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에 휴대성을, ROG 제피러스S GX502
[IT동아 이상우 기자] 게임용 노트북이라는 제품군은 과거와 비교하면 조금 더 흔한 제품이 됐다. 요즘 노트북과 비교하면 부피가 크고 무거워 휴대가 상대적으로 어려웠으며, 성능은 데스크톱과 비교해 한참 낮아 '가성비'가 떨어지는 대표적인 제품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게이밍 노트북 부피는 휴대가 가능할 정도로 가벼워졌으며, 성능 역시 데스크톱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향상됐다.
최근 게이밍 노트북 동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5~17인치 화면, 고성능 부품, 뛰어난 냉각 성능 등을 바탕으로 고사양 게임 및 전문 작업에 어울리는 대형 제품이 있으며, 반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갖췄으면서 2~3kg 내외의 가벼운 무게와 15인치 이하의 화면 등을 통해 휴대성을 높인 제품으로 나눌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S GX502GW는 후자에 해당한다. 인텔 9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데스크톱과 동일한 그래픽 카드 등 고성능 부품을 탑재한 15.6인치 게이밍 노트북으로, 데스크톱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2.06kg에 불과하다. 그램 같은 초경량 노트북과 비교하면 1kg 정도 무겁지만, 일반 사무용 노트북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저전력 프로세서와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는 초경량 노트북이나 일반 노트북과는 달리, 고성능 프로세서 및 데스크톱과 동일한 성능의 그래픽 카드를 탑재한 것을 고려하면 게이밍 노트북으로서는 가벼운 무게다.
전반적인 외형은 아주 단조로운 편이다. 보통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다각형으로 된 상판이나 슈퍼카 엔진을 연상케 하는 배기구 등을 떠올리지만, 이 제품은 완전히 깔끔한 직육면체 디자인을 갖췄다.
전원을 켜고 화면을 열면 상판에 있는 ROG 마크에 빨간 조명이 켜지며 약간 게이밍 노트북 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지만, 전반적으로 과하지 않은 디자인 덕분에 카페 같은 곳에서 사용하더라도 주변 사람의 이목을 적게 끈다. 이 때문에 게이밍 노트북으로 동영상 편집, 사진 보정 등의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이 외부에서 사용하는데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키보드는 게이머를 위해 신경 쓴 점이 눈에 띈다. 우선 좌측 상단에는 음량 조절 및 마이크 차단 버튼 등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 보통 노트북에서는 이러한 버튼을 기능 실행 키(Fn)와 함께 눌러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이 제품은 별도의 버튼으로 갖추고 있어 게임 중에도 한 손으로 간편하게 음량을 조절하거나 음성채팅 중 마이크를 끄는 등의 조작이 가능하다.
마이크 차단 버튼 옆에는 노트북 성능 설정 소프트웨어를` 바로 불러오는 버튼도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현재 CPU 및 GPU 작동 속도, 메모리 온도, 냉각팬 회전 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 작업에 맞춰 성능을 최대로 작동하거나, 성능을 낮춰 소음을 줄이는 등의 간단한 성능 튜닝이 가능하다. 또, 키보드에 내장한 RGB LED를 어떤 색으로 바꿀지, 어떤 패턴으로 점멸할지 등을 이 설정 소프트웨어에서 변경할 수 있다.
글쇠는 일반적인 아이솔레이션 키보드와 비교해 반발력이 더 좋은 느낌이다. 손가락으로 글쇠를 누르면 조금 묵직한 느낌이 들며, 바닥을 치는 듯한 가벼운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타건이 더 경쾌하다. 키보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스페이스바 디자인이다. 스페이스바 오른쪽을 더 넓게 제작해 왼손 엄지로 쉽게 누를 수 있도록 했다. 보통 FPS 게임을 할 때 캐릭터를 WASD 키로 움직이고, 스페이스바를 눌러 점프 동작을 입력한다. 이 때 왼손 엄지로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엄지가 닿는 부분이 넓은 만큼 더 편하고 정확하게 스페이스바를 누를 수 있다.
노트북 화면을 열면 본체 하단이 자연스럽게 열린다. 이렇게 열린 공간은 노트북 내부에 장착된 냉각팬과 바닥 사이의 거리를 띄워 냉각 효율을 높인다. 보통 노트북은 하단에 있는 흡기구를 통해 공기를 빨아들인다. 바닥과 흡기구가 밀착되면 공기가 제대로 흐르지 않을뿐만 아니라 이미 데워진 공기가 흡입되기 때문에 냉각효율이 떨어지며, 이 때문에 게이밍 노트북을 사용할 때 거치대를 별도로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S GX502GW는 화면을 열 때 바닥이 자동으로 열리며 공간이 생기는 만큼, 노트북 거치대 없이도 어느 정도 냉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고주사율 모니터와 지싱크(G-Sync) 기능을 탑재한 것 역시 매력적이다. 주사율이란 화면에 1초에 얼마나 많은 장면을 표시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니터는 60Hz로, 1초 동안 화면을 60단계로 쪼개서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래픽 카드에서는 1초에 60장 이상의 장면을 생성해 모니터로 전송할 때도 있으며, 특히 그래픽 카드 성능이 높을수록 이러한 일이 많이 발생한다. 모니터의 성능을 초과한 정보가 입력될 경우 모니터는 이 중 일부 정보를 제거하고 우리 눈에 보여주는데, 이 때문에 티어링 처럼 화면이 어긋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S GX502GW에 탑재한 144Hz 모니터는 1초 동안 화면을 144단계로 나눠 표시할 수 있으며, 고성능 그래픽 카드가 1초에 60장(60프레임) 이상 게임 장면을 전송하더라도 이를 거르지 않고 모든 화면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 때문에 FPS, 레이싱 등 화면을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게임에서 유용하다.
지싱크 역시 이렇게 화면이 어긋나는 현상을 막아주는 기술이다. 그래픽 카드와 모니터 사이에 주고받는 정보의 간극을 줄여 빠른 화면 움직임에도 티어링 현상을 막아주며, 전반적인 화면 움직임 역시 부드럽게 해준다.
화면 테두리는 아주 얇아서 화면에 집중하기 좋게 해준다. 또한, 테두리뿐만 아니라 화면 자체도 무광으로 처리해 눈부심을 막는다. 유광 패널 및 베젤(화면 테두리)는 조명 같은 주변 잡광이나 창밖에서 들어오는 자연광 등을 그대로 반사한다. 반사된 빛이 눈에 직접 지속적으로 닿거나, 화면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 모니터 밝기를 높이다 보면 시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이러한 무광 처리는 화면을 장시간 봐야 하는 게이머나 콘텐츠 창작자에게 어울린다. 다만 상단 베젤 역시 최소화한 만큼, 웹캠을 부착할 공간은 부족했나보다.
탑재한 주요 부품을 살펴보면, 인텔 9세대 코어 i9-9750H 프로세서, RTX 2070 그래픽 카드, 32GB 메모리 등을 갖췄으며, 이를 통해 현재 출시된 대부분의 고사양 게임을 높은 그래픽 설정으로 맞춰도 문제 없이 실행 가능하다.
토탈워: 삼국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그래픽 설정을 '최고'로 맞춘 상태에서 전투 벤치마크를 실행하면 초당 최대 83프레임, 평균 67프레임을 기록했다. 캠페인 벤치마크에서도 초당 최대 89프레임, 평균 67.2프레임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실행이 가능했다.
토탈워: 삼국의 경우 한 전장에 실제로 움직이는 캐릭터가 수도 없이 나타나는 만큼 그래픽 성능뿐만 아니라 프로세서의 성능 역시 중요하다. i7-9750H 프로세서는 6코어/12스레드를 갖췄으며 최대 작동 속도가 초당 4.5GHz에 이른다. 동급 데스크톱용 모델(i7-9700)과 비교하면 작동 속도가 0.2GHz 낮고 물리 코어도 두 개 적지만, 하이퍼스레딩 기술을 통한 가상 코어를 통해 상대적으로 멀티태스킹에 강하다.
실제로 토탈워:삼국에서 사용자 지정 게임으로 병력 수를 10만으로 맞춰 게임을 실행하고, 비오는 날씨 등을 설정하더라도 전장 한 가운데서 45~50프레임을 유지하는 등 비교적 쾌적한 모습을 보였다. 전장에서 멀어져 더 많은 캐릭터가 화면에 표시될 경우 35프레임 정도를 유지한다. 만약 그래픽 설정을 조금 더 낮춘다면 이러한 대규모 전투도 끊김 없이 진행할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제품 가격은 상당히 비싸며, 비슷한 성능의 데스크톱 본체와 비교하면 경악할 소비자도 많을 듯하다. 하지만 9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RTX 2070 그래픽카드, 32GB 메모리 등을 통해 충분한 성능을 내는 것은 물론, 지싱크를 지원하는 고주사율 모니터와 RGB LED를 내장한 키보드까지 갖춘 완전한 고성능 PC 시스템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PC 시스템을 2kg 정도로 경량화해 단순히 책상에만 두고 쓰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휴대하며 게임이나 고성능 PC가 필요한 각종 콘텐츠 창작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게이밍 노트북을 소개할 때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만, 필요한 사람에게는 필요한 물건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