내에서 대원CTS와 제이씨현시스템 등을 통해 유통된다. 해당 프로세서는 대원CTS를 통해 유통되는 제품이었다.
라이젠5 3600 프로세서의 실력은?
프로세서 자체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과 게임 등을 실행하면서 직접 확인해봤다. 시스템은 에이수스 ROG 크로스헤어 VIII 히어로(Crosshair VIII Hero)와 지스킬 트라이던트Z 로열 DDR4-3,200 16GB(8GB x 2) 메모리, WD SN750 1TB 저장장치, 마이크로닉스 클래식2 600W 전원공급장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픽카드는 라데온 RX 5700이다.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은 PC마크 10을 선택했다. 단순 애플리케이션부터 웹 브라우저 실행, 영상 관련(화상 및 재생) 처리, 문서 작업, 디지털 사진영상 변환, 게이밍 등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 테스트가 이뤄진다. 본래 점수로 표기되지만 어느 정도 성능인지 쉽게 알 수 없으므로 처리 시간을 따로 표기해 두었다.
성능 자체는 불만이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래픽카드 가속이 필요한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서 작업은 대체로 복사와 연산은 2초대, 스프레드시트 처리는 1초 내외로 작업이 이뤄진다. 텍스트 기반 문서 작업에서도 1초 내외로 불러오는 수준의 빠른 처리가 가능하다. 물론, 실제 대용량 문서 파일이나 스프레드시트를 불러오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 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디지털 사진영상 작업도 뛰어나다. 시간이 소요되는 후처리 항목에서는 3초, 불러오는 것은 1초 내외에 마무리된다. 동급 인텔 프로세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여진다. 게이밍 연산도 그래픽카드 성능 덕인지 종합 테스트를 제외하면 모두 초당 60매 이상 기록해 부드러운 화면을 그려낸다.
PC마크 10 내에서 프로세서의 작동 상태를 그래프로 확인해 보자. 무부하 상태를 제외하면 프로세서는 4.2GHz에 가까운 4.19GHz의 속도를 꾸준히 유지했다. 상황에 따라 라이젠 프로세서는 최대 4.2GHz까지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그래프에 따르면 제원을 잘 지키는 듯 하다.
다만 온도는 조금 높다. 아무래도 프로세서의 성능 대비 작은 냉각장치(쿨러) 때문으로 풀이된다. 라이젠5 3600에 제공되는 냉각장치는 기존 대비 두께가 조금 얇아졌다. 아무래도 7nm 공정에서 만들어지니 전력소모와 발열 등에서 유리해지니 내린 판단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별도의 냉각장치를 도입하거나 기존 세대 라이젠 기본 냉각장치를 구해서 장착하는 것이 낫겠다.
시스템 전력 소모는 최대 198W 전후로 나타났다.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모두를 포함한 수치다. 중급 이상 프로세서기반 PC에서 이 정도 수치라면 아쉬움이 없다. 그만큼 AMD가 도입한 7nm 미세공정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 평가할 수 있겠다.
게임 내 성능을 확인해 봤다. 먼저 패스 오브 엑자일(Path of Exile)을 실행했는데, 풀HD 해상도와 기본 그래픽 설정인 상태에서 사냥이 이뤄질 때, 평균 초당 138매(프레임)을 기록했다. 최대 수치로는 초당 170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라이젠5 3600 프로세서와 라데온 RX 5700 조합은 기대 이상이었다.
마지막은 배틀그라운드다. 동일한 해상도(풀HD)에 그래픽 설정이 가장 높은 울트라가 적용된 상태다. 전장은 무작위를 선택했는데 설원 지역인 비켄디가 선택됐다. 여기에서 게임을 약 10분간 즐겨보니 평균 초당 85매를 기록했다. 최고 수치는 초당 90매였다. 그래픽 사양을 일부 조절하면 더 쾌적한 실행이 가능해 보이고 고해상도 영역에서의 실행도 어려움 없어 보인다.
두 환경 내에서 프로세서는 4.2GHz 전후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가끔 특정 환경에서 4GHz 정도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최대 속도를 끌어내 게임을 쾌적하게 실행하도록 도왔다.
매력적인 가격대비 성능
3세대 AMD 라이젠5 3600 프로세서. 20만 원대 중반에 접근 가능한 6코어 프로세서로 비슷한 구성의 경쟁사 프로세서 대비 4~5만 원 가량 저렴한 모습을 보여준다. 두 프로세서간 성능을 직접 비교할 수 없었지만 라이젠 프로세서 자체의 성능만 놓고 보더라도 이전(FX 프로세서)과는 사뭇 다른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이 사실. 비슷한 사양의 1~2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사용 중이라면 굳이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시스템을 새로 구입한다고 보면 새로운 선택지의 등장은 반가운 부분일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은 포용성이다. 3세대로 최신 기술을 담고 있지만 프로세서 장착을 위한 소켓 플랫폼은 1세대와 동일한 AM4 규격을 채용했다. 이는 곧 과거의 플랫폼에서도 사용 가능함을 의미한다. 모든 기술을 쓸 수 없겠지만 작동하는데 문제 없다는 이야기. 결과적으로 업그레이드나 신규 구매 등에서 비용 부담을 더는 결과로 이어진다.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 1~2세대는 경쟁력은 있었으나 거대한 벽을 뛰어넘기 위한 무언가가 부족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한 부분만큼은 인정 받아야 한다. 4코어로 묶여 있던 프로세서를 그 이상 다중코어로 구성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AMD의 전략 덕에 현재 일반 데스크탑 프로세서는 4~8코어, 고성능 데스크탑 프로세서(HEDT)는 10~32코어 이상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AMD의 야심은 그 이상으로 달려 나가려는 듯 하다. 더 많은 코어를 제안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판매 중인 고성능 데스크탑 프로세서(2세대 라이젠 스레드리퍼)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다소 침체됐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 넣었던 AMD가 뒤집기까지 성공할 수 있을까? 이것을 지켜보는 것이 이제 재미가 되어 버릴 것 같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